책 덕후 본능을 다시 일깨워준 작가
『보여주기-세상을 내 편으로 삼는 법』 _오후 지음
운명을 믿는 편이다.
사실 최근에는 운명보다 우연의 일치를 더 믿고 있는 편이다.
다른 건 몰라도 책(글자)을 볼 때만큼은 시끄러운 세계와 차단되는 듯한 몰입을 느꼈던 편인데,
최근 그마저 권태로워짐을 느꼈다.
사실 권태로워졌다기보다 그럴 마음의 틈이 없었던 것 같고, 그 몰입이 주는 희열감을 건망증처럼 잊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책 읽기란 나에게 권태로워질 만큼 하찮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겐 그 무엇보다 무겁고 언제 등장해도 나를 굴복시킬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 대청소를 하며 고등학교 때 작성했던 독서노트를 발견했다.
맘에 드는 문장들을 손으로 꾹꾹 눌러써, 나중에 글을 쓸 때 활용하려고 비축해 둔 노트였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싸이월드든, 블로그든 맘에 드는 명문장들을 꼭꼭 필사로 남겨두었다.
가끔 보고 또 봐도 닮고 싶은 그런 문장들이었다.
책을 너무 보다 보니까, 언젠가부터 표지나 목차만 보아도 건방지게 감히 책의 내용과 전개를 예측하게 되어버렸다. 좋아하는 책의 분야가 한정되다 보니까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선반에서 오후라는 작가의 책을 발견했다.
평소라면 스킵했을 제목과 내용이었는데 목차를 보고 이끌림을 느꼈다.
그리곤 바쁜 요일이었지만 이틀에 걸쳐 완독 했다.
비행기에서 이동할 때도 자기 전에도 틈틈이 가져다 보고 싶을 정도의 문장들이었다.
사실 이전에는 위트 있고 통찰력 있는 문장 위주에 끌렸다면, 오후 작가님의 책은 아이디어 즉 발상들이 평소에 내가 놓쳤던 혹은 잊고 살았던 포인트들이 꽤 많아서 더 심장이 뛰었던 것 같다.
어쩌면 정체되어 있는 나를 발전시켜 줄 글들이라고 생각해서
평소에 주로 책을 빌려 읽는 편인데, 작가님의 저서들을 대거 주문했다.
책 덕후인 나에게 이른바 작가, 글 덕질이다.
특히 소중하게 한 자 한 자 타이핑해 둔 문장들은 마음과 같다.
모든 것은 공허하다. 많이 가진 이도 빈손으로 간다. 결국 다 사라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가 존경할 만한 인생의 스승들은 이런 비슷한 류의 명언을 많이 남겼다. 맞는 말이다. 그중에 정말 빈손으로 가신 분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아무튼 존경받는 사람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보통 맞는 말을 한다. 나는 그들의 위대한 말에 약간의 의견을 덧붙이고 싶다.
모든 것은 공허하다. 많이 가져도 빈손으로 간다. 결국은 다 사라진다. 그러니 움켜쥘 수 있을 때 움켜줘라.
성공에 겁먹지 마라. 훌륭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사람이 훌륭해진다.
중요한 건 언제나 ‘멋’이다
“인간은 늘 새로운 감각을 갈망하지만, 곧 그것에 무관심해진다. 어제의 경이로움은 오늘날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니콜라 테슬라 Nokola Tes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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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셋만 모여도 뒷담화를 한다. 정확히는 셋이 모여 한 명이 자리를 비우면 그제야 진정한 대화가 시작된다. 뒷담화만큼 관계를 빠르게 결속시키는 것도 없다. 물론 선을 잘 타야 한다. 너무 자주 많이 하거나 수위 조절에 실패하면 오히려 반감을 사게 되니까.
흥미로운 점은 뒷담화를 하는 대다수가 본인은 그 선을 아주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삼자 입장에서 보면 선을 안 넘는 인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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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퀴드 데스는 아무리 유명해져도 모든 이가 마시는 물이 되진 않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 이 사실을 알고 있기에 악플조차 즐길 수 있었다. 그들은 악플을 모아서 앨범을 냈고, 충성스러운 소비자들은 즐거워했다. 팬들에게 리퀴드 데스스러운 쿨함을 과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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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게 커피를 많이 마시는 국가다. 도심을 걷다 보면 한두 걸음마다 새로운 카페가 등장한다. 놀라운 사실은 국내에 수입되는 커피 대부분이 인스턴트로 소비된다는 것이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내 주변은 다 카페 가는데’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이 모르는 세계는 언제나 아는 세계보다 넓다. 그리고 그 세계 중 다수는 인스턴트커피를, 그것도 ‘믹스’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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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이 시대의 유일한 신이다. 이건 비유가 아니다. 성경을 비롯한 수많은 신화를 읽어보라. 신은 정의롭지 않고 변덕을 부린다. 오늘날의 대중 또한 신이 그랬듯 누군가를 한순간에 띄우고 한순간에 몰락시킨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한국의 수많은 대형 연예 기획사들이 사활을 걸고 수십 년 시도해도 안 되던 미국에서의 성공을 단번에 이뤘다. 어떤 노력을 했냐고? 기획사가 이것저것 열심히 했겠지만, 중요한 건 그냥 대중이라는 신이 그의 뮤직비디오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중략)
이 변덕스러운 신의 영광을 얻고 싶은 신자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신의 눈 밖에 나지 않는 것이다. 그럼 최소한 나락은 가지 않는다. 기획사에서 아이돌들의 인성교육에 집중하며 선한 영향력을 말하고, 성공한 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사회 환원에 힘쓰는 것도 결국은 이 때문이다. 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거지. 물론 선한 영향력은 말 그대로 선하고 기업의 기부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선한 의지라기보다는 신이 두려워 착하게 살던 중세시대의 마인드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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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다음으로 읽게 된 책은 오후 작가의 『믿습니까? 믿습니다!』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의 취미에 온기를 되찾은 것 같아서 삶을 대하는 의욕이 조금은 올라간 듯하다.
이런 글을 만나게 해 준 우연과 작가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