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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김애란 작가 덕질일기

<안녕이라 그랬어>_김애란 작가

by 편은지 피디

사실 진정한 덕후라면 모든 근황을 꿰고 있어야 맞겠지만,

매주 방송제작에 맞춰서 시간이 보통 흘러가다 보니 제일 좋아하는 김애란 작가의 시간이 나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신간 알림을 걸어두었는데, 어쩐 일인지 알림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덕후의 열정과 작가님의 연약한 연결 고리가 있었는지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작가님 이름을 보았고 생각했다.


‘설마 신간은 아니겠지?’


아뿔싸. 신간이었다.

내가 김애란 작가의 신간을 놓치다니.

대체 뭘 하며 사는 건지 라는 한탄스러운 마음도 스쳤다.


몇 안 되는 무조건 구매하는 애정하는 작가인데, 자주 신간을 내지도 않는 작가인데 신간을 놓치다니

내 일상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이런 복잡다단한 감정을 다 누르고 얼른 책을 구매했다.


어텐션북이라는 작가님과 편집자님의 대담집도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이번 기회에 처음 알게 된 개념이다 어텐션북. 김애란 작가처럼 팬이 많은 작가의 팬들에게는 평소 작가님의 생각과 말투를 엿볼 수 있어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작가님이 어텐션북에서 했던 얘기 중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자석 가루처럼 조금씩 붙어있다”거나 “불안을 상대에게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는 표현이 굉장히 와닿았다.


대학생 때 작가님에게 입덕했던 것도 묘하게 불편하고 가끔은 아무렇지도 않은 순간을

엄청나게 예리하고 적확한 단어로 심지어 위트까지 있게 표현했던 것을 봤을 때였다.


예를 들면, “더운 날 상대가 뜨거운 손으로 건네는 악수”처럼 불편하고 짜증스러웠다고 표현한 부분 같은 것들.

지면으로 다 옮길 순 없지만, 그런 표현들에 심장이 쿵쿵 뛰며 김애란 작가의 모든 작품이 기대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로 취향에 덜 맞는 작품도 있었지만, 혹여나 나의 가벼운 혹평이나 실망감이 작가님의 창작의지를 꺾을까 염려되어 일말의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표한 적도 없다. 유난스럽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번 <안녕이란 그랬어>는 작가님의 작품 중에서도 유독 좋고 또 좋았다.

대단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별거 없는 인간의 가벼움과 추함을 참 이리저리 잘 글로 담아주셔서

독자로서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김애란 작가님의 집필 활동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실제로 이 년 넘게 전염병이 이어지며 많은 이들이 관계를 실내로 들였다. 더불어 사적 관계도 조금 더 선택적으로 변했는데, (중략)


*지호에게는 뭐랄까, 어려서부터 몸에 밴 귀족적 천진함이 있었다. 남으면 버리고, 없으면 사고, 늦으면 택시 타는 식으로 오래 살아온 사람이 가진 무심한 순진함이. 학부 땐 그게 귀엽고 가끔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당당해 보여 끌렸는데, 결혼 후 같이 살다 보니 결코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연민하던 대상이 혼자 반짝이는 세계로 가버렸기 때문일까? (중략) 그럼 마주 보는 건 괜찮지만 올려다보는 건 싫은 걸까?


*상투성이 뭐 어때서, 세상에 삶만큼 죽음만큼 상투적인 게 또 어디 있다고. 그 ‘반복’의 무게에 머리 숙이는 게 결국 예의 아니던가.


*이상하지. 직장에서는 그 모든 게 지겨웠는데. 사회적 감각의 스위치를 꺼두고만 싶었는데. 고향에서 엄마와 나 오직 두 사람만의 관계로 세계가 쪼그라들자 그 많은 언어가 그리워졌다.




* 애써 기억하려는 건 아닌데 어떤 장면이 그냥 그림처럼 떠오르고는 해요. 그 그림 주위에 또 이런저런 이야기가 자석 가루처럼 조금씩 붙어 있고요.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곤란하지 않느냐는 답변에 대한 김애란 작가의 대답)


*지금 내가 이 불안을 상대에게 오염시키면 안 돼. (<안녕이라 그랬어> 어텐션 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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