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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글쓰기의 무게

<슬픔의 모양>_이석원 산문집

by 편은지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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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동일한 대상으로부터 동일한 말에 의해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마치 살갗이 벗겨져 속살이 드러난 것과 같은 상태가 되는데 이럴 경우 먼지 하나만 그곳에 앉아도 통증에 가까운 쓰라림을 느끼게 된다.

이석원 작가의 수필집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평소 신간 에세이를 쭉 꿰고 있을 만큼 에세이를 좋아함에도,

또 유명한 작가임에도 처음 책으로 접한 작가였다.


거기에 책 덕후로서 출판사가 김영사라는 점에 또 신뢰가 갔다.

특히 최근에 김영사 출판사에서 만든 책은 색채가 뚜렷했고 독자로서 실패가 없었다.


물론 나는 김영사에 첫 투고에서 거절을 당하는 실패를 했지만,

더 좋은 원고를 써볼 수 있으니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사멸 중이라는 출판시장에도 조금씩 출판사마다 확고한 브랜드 색깔을 가져가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 나처럼 김영사라는 세 글자만 봐도 의심을 거두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은 병든 노부모를 간병하게 되며 겪게 되는

자식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고민을 담은 책이다.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은 분야이긴 한데, 이 책은 최소한의 체면치레(?)도 없이

시작부터 너무도 솔직하게 달려 나갔다는 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아마도 김영사의 편집자 님도 이 점을 높게 샀으리라.


출간을 해보고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입장에서 100% 솔직하게 쓴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전에 엄마에 대한 솔직한 과거 심경에 대해 썼다가 깊은 상처를 드린 적이 있다.

이 책을 보며 그 당시의 무거웠던 나와 엄마의 마음들도 떠올랐다.


실제로 나는 그런 솔직한 글들을 대중 앞에 띄우고 조금은 가슴이 후련해졌는데,

엄마에게는 생채기를 남겼다는 점에서 한 번쯤 해봤어야 하는 것이었지만 결론적으로 긍정적인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책도 에필로그쯤에서는 그에 대한 회한이나 후회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끝까지 솔직한 마음들로 마무리되었다.


마음은 담은 글.

문장으로는 오류가 없지만, 마음을 다 담기에는 주저되는 것이 너무 많다.


개인적으로는 타인에게 줄 상처가 첫 번째라면, 대중의 질타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표현하면 특정 집단에서 화가 나지 않을까, 저렇게 표현하면 또 다른 집단에서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다.


실제로 이러한 주저는 방송 제작을 하면서 더 심해졌다.

흔히 시쳇말로 쓰는 "암 걸릴 것 같다"거나 "혈압 유발", "뇌 정지" 이런 표현들은 자막에서 거르려고 애쓴다. 사실 표현의 자유가 좀 더 있는 예능이나 유튜브에서는 예능적 묘미를 위해 얼마든지 쓰는 표현이고 더 격한 표현도 많이 쓴다.


그러나 KBS에 몸 담고 있는 피디인 나로서는 최대한 또 다른 상처받을 누군가를 상상하며

걷어 내는 데에 익숙해있다. 아마 정제되기 전 원본을 보시면 다들 놀라시리라...


그런 면에서도 출간된 책이 이리도 솔직할 수 있다는 것에 경외를 표할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구나 하고 깨달았던 그런 이석원 작가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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