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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Jan 30. 2024

외동아이를 가진 원죄

둘째를 갖지 못하는 이유


외동의 비율이 늘고 있다고 한다. 육아환경, 노산 등 여러가지의 이유에서겠지? 막상 내 주변은 외동이 귀하지만 짐작컨데 앞으로의 비율은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처음부터 외동이 목표였나요?

원래는 세 명 낳고 싶었다. 막상 낳고보니 아이는 정말 예쁜데 너무 힘들다. 그게 팩트이자 핵심이다. 내가 너무 나약하냐고? 글쎄, 저질체력은 맞지만 한 명 키워보니 모든 것은 엄마라는 포지션이 지휘해야 하는 하나의 오케스트라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휘자가 없으면 소리가 엉망이 되듯이 내 역할이 없으면 아이 케어가 엉망진창 되니깐.


그래서 자신이 없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한번 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거다. 지금 내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데 회사에서의 책임도 점점 커지고, 집에서의 책임은 너무나도 막중해 졌으니깐. 옛날엔 피곤하면 밥도 안 먹고 그냥 쓰러져 늘어지게 늦잠을 자곤 했지만 이제는 토요일 오전에도 놀아달라고 깨우는 아이에 당췌 늦잠을 잘 수가 없고 새벽 3시의 밤중 수유부터 시작해 6년째 수면 부족으로 배터리가 방전된 채 살아가고 있다.


겨우 80프로정도 예전 몸을 회복했는데 또 그 짓을 해야한다니 막막하다. 아무리 애 셋 엄마라도 처녀적 몸매를 가져야 이상적이라는 사회적인 압박또한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내가 밥 굶어도 아이는 꼭 먹여야 하니 주방일은 끝이 없다. 마치 동기랑 같이 회사에 입사했는데 업무분장이 나에게만 치우쳐 뭔가 억울한 기분이다.


엄마의 무게가 다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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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아무리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을 펴고 선거 공약으로 달콤한 이야기들이 나와도 콧방귀를 뀌게 된다. 아무리 솔깃한 정책이라도 그럼 내가 둘째 낳아 볼까? 했을 때 소득, 환경 등의 제약으로 막상 도움이 되는 것은 거의 없더라. 빛 좋은 개살구다.


주변을 보면 직장을 다니며 둘 이상 키우는 집은 엄마가 전문직 등으로 파트타임이 가능하거나, 풀 재택이거나, 친정이 같은 아파트거나 했던 것 같다. 친정이 가깝다는 것도 말이 그렇지, 딸가진 죄인 만들어 하루하루 늙어가는 부모님 보기 민망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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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옆 집 친구랑 >_< 이렇게 둘 키우면 너무 이쁘겠지…


요즘 아이들 - 스케쥴이 바빠서 약속잡고 놀기도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한 명을 키우면서도 스케쥴 짜는 것이 머리아픈데, 2명 이상 자녀의 스케쥴을 짜고 저글링하고, 무엇보다 픽드랍 동선까지 너무너무 복잡할 것 같다. 게다가 지금 드는 교/보육비의 배가 든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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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외동 엄마가 되었다. 외동아이를 가진 원죄로 나는 대한민국 출산율 하락에 일조했을 뿐만 아니라, 이 아이가 외동이라 그렇다는 시선을 받지 않도록 인성까지 신경써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지. 거기에 보너스로 평생 얘랑 온갖 놀이는 다 해줘야 하는 양육의 뫼비우스 띠에 올라탔다고 생각한다. ㅎㅎ 2자녀 이상 엄마들은 아이들끼리 놀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자유를 얻는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마음맞는 외동 친구들끼리 플레이데이트나 해야겠다. 성인이 되어 독립하기 전까지 한 20년은 내가 친구요, 부모요, 대나무숲이 되어야 겠지. 그게 외동아이를 가진 원죄다. 내가 선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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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 및 보육기관은 왜 '아빠'가 아닌 '엄마'를 디폴트 POC로 생각하는걸까? 단추가 잘못 채워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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