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견 또리의 한국 적응기
"또리야, 생일 축하해!"
한국에서 맞는 첫 생일이에요. 또리가 어느새 두 살이 됐어요. 엄마랑 누나가 이번에도 생일상을 예쁘게 차려줬어요. 특히 누나가 고구마와 당근, 요거트로 만들어 준 케이크는 딱 내 취향저격이에요.
또리는 한국에 도착하고 한동안 많이 바빴어요. 우리 가족 외에도 할머니와 이모, 이모부, 사촌누나, 형 등등 여러 친척들과 만났어요. 사실 비행기를 오래 타고 오면서 낯선 환경에 대한 트라우마가 좀 더 생긴 것 같아요. 공기도 다르고 맘껏 뛰어놀던 잔디밭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게 익숙하지 않았어요. 사실 내가 실외배변만 하는 스타일이라 아빠한테 좀 미안해요. 엘리베이터에 여러 사람이 타면 무서워서 "멍멍멍!"하고 짖을 때가 많았거든요. 앞으로 조금씩 적응되면 괜찮아지겠죠?
한 번은 아빠 친구네 강아지 콩순이랑 만났어요. 아빠가 내 한국 친구를 빨리 만들어 주고 싶으셨나 봐요. 콩순이는 검은색 스코티쉬테리어예요. 나를 보고 너무 많이 짖어서 첫인상은 별로였어요. 게다가 내가 미국에서 학교를 다녀서 기초 명령어를 모두 영어로 익혔지 뭐예요? "Sit!", "Wait!", "Focus!" 이렇게요... 그래서 아빠 친구가 콩순이한테 얘기하듯 내게 "앉아!" "기다려!"라고 말할 때 처음에 잘 못 알아 들었어요. 나중에 이 사실을 아시고 아저씨가 "아! 또리는 유학견이구나? 미안! 하하하" 하고 이해해 주셨어요.
엄마 아빠 누나랑 집 앞을 산책하는데 하늘에서 하얀 솜뭉치가 내려요. 내가 좋아하는 곰돌이 인형 색이에요. 갑자기 내 눈 속으로 차가운 것이 들어왔어요. 느낌이 이상해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요. 온몸을 우다다 털어 보기도 해요. "우와 눈이다~!" 누나가 소리쳐요. "오호! 올해 첫눈이네?" 엄마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활짝 웃어요. 미국에선 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몰랐는데 눈의 첫 느낌이 참 신기했어요.
한국에 오니 새로운 것 투성이에요.
크리스마스가 곧 다가와요. 온 가족이 미국에서 가져온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 장식했어요. 곧 친척들을 초대해 한국에서의 첫 크리스마스 가족 파티를 할 거래요.
한국의 우리 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것 빼고는 모든 게 다 좋아요. 주말이면 주로 아빠 엄마랑 집 근처 강아지 공원에 가서 뛰어놀아요. 호수 공원 산책도 매일 할 수 있고 길에서 강아지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기쁜 건 온 가족이 다시 한 집에 모인 거예요. 누나는 지금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곧 다시 올 거예요. 이제부터 또리는 가족들과 한국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갈게요. "멍멍!"
그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온 퍼피> 연재를 응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리는 한국에 돌아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또리도 저처럼 한국 스타일인가 봐요.
이번 연재는 강아지 시점에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네요. 독자 여러분들께 어떻게 다가갔을지 궁금하네요.
그럼 조만간 더 좋은 주제를 갖고 새롭게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