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건, 직접 실험해봅시다!
2021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50일을 지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새로운 해를 맞이해 신년 목표를 세웠더랬다. 올해 가장 큰 목표는 <건강한 루틴> 만들기.
건강한 루틴을 설계하기 위해 첫 번째 단계로 새벽 기상이라는 행위를 도입했다. 새벽 기상을 '행위'로 규정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새벽 기상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오늘은 한 달 동안 실천했던 과정을 기록하기에 앞서 새벽 시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먼저 남겨보려 한다.
늦은 밤이 좋아!
나는야 올빼미 형 인간
우원재 님의 <시차>라는 곡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올빼미 형 인간이라면 크게 공감할 만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노래의 가사는 대략 이렇다.
'일찍 일어나야 성공한다는 말, Ok 인정! 하지만 밤늦게 잠드는 사람들 역시 두 눈 똑바로 뜬 채로 꿈을 꾸고 있지.'라는 이야기.
반항기 어렸던 20대의 나는 힙 뽕 맞은 듯한 갬성으로 이 노래를 들었다. 이어폰을 꽂고 볼륨을 최대로 키운 채 흐뭇한 미소를 띠며 가사가 주는 전율을 즐겼다. 격하게 공감했다. 생산적인 일은 늦은 새벽에 몰아서 처리하는 올빼미 형 인간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쉽게 자주 밤을 지새웠고 늦은 새벽 시간이 주는 고요와 몰입감을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동경하기도 했다. 아니지, 그들의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부러워했던 것 같다. 나의 불규칙한 생활과는 정반대 되는 모습이었기 때문일까?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라는 옛 말을 듣고 자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쨌든 이른 새벽은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가득했다. 왠지 더 생산적일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검증되지 않은 이 느낌은 언젠가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른 아침,
정말 더 생산적일까?
언제부터 새벽 기상을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유지하던 불규칙한 생활 습관에 한계를 느꼈고, 올빼미 생활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대안을 찾았으리라 짐작한다. 그 대안이 새벽 기상이었을 테지. 실제로 늦은 밤을 지새우며 점점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는 걸 느꼈다.
구체적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건 20대 후반쯤. 취업을 하고 본격적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일을 보다 즐겁게 잘 해내고 싶었다.
오전 9시 출근이지만 나름 부지런을 떨었을 거다. 아침 7시부터 회사 근처 카페에 앉아 업무 공부 및 자기 계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늦을 때도 있었고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카페에서 스친 사람들은 내 삶에 정말 큰 귀감이 되었다.
낯설다..!
이른 새벽을 사는 사람들
커피숍은 아침 7시에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오픈 시간부터 자리를 잡고 평화로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옷차림은 대부분 회사원처럼 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고, 어떤 사람들은 커피 멍을 즐기고, 어떤 사람들은 2~3명이 모여 신문 기사를 분석하고, 소규모로 모인 어떤 그룹은 서툰 영어를 내뱉으며 회화 연습을 하기도 했다.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 그 시간대 손님들은 대체로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일을 매일 같이 반복하고 있었다.
낯선 시간, 낯선 환경에 놓인 나는 이 사람들이 공유하는 에너지가 있다는 걸 느꼈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분명 또렷한 기운이 존재했다. 과거 마라톤을 처음 달렸을 때 러너들에게 느낀 공통된 에너지와 비슷하달까. 특정 시간, 특정 공간에서 각자의 속도로 나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래서 뭐가 더 좋다는 거야?
글쎄..
직접 실험해보지 뭐!
사실, 이른 새벽이 늦은 밤 새벽보다 월등히 더 특별하다는 건 아직 잘 모르겠다. 자신 만의 시간을 갖는 건 늦은 밤에도 충분히 가능하다. 과연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단순히 하루를 일찍 맞이한다는 것.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 해가 떠 있는 밝은 시간을 길게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왠지 모를 상쾌함과 개운함. 묘하게 새벽 뽕 차오르는 근거 없는 기분 까지.. 이 정도가 되려나.
각각 장단점이 존재하고 사람마다 맞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단지 나는 지난 10년 동안 충분히 올빼미 생활을 즐겼을 뿐이고, 이제는 다른 시간을 경험해보고 싶다. 이른 새벽 시간을 살아보고 싶다.
나는 30대를 맞이한 나에게 이른 새벽이라는 선택지를 주기로 했다. 이미 내 몸과 정신은 늦은 저녁 리듬에 맞춰져 있지만, 한 번쯤은 그 리듬을 비틀어봐도 재밌지 않을까? 올빼미 생활은 충분히 경험했으니, '일찍 일어나는 새'로 써 경험의 폭을 넓혀보고 싶다.
혹시 알까? 앞으로 또 10년 간 아침형 인간으로 살다 보면 마흔이 되었을 즈음.. 그때쯤이면 비로소 장단점을 비교해볼 수 있을지. 어떤 시간, 어떤 리듬이 나와 맞는지 말이다.
이른 새벽 시간을 산다는 건, 어쩌면 새로운 실험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주는 또 다른 기회가 되지 않을까. 앞으로 부딪히게 될 고난과 즐거운 시간이 기대된다.
모쪼록 즐거운 과정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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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르르 무너진 인간의 1월 새벽을 기록합니다..
호호호 코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