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dust Jul 25. 2023

'나는 시댁과 절연했다' 브런치북을 엮어 내면서




브런치를 알게 된 건 최근이었습니다.

우연히 키워드 검색으로 들어온 이곳에는 제 각각의 사연이 있는 글들을, 마치 아주 가까운 지인 아니고서야 들을 수 없는 그 사연들을 서론, 본론, 결론까지 쓰여있는 것을 보고 매력을 느꼈고, 나의 이 평범하지만 고통스러웠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월 초에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되었고

7월 13일 오후 5시경 작가신청을 한 후, 14일 오후 3시경 작가가 된 것을 축하한다는 앱 푸시 알림과 메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게 뭐라고 가슴이 두근거린 순간을 잊을 수 없네요. 14일부터 나의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적다 보니 18일 오전, 우연히 브런치 홈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가입할 때까지만 해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라니 생각도 해보질 못했고 그저 나의 글을 써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는데, 며칠 만에 새로운 꿈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부터 목차를 짰고, 상처를 받았던 순간들을 시간 순서별로 사건별로 정리하는 작업을 거쳐 생각나는 대로가 아닌, 누가 보아도 읽힐 수 있도록 서론, 본론, 결론으로 만들다 보니 나의 상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스스로를, 남편과 시댁을 이해하는 시각을 막연히가 아닌 좀 더 촘촘하게 가질 수 있는 시간을 보냈고, 그 결과물로서 브런치북을 엮을 수 있었습니다.



브런치북으로 엮어본다는 것은 제게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닥이 잡힐 수 있게 되는 진귀한 경험이었습니다.



18일부터 24일까지, 단 일주일 만에 햇수로 7년을 담아내었네요. 그간 견디기 힘들었던 일들을 정리하듯 써 내려가다 보니 당시엔 죽을 것 같았던 고통도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인 줄 알았는데,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단순히 시간만 지나서가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정말 많이 변해주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남편이 변했다는 건, 없던 사랑이 생겨서가 아닌, 대화하는 방법과 배려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아내에게 닿게 되었기에 변해진 것으로 느끼게 된 것이라 설명하고 싶어요.



만약 남편이 그대로였다면, 저는 이곳에 아이 둘을 낳은 여자로 둘 중 하나를 양육하고 있을지, 아니면 둘 다일지, 그도 아니면 양육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고부갈등과 남편과의 불화를, 같은 주제로 이혼하게 된 경위를 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남편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가 당신과 살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으로 맞추어왔듯이, 당신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무심함을 버리려, 이해와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려 참 무던히도 노력을 했겠구나 하고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 작가가 된 날, 글을 올리고 첫날엔 조회수가 143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음날엔 300대, 그다음엔 600대 그러고 나서는 만대로 뛰더니 저번 일요일엔 9만 명이 넘게 제 글을 보셨더라고요. 아직 브런치북으로 엮기도 전이였는데 씁쓸한 마음 반, 기쁨 반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의 글을 읽어주신 데에는, 현재 이혼을 고민 중이거나 종교갈등에 시달리고 있거나 고부갈등을 겪고 계시거나 남편과의 불화로 고통을 느끼고 계신 분들이실 거라 조회수가 올라감에 따라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저 역시 굉장히 힘들었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었지만, 그래도 그 사이사이좋았던 기억들이 있었기에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네 일상이 힘든 순간이 있더라도 모든 순간이 다 지옥일 수는 없을 테니까요.




저의 경우, 이혼을 결정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남편의 고마움을 느껴보질 못했습니다.

그러나 협의이혼서류를 써보고 나니, 그리고 남편에게 저의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나니, 그제야 감사일기를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쓰다 보니 남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브런치북을 어제 엮어내고 내니, 오늘 브런치앱 메인에 뜨게 되었어요

글을 쓸 때까지만 해도 느껴보지 못했던 마음인데, 나의 이야기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기분에 낯부끄러운 기분이 드네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족 모두가 이 글을 보게 되었을 때 괜찮을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저는 모두가 알게 된다 해도 괜찮아질 정도의 정신과 마음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구독자수도 가입한 지 열흘 만에 백 명이 넘는 숫자를 기록하고 나니, 구독자 급등 작가에도 뜨게 되었네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나만의 경험이라기엔 모두의 경험 같았던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이래도 살아지고 저래도 살아지는 인생이라면, 그래도 한번 잘 살아보는 방법을 빨리 알아채는 게 인생을 조금은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의 며느리, 모두의 아내

이제는 희생이 아닌 행복해짐으로써 아이들에게도 행복한 엄마가 될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