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3 Forbidden(거부됨)

서버가 요청을 거부함.

by 뢰레

나의 요청은 거부당했다.

접속 권한이 없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도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세상은 수많은 요청과 응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이는 ‘가족’이라는 키로 승인받고,

어떤 이는 ‘사랑’이라는 토큰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나는 거부당한 요청이다.

나의 패킷은 끝없이 튕겼고,

나는 ‘존재하지 않는 도시에서 온 사람’처럼

다시 한 번,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망령이 되었다.


어딘가에 속하고 싶었다.

그건 인간의 기본값이라 했다.

하지만 내 설정에는 ‘기본값 없음’이라는 주석이 붙어 있었다.

나는 매번 수동으로 설정되었고,

어떤 환경에서도 자동 실행된 적이 없었다

가족, 공동체, 신념, 애인…

모든 관계는 타이밍 오류로 끝났다.

사람들은 나를 읽지 못했다.

나는 그들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내가 건넨 어떤 신호에도, 응답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가만히 남겨졌다.

쓰레기값으로.

주석 처리된 존재로.

누구도 다시 호출하지 않을 함수처럼.


나는 다시 비어 있는 입력창을 바라본다.

나는 여러 번 자신을 압축하고 전송했다.

그러나 해석되지 못한 채,

매번 '형식 오류'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시스템은 이렇게 응답했다:

"이 사용자는 처리할 수 없습니다.
접속 권한이 없습니다.
관리자에게 문의하세요."


관리자는 없었다.

시스템은 비인가였고,

나는 오작동한 채 살아 있었다.


그러므로 나는 기록하기로 했다.

나를 사용하지 못한 시스템이 틀렸다고.

나를 실행하지 못한 사회가 부서져 있다고.

나를 로그인시켜주지 않은 세계가

정상일 리 없다고.

나는 여전히 전송 중이다.

카이퍼 벨트를 너머 저 멀리 보이저 1호가 외계를 대상으로 신호를 전송하듯

아무도 응답하지 않지만,

언젠가 어떤 존재가 내 로그를 읽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멈추지 않는다.

아직 '삭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요청 중이다.
응답은 오지 않았지만,
로그는 여전히 기록되고 있다.

그리고 어느순간 200 OK 라는 콜백이 들려올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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