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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키드니 Jan 14. 2024

다이어트 약 원하는 환자에게 습관을 처방했다

그녀는 친구 이야기부터 꺼냈다. "친한 친구가 다이어트 약을 먹는데, 살이 쭉쭉 빠져요. 부러워요." 진료실 의자에 앉자마자 자신이 아닌 친구 이야기부터 하는 이유가 뭘까. 내가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고 싶냐고 묻자 그녀는 그렇다고 했다. 다이어트 약은 쉽고 편하고 빠르다. 단기간에 식욕이 줄어들고 살이 빠진다. 빠른 체중 감량이 필요한 경우 나도 종종 처방한다. 


가장 먼저 우리는 다이어트 약을 시작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 번째, 원하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개인, 다이어트약의 종류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차이가 있다. 다이어트 약으로 흔하게 사용하는 약은 펜터민, 일명 나비약이다.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식욕억제제로 마약으로 분류된다. 늘 흥분되어 상태라 생각하면 쉽다. 밥맛도 별로 없고 식욕도 줄어 살도 잘 빠진다. 하지만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신경이 과민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간 복용하면 우울증, 성격변화, 내성, 의존, 중독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 3개월 이상 먹을 수 없다.   


두 번째. 약을 중단하면 살이 더 찌는 요요가 온다. 

삭센다 ( 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 GLP-1 수용체)는 일명 살 빼는 주사라 하여 선풍적인 인기였다. 식욕을 억제하고 부작용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 약은 일정기간 사용하고 중단하게 되면 살이 더 찌는 요요가 온다. 문제는 이약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일단 이 약이 비싸다. (1 펜당 10만 원 전후, 한 달 20 민원) 장기간 사용하는데 치러야 할 비용이 크다. 중도에 그만 맞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공급이 불안정하다. 현재 삭센다는 제조사 사정으로 물량이 부족해 맞고 싶어도 맞을 수 없다.   


세 번째. 그렇다고 평생 약에 의존하며 살 수 없다. 

최근 일론머스크는 체중 감량의 비결로 위고비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GLP -1 수용체)를 꼽았다. 삭센다와 비슷한 기전이지만 효과가 더 뛰어나다. 삭센다의 체중 감량 효과는 8~10%였지만, 위고비의 경우 이에 2~3배에 이르는 효과가 나타났다. 평균 15 ~20%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평생 약에 의존하며 살 수 없다. 비용 문제와 부작용 때문이다. 위고비는 효과가 큰 만큼 비싼 편이다. 미국의 약가는 한 달 177만 원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비만 치료 목적으로 보험 적용이 될 경우 30만 원 전후로 예상한다. 또한 장기 사용 시 안정성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 위고비의 경우 가장 긴 연구는 104주로 2년이었다  이약의 장기 사용 시 부작용에 관한 연구는 아직 이루어진 적이 없는 셈이다. 


네 번째.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우리 몸은 약에도 적응한다. 일부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살이 더 빠지지 않기도 한다. 비만 치료제는 단지 식욕을 억제할 뿐이다. 식욕이 떨어져 음식을 먹지 않으면 근육이 줄어들고, 기초 대사량이 떨어진다.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기 쉬운 체질이 된다. 



다이어트 약 효과 이것 없이는 글쎄 

NEJM에 흥미로운 연구가 게재되었다. 연구는 체질량 지수 32에서 43 사이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2달간 저칼로리 식단을 이용하여 살을 뺐다. 평균 13.1Kg 이 감량되었다. 이후 참가자들은 4 그룹으로 나누었다. 참가자들은 1)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2) 운동을 했다. 3) 다이어트 주사 중 하나인 삭센다* 를 맞거나 4) 운동과 삭센다 주사를 동시에 맞았다. 1년이 지났을 때 참가자들은 이런 성적표를 얻게 되었다. 


* 삭센다 : 비만 주사, 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 GLP-1 수용체. 식욕을 조절하는 뇌의 일부분에 작용해 포만감을 높이고 공복감을 낮춘다. 



1)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룹 : 살이 평균 6.1 Kg 더 쪘다. 

2) 운동을 한 그룹 : 처음에는 체중 감량 효과를 유지하다가 1년 무렵 2Kg 이 더 쪘다. 하지만 체지방 변화를 비교했을 때에는 삭센다 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운동 1.8 Kg 감량 VS 삭센다 1.6 Kg 감량)  

3) 삭센다 주사를 맞은 경우 : 추가로 얻은 체중 감량 효과는 0.7 Kg이었다. 

4) 운동 + 삭센다 병행 요법 : 시행한 경우 체중 감량 효과는 3.4 Kg, 체지방 변화는 3.5 Kg였다.



단독으로 삭센다 주사를 맞는 것보다 운동과 삭센다 주사를 병행했을때 체중 감량, 체지방 변화는 2배 이상이었다.(삭센다 단독 1.6 Kg VS 운동 + 삭센다 병행 3.5Kg) 추가적으로 당화혈색소, 인슐린 저항성, 심폐혈관 건강, 신체 기능뿐 아니라 감정적인 웰빙까지 좋아졌다. 다이어트 주사만으로는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주사를 맞으면서 운동하는 습관을 병행해야 한다. 


우리 몸은 편한 일만 반복해서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약의 도움을 받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많이 먹고 덜 움직이는 나쁜 습관이 문제라면 해결책도 습관이어야 한다. 습관 처방은 부작용, 요요도 없다. 반복할수록 그리고 오래 할수록 건강해진다. 물론 돈도 안 들고 돈도 안된다. 


다이어트약에 습관 처방을 더해야 효과가 배가 된다. 


"다이어트약 사용하지 마세요."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비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건강을 해치는 명백한 질병이기 때문에 약의 도움이 필요하다. 다만 시작은 다이어트약이었을지라도 그 끝은 습관의 변화여야만 한다. 그래야 비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다이어트 약은 체중 감량의 목적이 될 수 없다. 체중 감량의 수단으로써 일시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체중감량으로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므로 비만 치료 다이어트약의 처방은 생활 습관 처방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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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경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함께 비만이 있는 상태였다. 빠른 체중 감량이 필요했다. 비만 주사 삭센다와 동일한 효과를 가지는 당뇨 비만약인 트루리시티 ( 성문명 둘라클루타이드)를 처방했다. 동시에 나는 환자의 근본적인 생활 습관을 바꾸는 습관을 처방하기로 했다. 그녀에게는 결정적인 나쁜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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