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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먹어도 혈당걱정 없는 사람들의 식탁

by 닥터 키드니

SNS에 파스타 사진을 올리면 꼭 받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면 먹어도 되나요?


건강식단에서 제일 먼저 제거되는 게 바로 '면'이다. 면은 탄수화물 덩어리로 혈당을 높이고, 살찌는 대표음식이다. 나 역시 진료실에서도 그렇게 말해왔다. "떡, 빵, 면은 줄이셔야 해요." 그래서 사람들의 질문이 낯설지 않았다. 사실 나도 면은 식탁에서 가장 먼저 치워야 할 음식이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사람들은 쌀이 주식인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파스타 면이 주식이다.


면이 주식인 이탈리아 사람들
왜 그들의 식탁은 건강하다고 평가받을까?


답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에 있었다. 혈당은 무엇을, 얼마나 먹었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조리하고 무엇과 함께 먹느냐에 따라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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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을 먹어도 혈당이 오르지 않는 이유

탄수화물은 혈당의 급류를 만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탄수화물을 줄이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탄수화물은 우리 식단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영양소다. 문제는 '탄수화물 자체'가 아니라 '탄수화물만 먹는 식사'다.


단순히 탄수화물의 양을 줄이는 것을 넘어, 함께 먹는 음식의 조합과 조리법, 먹는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식후 혈당을 낮출 수 있다. 이 주제에 관해 지난 30년간의 연구를 정리한 논문 한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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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식 조합

같은 면이라도 함께 먹는 영양소에 따라 혈당 반응에는 달라진다.


섬유질은 혈당의 완충지대다. 섬유질은 장까지 도달해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단쇄지방산으로 변하면서 간의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인다. 실제로 섬유질이 가득한 식사를 하면 식후 혈당반응이 46% 감소한다는 연구도 있다.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채소, 콩류, 통곡물, 견과류 등 식이섬유를 곁들이면 혈당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지방은 혈당 곡선을 완만하게 만든다. 위 배출을 늦추어 탄수화물의 소화 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올리브오일과 같은 단일불포화지방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 대사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흰쌀의 혈당반응은 2236이었지만, 올리브오일을 추가하면 1509로 크게 감소했다. 건강한 지방은 혈당의 속도를 부드럽게 만든다.


단백질은 혈당 반응을 느리게 하면서 동시에 낮추는 이중효과가 있다. 단백질은 두 가지 기전으로 혈당 반응을 줄인다. 위에서 배출이 지연되게 만들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게 한다. 저단백 아침 식사의 식후 혈당반응은 143 mg/dL이었지만, 고단백 아침 식사는 식후 혈당을 124 mg/dL로 안정되게 했다. 단백질은 포만감을 높여주고, 혈당은 낮아지게 한다.


마지막으로 추가해야 할 재료는 식초다.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은 위 배출을 늦추고, 포도당 흡수 속도를 느리게 한다. 흰 빵에 식초를 더하면 당지수가 35% 나 감소한다. 발사믹 드레싱, 식소, 초절임 음식은 혈당을 급등을 막아주는 소화기전이다.


2. 가공정도

식품은 가공될수록, 소화가 빨라지고 혈당이 빨리 오른다. 흰 밀가루 대신 통밀 파스타를 사용하면 식후 혈당 상승을 낮출 수 있다.


3. 조리 방법

푹 삶은 면은 전분이 젤라틴화되어 소화가 빨라진다. 살짝 덜 익힌 알단테 파스타는 전분 흡수를 늦춰 혈당 반응을 완만하게 만든다.


4. 차갑게 식혀 냉장 보관

조리 후 식히면, 전분이 다시 재재배열 되면서 저항성 전분이 만들어진다. 이 전분은 장에서 발효되어 혈당을 완화하고 장 내 환경을 개선한다. 냉장 보관해 두었던 음식을 다시 데워먹어도 저항성 전분은 유지되었다. 차갑게 식은 탄수화물이 몸에는 더 건강하다.


5. 섭취 순서

같은 음식이라도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서로 먹으면 혈당이 73%, 인슐린이 48% 감소한다. 채소 먼저, 면은 조금 나중에. 먹는 순서에 따라 혈당 곡선도 바뀔 수 있다.


6. 섭취 시간과 생체 리듬

포도당 대사는 낮에 활발하고, 밤에는 저하된다. 밤에는 탄수화물 비중을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의 비율을 높이면 혈당이 안정화된다.


면먹도 건강한 사람의 식탁은 다르다.

조리와 식품의 조합은 당뇨병의 혈당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치료전략이다. 면먹어도 건강한 사람들의 식탁에는 섬유질, 단백질, 지방과 함께 식초가 곁들여져 있다. 통밀파스타로 가공 형태가 적고, 알단테로 조리하고, 냉장 후 다시 데워 먹는다. 그리고 채소부터 먹는 것, 이 모든 것이 면 먹어도 건강한 이유다.


혈당 걱정 없는
샐러드 파스타 레시피

재료 (2인분)

통밀 파스타 100~50g, 방울토마토 300g, 양파 ¼개, 바질 한 줌, 올리브오일 3T, 화이트 발사믹 식초 2T, 레몬즙 1T, 다진 마늘 1 작은술, 간장 1T, 참기름 1t, 새우 6~8마리, 삶은 병아리콩 2T, 녹색 잎채소 한 줌, 소금·후추 약간, 옵션 홀그레인 머스터드 1작은술


만드는 법

1. 토마토 절임 (마리네이드)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가르고 양파는 작게 썰고, 바질은 길게 썰어 준비한다. 올리브오일 3T·발사믹 식초 2T·레몬즙 1T·다진 마늘 1t, 소금 조금 넣어 10분 정도 두면, 상큼한 토마토 절임이 완성된다.


2. 파스타 삶기

통밀 파스타는 살짝 덜 익게(알덴테) 삶고, 체에 건져 뜨거운 상태에서 간장 1T, 참기름 1t로 가볍게 버무려 둔다.


3. 식히기

파스타를 토마토 절임과 섞고 냉장 보관한다. 이 과정에서 저항성 전분이 만들어진다. 이때 홀그레인 머스터드 1t 더하면 풍미가 더 좋아진다.


4. 토핑 & 플레이팅

새우와 양파는 볶아 두고 토핑으로 활용한다. 접시에 녹색 잎채소를 깔고, 냉장 보관 한 파스타를 올리고, 새우와 병아리 콩으로 토핑 하면 완성이다. 먹기 직전엔 후추 톡톡 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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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괜찮아요.
이렇게 드시면 됩니다.


음식도, 삶도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된다, 안된다, 좋다, 나쁘다로 나눌 수 없다. 어떤 재료를 더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보이듯, 누구와, 어떻게 살아가냐느에 따라 우리의 삶도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무엇을 더하고, 어떻게 조리할까. 인생이든 요리든, 그래서 기대된다.



오늘 내용 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https://youtu.be/6 A5 YXslS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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