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즐기는 남자
나는 노래가 좋다.
차분한 발라드를 좋아한다.
성시경, 김동률, 폴킴
높은 옥타브로 인해 부르지 못하지만 좋아하는 가수는
신용재, 투빅이 있다.
평소엔 잘 올라가지 않다가 어느 날 완곡을 하는 날에는 정말 행복하다.
시원하게 브리지 끝부분에 터져 나오는 감정의 옥타브는 희열이다.
랩도 좋아한다. 목이 쉴 때 부를 수 있는 비장의 무기로 준비했는데 좋아하는 곡들이 생긴다.
한국 랩은 영어와 달리 라임을 맞추는 것이 너무 뻔하지만 그런 단점을 뛰어넘는 언어의 마술사들을 존경한다. 랩을 부를 땐 욕 부분은 일부러 생략한다. 비속어가 종종 들어가 있지만 이 장르가 참 파워가 있다고 생각한다.
합사 중 야근을 매일 하던 때, 퇴근 후 동료 분께서 코인 노래방을 제안했다.
노래방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분은 높은음을 참 잘 쳤다. 안정적이고 락 적인 발성이 장점으로 보인다. 알고 보니 UCC도 올렸던 전적이 있는 실력자였다.
첫곡을 양보하고 성시경의 거리에서를 예약했다. 한동안 격상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몇 달 만의 노래방이던가. 최상의 컨디션인 성대로 시원하게 마지막 소절까지 마무리했다.
칭찬을 받았다. 잘하는 축에 속한다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낼 줄 안다며 비행기를 태워주셨다. 내 단점인 고음을 치지 못하는 것도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고 말해주셨다.
실력자가 그런 말을 해주니 참 기분이 좋았다. 즐거웠다.
그 분야의 실력자가 칭찬해 주는 것의 가치는 달랐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 분야의 실력자가 됨으로 내 칭찬의 가치를 올리는 것.
칭찬에 인색하지 않고 확실한 강점을 알아내고 칭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칭찬받은 사람이 나에게 칭찬을 받은 것이 행복하기를.
고등학교 때부터 노래방을 가기 시작했는데 처음은 자의가 아닌 어울리기 위한 목적으로 갔다. 그땐 곡이 왜 그렇게 다 높았는지 힘들었고, 무슨 곡이 나에게 맞는지도 몰랐으며,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도 참 힘들었다. 그렇게 몇 번을 가면서 배워갔다.
본격적으로 노래실력이 늘었던 건 군대 코인 노래방 덕인 것 같다. 천 원에 5곡으로 기본적으로 다 소진하고 갈 정도로 열심히 불렀다.
복학하고 학교를 가보니 코인 노래방이 참 많아졌다.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원하는 만큼만 부르고 나올 수 있는 정말 멋진 곳.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난 참 좋았다. 같은 동아리 동기와 한 때 자주 노래방을 갔었다. 그 친구가 노래를 참 잘 불렀다. 편하고 시원하게 불렀다. 예약하기도 잠시 잊고 감상하는 순간이 좋았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젠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그리고 즐기기 때문에 언제 누구와 가도 맞춰주며 놀 수 있다. 그러나 혼자가 가장 편하고 좋다. 혹은 3명 이하의 편안한 인원이 제일 적당하게 느껴진다. 즐길 줄 아는 사람과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그 축복을 누릴 때 감사가 절로 나온다.
코인 노래방에서는 천 원이면 짧게는 두곡 많으면 4곡까지 즐길 수 있다. 천 원은 부담스럽지 않다. 천 원이면 잠시 다른 공간을 소유한다. 에너지를 발산하고 누린다. 스트레스 해소로 가성비가 참 좋다. 나에겐 참 좋은 취미로 소개할 수 있다. 취미로 노래를 즐기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