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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든웨이브 Oct 11. 2023

자신만의 속도

첫 아이가 7살 된 올해 남편은 육아 휴직을 했어요

초등학교 가기 전 아이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바램이였죠

특별한 계획없이 아이와의 시간만을 목표로 육아휴직을 했지만 아이가 유치원에 간 낮시간은 오롯이 어른들만의 시간입니다


"휴직하면 뭘 해보고 싶었어?"

"목공을 한번 배워보면 좋을것 같아"


실행력이 빠른 저와는 달리 남편은 실행하는 데 시간이 꽤나 걸려요

그런 성격이기에 목공이라는 취미 생활을 선택한거 겠지만 원래 가려던 목공 클래스가 문을 닫아버린 탓에 휴직한지 4달이 되도록 새로운 곳을 알아보지 않고 있어요 

언젠가는 가겠지 하고 두고 보고 있는데

무료한 낮시간을 보내는 남편의 기분이 자꾸만 다운되는게 느껴져요


육아휴직을 미리 해본 저로선 평생을 생산적인 활동을 하다가 휴직자가 되었을 때 우울감이 찾아오는 그 기분을 알기에 오늘은 아예 맘을 먹고 남편을 재촉해 목공을 배우는 곳을 찾아갔어요

두 곳을 방문해보고 남편이 꽤나 마음에 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한 마음에 남편을 재촉합니다


"이번주 중엔 등록해서 다음주 부터 다니는거 어때?"

"응 알겠어, 근데 넌 내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그 순간을 기다려 주지 못하는구나

널 위해 나를 재촉해 여기까지 온거 같은데, 나도 우울할 시간이 필요해"


그 말을 듣고 순간 뜨끔했습니다

제가 남편이 우울해 지는 것을 견디지 못해 여기까지 데리고 나온걸 들킨것 같은 마음이랄까...

남편의 속도를 이해해주지 못했구나...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요


저는 실행력이 좋은 대신 실수가 잦고

남편은 준비성이 좋은 대신 속도가 떨어져요


요리를 할 때 보면

저는 재료손질 보다도 인덕션에 불을 키는 것부터 시작하고

남편은 재료손질이 다 끝나고 나서야 요리가 시작됩니다


그러한 성격으로

저는 경험해보면서 배우는게 크고

남편은 머리속 시뮬레이션을 먼저 그리고 나서야 실행을 합니다

그러기에 한번의 실행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때가 많아요

나무를 벤다고 생각하면 저는 도끼질을 100번 하는 사람이고

남편은 도끼날을 99번 갈고 1번만에 나무를 베어버리는 것과 같죠


그렇게 각자의 생각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았을 때

우리둘은 항상 예측불가 입니다

사람은 예측 불가한 상황을 불편해 하기에 나의 방식대로 타인을 바꿔가려고 했던 거 같습니다


이번일도 저의 예상으로는

실행력이 떨어지는 남편에게 나의 실행력으로 밀어붙여 불꽃을 만들어주어야겠다 라고 시작했지만

남편에게는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되돌아 보면 저도 그런 시간이 필요했고 그런 시간을 가질때 기분이 다운되는것도 인정해 주어야만 또 다른 발전이 있었는데

제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남편의 시간이 무나도 긴 시간이라 기다려주지 못했던거 같습니다


각자의 속도가 다름을 인정해 주는 것이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길임을 배우네요


100번의 도끼질이든 1번의 도끼질이든 결국 나무를 베면 되는거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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