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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천사람 Jan 22. 2024

가능성을 본 브랜드에서 - #6

설득까지가 일이다

설득에 실패했습니다.

생각 - 제안 - 설득이 끊임없이 오가는 업이라

이제는 한두 번 부러지는 건 놀랍지도 않습니다.

그 과정이 몇일에서 몇 주가 걸렸던 적도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이 묘하게 잔상이 남아있는 느낌은

몇 년이 지나도 떨쳐내기 어렵습니다.


제 주변 모든 마케터들이 그렇지만,

설득이 막혔을 때의 느낌은

게임에서 보스와의 대결까지 어렵게 갔다가

계속해서 보스한테 게임 오버 당할 때와 비슷하거든요.



구두로만 오갔던 내용,

팀원들의 생각을 정리해서 전략서를 썼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써 볼 때와 달리 작성기간도 짧았고,

스스로 설득이 되는 동시에

팀장님 - 이사님까지 OK 됐던 터라

큰 문제없이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 생각부터가 잘못됐던 것 같습니다.


"기존보다 0배 개선되었습니다."

"고급 소재를 사용하여 00한 무드를 보여줍니다."


사용경험 없이, 추상적으로만 얘기하는 설명문구들.

상황과 필요성에 대한 얘기 대신 USP만 소구 하는,

소위 말하는 "우리 제품이 정말 좋습니다."를 말하던 때는 지나간 지 오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이 궁금해지면

그것을 써 본 사람, 몸에 걸친 사람이 궁금해지고

그 사람은 어떻게 쓰고 있는지,

정석적인 방법 외에 독특하게 쓰는 방법이 있는지,

그 끝은 내가 따라 하고(따라 사고) 싶어 지는지에 대해 최근의 소비자들은 끝없이 고민합니다.


이것을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인 수단이 "룩"이고,

패션 외의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에서

사람이 등장하는 모습을 에디토리얼에 많이 보여주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상황과 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끝은 항상 '사람'에게 닿아있습니다.



점차 상황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에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고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제 주변 많은 사장님들, 오너 분들께서

공통된 고민을 많이 안고 계십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늘었으면 좋겠다'

'알아서 우리 얘기를 퍼 갔으면 좋겠다'

'우리 모르던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초개인화 시대에서

개인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면

“우리 것이 좋고 대단하다” 보다는

“이런 사람과 함께하려고 이걸 만들었다”를

얘기해 보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요.

얘기하는 수단이 무엇이 됐든 간에요.


설득은 산 넘어 산.

이 진심이 통하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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