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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천사람 Mar 30. 2024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42.195km 마라톤 풀코스 신청


회사에서 지원해 줄 때에는 안 나가던 풀코스를

퇴사한 뒤에야 신청했습니다.


대회는 올해 11월. 

넋 놓고 있다 보면 이 시기도 금방 오겠죠.



저는 달리는 걸 좋아합니다.

'혼자 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크루 러닝으로 달리기를 먼저 접해서 그런지

달리기가 꼭 혼자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대회 당일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출발선 앞에 섰을 때의 그 떨리는 느낌을 좋아합니다.


왠지 모르게 뽕이 차는(?) 것 같기도 하고,

페이스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면

슬쩍 옆으로 가서 페이스 유지하며 뛰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결승선에 금방 들어오더라고요.

달리기에 관심 없던 사람들을 끌어주며 완주했을 때

묘하게 성취감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어쩌면 몸 풀고 뛰기 직전까지가 제일 좋을지도 모릅니다.

달리다 보면 생각보다 지루하고 힘들거든요.


그럼에도 달리는 걸 멈추지 않는 건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기분 때문입니다.


회사 다니면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안 하고 싶을 때가 있죠.

그래도 열심히 산다는 말을 듣고 지내고 있지만,

저 또한 사람이기에 스스로 핑계를 찾을 때가 많습니다.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나가는 게 가장 커요.

특히 달리기에 익숙지 않은 동료들과 나가게 되면

저 혼자 오버 페이스 되지 않고

모두가 부상 없이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들어오면 또 재밌습니다.

할 걸 다 해낸 느낌.


확실히 러닝은 여럿이서 같이 해야 재밌습니다.


어떤 형태든 간에

주로 옆에서, 결승점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달리는 중에 큰 힘이 되거든요.


작년은 10K였지만,

올해 JTBC 마라톤은 풀코스에 도전합니다.


아무도 없는 주말 새벽에 일찌감치 나가면 재밌습니다.

집결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신기하고,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기현상도 신기합니다.(사실 불편해요)



비가 와도 핑계는 없습니다.

오면 오는 대로,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뛰는 거죠.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어릴 때 운동에 크게 관심을 가졌던 적도,

딱히 특출 나게 잘했던 적도 없습니다.

늘 B+만 유지하면서 지냈거든요.


그러던 제가 장교 생활을 하게 되면서

체'술'은 미흡하더라도

체'력'은 정점을 찍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정점은 달리기에도 영향을 줬고

그때 터놓은 심폐지구력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체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

도망치고 싶었던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당장은 안되더라도 언젠가는 된다'라는 마인드를

체력관리, 특히 달리기를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또 한 번 도전합니다.


결혼하기 전에 부상당하면 안 되니까,

나는 요즘 잘 시간도 없으니까,

나중에 연습하면 되니까,

아직 운동이 부족하니까.


머릿속을 채웠던 수많은 핑계를 내려두고

다시 한번 저와 싸우러 갑니다.

분명히 고통스럽겠죠. 


그래도 그 고통을 넘어서면

그보다 큰 배움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열심히 뛰고 계시는 수많은 러너 분들을 응원합니다.

11월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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