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겪는 부상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걷지를 못했습니다.
'오늘 진짜 출근 못 하겠다'라는 생각을 처음 했고,
태어나서 처음 겪는 부상의 여파를 뼛속까지 느끼고 있어요.
그렇게 급하게 연차를 냈고,
발등에 누군가가 못질을 하는 듯한 정신 나간 고통에 휩싸이다가 진통제 먹고 몇 시간을 쉬었네요.
정신 차리니 통증이 조금은 가라앉았고
이대로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워서
방에서 그동안 밀렸던 과제들을 하나씩 쳐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 책상 앞에 앉아서 일을 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달리는 속도로 산을 타는 트레일 러닝.
살면서 '언젠가는 도전해야지' 했는데,
이렇게 큰 여파를 불러올 지는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미숙한 것도 있었고,
하산할 때 왼쪽 발목만 5번 연속으로 접질린 게
부상이 심화된 데 가장 큰 원인 같아요.
다행히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인대 쪽에 손상이 있었습니다. 다행인지 아닌 건지 모르겠지만 인대와 관절의 구조를 이 부상을 통해 알게 됐네요.. 앞으로 더 조심할 것 같습니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교통사고처럼 후폭풍이 세게 올 줄은 몰랐습니다.
오히려 당일로부터 2~3일 후까지는 고통 없이 붓기만 있었는데, 부기가 싹 빠지고 멍만 내려앉으니 미친 듯이 고통스럽습니다. 특히 지면에 발을 디딜 때, 굵은 못을 망치로 발등에 내리찍는 느낌입니다. 경미하게 통풍 비슷한 증세가 있었을 때보다 심한 고통이에요.
사실 11월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하며
안전하게 뛰어 왔고, 몸도 20km 이상 달리기에 적응하고 있어 '안전한 러닝은 잘 지켜가며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매일 퇴근하고 10km씩 뛰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리고, 일주일에 40-50km를 채우지 않으면 숙제가 밀리는 기분이기도 했거든요. 그러던 중에 새로운 도전을 해봤던 건데, 지금이나마 브레이크가 걸린 게 천만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회복에는 최소 3주가 걸린다는데,
다시 예전처럼 몸을 적응시키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겠죠. 오히려 선선한 9-10월에 똑같은 부상을 입었다면 1년을 준비한 풀코스 마라톤은 과감하게 포기했을 겁니다.
이번을 계기로 몸에 대해서, 안전에 대해서
더 경각심을 갖게 된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일 하느라 피곤할 텐데,
일어났을 때부터 잠들기 전까지
제 발을 계속해서 챙겨주는 와이프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몸이 보낸 싸인이라 생각하고, 당분간은 회복에 집중해야겠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노력의 시간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더 건강한 생활을 위해 건강을 되찾을 때인 것 같아요.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야간 산행/러닝은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부상 중에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고 챙겨주신 팀 케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