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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민 13년, 삶의 질이 달라졌다

[이민자 인터뷰⑮] 호주 시드니 심소연

우리(김병철, 안선희)는 10개월 동안 세계여행을 하며, 해외에 사는 한인 이민자들을 만났다.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 문화, 사람들 속에서 살아보는 것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기록을 공유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민을 하면 한국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새로운 직업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웹 기획자로 일했던 심소연씨는 호주에서 업무 연관성이 있는 UX 디자이너로 취업하는데 성공했다. 정착 후 부모님까지 초청해 함께 살고 있는 그의 호주 이야기를 들어보자.


심소연

-거주지 : 호주 시드니

-UX 디자이너

-호주 거주 13년(시민권자)

*모든 내용은 2018년 2월 인터뷰 시점이 기준입니다.


Timeline

1999~2004년 웹 에이전시 근무

2004년 영주권 취득, 호주 시드니 도착

2004년 호주 의류업체 입사

2008년 부모님, 시드니 도착(기여제 부모초청비자)

2010년 호주 제약회사 입사

2016년 화이자 입사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사진=김병철

미래가 보이지 않았던 회사생활

강압적인 회식과 조직문화에 넌더리가 난 소연씨는 1999년 친척이 살고 있는 호주에서 열흘간의 꿈같은 휴가를 보냈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호주 생활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에이전시에서 ‘을’로 살아가던 그는 결국 호주 이민을 결심했다.


-호주 이민을 처음 고민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희 때는 어학연수가 흔하지 않아서 해외여행 한 번 가본 적이 없었는데, 큰아버지와 고모가 시드니에 살고 계셨어요. 1999년 추석 연휴에 열흘 휴가를 쓰고 친척도 볼 겸 시드니에 놀러 왔어요.


사촌 언니들이랑 놀고 캔버라 여행도 가고 열흘 호주 생활을 하면서 ‘호주에서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과 달라 보였어요. 저녁엔 항상 가족이 모여서 밥을 먹고, 여유있고 급하지 않아서 스트레스도 별로 없어 보이고요.


-어떤 열흘을 보냈길래 그런 생각이 드셨어요?

그 당시에 회사 생활이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저는 술을 거의 못 마셔요. 근데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하면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굉장히 힘들어요. 저희 직장에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일은 일대로 힘들던 차에 호주를 오니까 너무 여유롭고 그 스트레스가 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부터 생각하기 시작한 거죠.


-이민을 결정한 이유는 뭔가요?

전 사람들과 술 마시고 밤 문화를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제 라이프 스타일이 ‘한국보다는 외국이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한국에서는 제 미래가 그다지 보이지 않았어요. 제가 영문과를 나왔어요. 사람들은 영문과 나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사회에서 뭘 하기가 되게 애매한 과예요.


한국은 체력과 정신력이 굳건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어요. 그렇게 일하더라도 여성에게는 기회가 적기도 하고요.


저는 결혼해서 가정을 갖는 것 보다는 제 일을 하는 것이 우선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 가정일과 직장일을 동시에 할 용기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민을 결심하게 됐고요.


혼자 자라서 그런지 모르는데 겁도 좀 없는 편이에요. ‘호주 가서 한 번 살아볼까’ 그런 생각부터 시작한 거였어요.


-한국에서 웹 기획자로 일할 때는 어떤 삶을 살았나요?

웹 에이전시(웹사이트 등 제작·운영 대행사)에서 일할 때는 아침 6, 7시에 나가서 온종일 일하고 저녁까지 먹고 밤 9, 10시에 퇴근했어요. 집은 거의 잠자러 가는 데였죠. 야근을 정말 정말 싫어했는데 어쩔 수 없잖아요.


가끔 저녁을 안 먹고 일하고 7시 정도에 퇴근했는데 그것도 눈치를 되게 많이 봤어요. 상사가 불러서 (뭐라고) 얘기하고요. 그렇게 살았어요. 에이전시 업무가 대부분 그렇죠.


-내가 5, 10년 후에도 이 회사 혹은 이 업종에 있으면 이런 삶을 살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건가요?

네. 99년에 호주 왔다가 이민 생각을 시작했고요. 웹 에이전시에서 일하면서 ‘가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굳히고,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민 준비를) 시작한 거예요.


-이민을 위해 어떤 것부터 준비하셨어요?

이민박람회가 있더라고요. 거기 가서 이주공사 분들에게 이민 종류 설명을 듣고 인터넷으로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호주 이민성 사이트에도 계속 들어가고요.


호주에 있는 이민 법무사에게 연락해서 준비해야 할 것과 가격 같은 걸 계속 업데이트했어요. 처음에 정보 모으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정책도 자꾸 바뀌니까 본인이 많이 찾아보는 게 제일 중요해요.

미국 샌디에이고 여행 중인 심소연씨. 사진=심소연 제공

만만치 않았던 호주 취업

이민을 결심한 소연씨는 3년간 천천히 이민을 준비했다. 2002년 그는 웹 기획자로 일한 경력으로 독립기술이민(마케팅)을 신청했다. 시드니에 사는 친척들의 스폰서 점수도 도움이 됐다. 2004년 기다리던 영주권을 손에 쥔 그는 바로 시드니에 도착했지만, 경력으로 취업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빗나가고 말았다. 문제는 영어였다.


-처음 시작은 어땠어요?

일주일 정도 큰아버지 집에 있다가 아파트 렌트를 구했어요. 그리고 6개월 동안 정부가 운영하는 (영주권자 대상) 어학원을 다녔어요. 일자리는 계속 알아봤지만 영어가 안 되니까 지원할 엄두가 안 나는 거예요.


영문과를 나왔음에도 여기 영어를 못 알아들었어요. 제가 배운 발음이랑 호주 사람들 발음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겨우 겨우 몇 마디 하는 수준? 기본적인 것부터 안 되니까 되게 자괴감이 들었어요. 물건 사는 건 쉽지만 업무를 하는 건 너무 다른 얘기니까요.


-그래도 호주 도착하고 8개월 만에 취업을 하셨네요?

어학원을 다니던 중에 밸리걸에서 직원 모집하는 걸 봤어요. 호주 패션회사인데 대표가 한국 사람이고 한국 직원이 대다수였어요. 한국에서 일하던 웹 기획 업무는 아니었지만, 일단 일을 해야겠다 싶어서 (재고 관리, 머천다이징 직무에) 지원했어요.


-지금 회사로 이직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밸리걸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웹 에이전시로 이직을 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도 그렇고 호주에서도 웹 에이전시에서만 오랫동안 일하다보니 클라이언트 쪽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많았어요. 그래서 호주 로컬 회사를 목표로 이력서를 많이 넣었어요.


어느 업종이든 디자인 분야는 다 지원했어요. 일처럼 하루에 10군데씩. 100군데 정도 보내면 10군데 정도 연락이 왔어요. 면접은 20~30번 정도 본 것 같아요. 그러다 한 제약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2010년부터 UX 디자이너로 일했죠.


-한국에선 웹 기획자였는데 호주에선 UX 디자이너로 일하시네요.

호주엔 웹 기획자라는 게 없어요. 프로젝트 매니저가 있지만 달라요. 그래서 여기선 디자이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기획자 되기 전에 웹 디자인도 배웠고 디자인에도 관심도 많았거든요.


예전엔 웹 디자인이 웹 사이트를 세련되고 예쁘게 만드는 거였다면, 지금은 (사용자) 데이터에 근거해서 웹 사이트를 디자인하잖아요. 데이터 리서치해서 어느 부분에 어느 콘텐츠를 넣어야 하고, 그 콘텐츠가 어떻게 보이게끔 디자인하는 게 UX 디자이너의 일이거든요.


UX 디자인은 데이터, 마케팅도 봐야 하고, 같이 아우르는 게 많기 때문에 기존에 하던 기획 일이 많이 도움이 돼요. 호주와 한국은 웹 디자인 트렌드가 달라서 이곳에 맞는 디자인을 익히기 위해 꾸준히 유럽의 웹 디자인을 벤치마킹했어요.


-제약회사부터는 완전한 호주 회사였는데요. 일해보니 한국 회사와 다른 점이 있었나요?

일단 매니저라고 ‘매니저님’ 이렇게 부르는 거 없이 서로 이름으로 부르고요. 상하의 개념도 별로 없어요.


‘뭘 해야 한다. 몇 시까지 뭘 해라’라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세세한 업무 지시)가 없어요. 프로젝트를 큰 단위로 ‘너가 알아서 쪼개서 하라’고 믿고 다 줘요. 만약 결과물이 안 나왔을 경우엔 의논을 하지만 큰 틀만 던져줘요.


여기 회사들이 경력직을 선호하는 이유예요. 경력으로 온 사람은 자기가 알아서 스케줄 짜서 일하기 때문에 조직이 ‘타이트’하게 되지 않죠.

회사 연말파티에 참가한 심소연씨. 사진=심소연 제공

-지금 회사의 업무 강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한국과 비교해서 확실히 적은 편이에요. 회사에 업무 강도를 담당하는 팀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이 직원이 업무가 과중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으면, 매니저급이나 인사과에서 조절해줘요.


호주의 근무 환경은 직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서, 최대한의 결과를 내는 데에 목적이 있어요. 여기서 지원엔 직원의 복지도 포함된 거예요.


실제로 업무를 하는 데에 있어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인하우스(클라이언트)’도 웹 에이전시에게 타이트하게 스케줄을 요구하기 보다는 적절하고 충분히 상호간에 이해 가능한 스케줄을 서로 협의해서 맞춰나가요. 이 업무가 보통 몇주 정도 걸리는지 머릿속에 있으니까 다 이해를 하죠.


중요한 건 이렇게 일을 하더라도 웹 사이트를 제작하는 기간이 한국과 비교해서 절대 길지 않다는 거예요. 업무의 집중도나 효율성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죠.


-집중력 있게 일한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죠. 여기는 중간에 쉬는 게 없어요. 한국에서 일할 때는 중간에 어디 나가서 얘기도 하고 커피도 마셨는데 여기는 그런 시간은 없어요. 물론 그런 시설은 되어 있지만 잘 가지 않아요.


저희도 ‘나인 투 파이브(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지만 업무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스케줄에 맞게 업무가 완료되는지가 중요해요. 그래서 개인이 스스로 시간 배분을 하고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일을 하죠.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집중도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 같고요.


-휴가는 얼마나 쓸 수 있나요?

연차(Annual Leave)가 1년에 4주예요. 이 휴가 시스템은 호주에 있는 거의 모든 회사가 동일해요. 화이자라서 그런 것도 아니고 에이전시라 다른 것도 없어요. 그리고 아프다거나 일이 있으면 10일의 ‘개인 사유에 따른 휴가’(Personal Leave, 병가 등 포함)를 쓸 수 있어요.


더하면 1년에 38일 정도 쓸 수 있는 거죠. 휴가를 쓸 때는 보통 최소 한 달이나 두, 세 달 전에 매니저와 상의를 해요. 안 된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운전하는 심소연씨. 사진=김병철

-한국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제일 만족하는 게 뭔가요?

회사 생활 자체에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는 거요. 업무 끝나고 회식을 가야 하는 스트레스, 저녁을 먹지 않고 퇴근하면 받아야 하는 눈치, 과도한 업무량에 대한 스트레스. 그런 게 전혀 없으니까 회사 생활하는 데 제일 만족해요.


개인 시간이 늘어서 운동이나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많아졌고, 휴가 사용에 제약이 없어서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게 됐어요.


그다음엔 급여요. 제가 한국에 있을 때는 이 정도를 받을 거라고 생각을 안 했어요. 그리고 한국에선 여성으로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이 한계가 있지만, 여긴 비교적 남녀 수준이 비슷한 편이고 연봉 수준도 한국보다 높아요. 물론 연봉이 높을수록 세율도 높지만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그 이상으로 (혜택) 받는 게 많으니까 경제적으로도 괜찮아요.


-세금은 얼마나 내나요?

예를 들면 한 달에 1000만원을 받는다면 세금으로 300만원 정도 내요. 소득별로 세율이 달라서 소득이 적으면 세금도 적게 내죠.


저는 여기 살면서 ‘정말 힘들다’는 생각은 해본 적은 없어요. 그만큼 혜택도 많이 주니까요. 의료는 거의 공짜예요. 내시경이나 CT 촬영도 다 공짜예요. 치과, 안과는 예외지만 다른 거에서 혜택을 많이 받고 부모님도 기초연금(Age Pension) 받으시니까요.

2018~2019년 호주 영주권자 세율. 출처=호주 정부

부모님과 함께하는 호주 생활

소연씨는 지금 시드니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그의 부모님은 2008년 기여제 부모초청비자를 받아 호주로 이주했다. 현재는 두 분은 호주의 풍부한 복지정책 덕에 적지 않은 기초연금을 받고, 무상의료의 혜택도 누리고 있다.


-소연님이 부모님에게 같이 살자고 제안한 건가요?

부모님도 술을 못 드셔요. 여기서 운동도 많이 하고 놀러도 다닐 수 있으니까, 한국에서 생활하시는 것보다 여기가 잘 맞겠다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부모님도 저 하나 보고 오신 거죠. 또 친척들도 계시니까요.


제가 이민을 결심할 때 이미 부모님도 (호주에) 오실 생각을 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차근차근 기다리면서 준비를 하셨죠.


-호주에 오시는데 얼마나 걸렸어요?

일반 부모초청은 5~10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기여제 부모초청을 신청해서 1년 10개월 정도 걸렸어요. 이 둘은 다른 카테고리라 할당 인원도 달라요. 지금은 기여제 부모초청도 신청자가 워낙 많아서 3년 정도 걸린다고 알고 있어요.


-기여금을 얼마나 내야 하나요?

(2008년에) 저희 부모님은 두 분이 약 7만5000달러를 냈어요. 지금은 거의 10만달러 가까이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도 빨리 되니까 많이 신청하죠.


-부모님이 영어를 따로 공부하셨나요?

호주에 와서 정부 어학원을 다니셨어요. 그 전에는 못하셨죠. 부모님도 어떻게 보면 은퇴 후의 생활이 ‘한국에선 답이 없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한국에서 집만 있다고 살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결국은 노후에 자식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다보니 호주의 기초연금과 복지혜택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거죠. 큰 아버지와 고모가 살고 계셔서 여러 혜택이 있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크루즈가 정박하는 시드니 서큘러 키(Circular Quay). 저멀리 오페라 하우스가 보인다. 사진=김병철

-은퇴 후라도 생활비 정도는 마련할 경제활동을 해야 하지 않나요?

제가 정규직으로 계속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든 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용돈 버는 수준으로 일하신다고 했는데, 실제론 며칠 일해도 한국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만큼 받으셨어요. 한국보다는 임금이 세니까요. 한인 업체에서 배달 같이 소소한 아르바이트를 하면, 일주일에 3일 일해서 한 달에 200만원 정도는 버니까 본인 용돈 정도는 된거죠.


-부모님도 생의 마무리를 호주에서 하겠다는 생각으로 오신 건가요?

네. 초반에는 경제적인 문제나 영어 때문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요. 제 생각에는 그런 어려움은 한국에서 겪는 어려움보다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딜 가나 그런 건 다 있잖아요.


호주의 기초연금은 2주에 최고 680달러 정도 받아요. 한 달로 계산하면 부부는 약 3000달러 정도를 받을 수 있어요. 개개인 별로 소득수준이나 재산 정도에 따라 차등이 있지만 그정도면 충분히 두 분이 생활하실 수 있어요.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라서) 연금 보험료를 냈느냐와 상관없이 받는 거죠?

상관없어요. 제가 아는 분은 여기서 단 한 번도 경제활동을 하신 적 없는데 다 받으세요. 영주권자 이상부터 일정 수준의 거주기간, 소득과 자산 기준이 되면 받을 수 있어요. 집 가격 등 자산에 따라 차등을 두고, 따로 개인연금이나 부동산 렌트비 같은 수입이 있으면 마찬가지로 차등 지급해요.


-자녀와 함께 살더라도, 소연님 소득을 합산하진 않아서 (부모님이) 기초연금 자격이 된 건가요?

함께 거주하더라도 여기서는 가족 수입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제 수입은 부모님 기초연금과 관련이 없어요.

 


[호주 연금제도]

-기초연금(Age Pension) : 거주기간 10년 이상, 자산, 소득 기준에 맞는 호주 영주권자는 65~67세부터 수령한다.(링크)

-퇴직연금(Superannuation Guarantee) : 사용자는 의무적으로 노동자(비정규직, 캐주얼 포함) 임금의 9.5%를 퇴직연금으로 납부한다.(한국어 설명)


[한국 연금제도]

-기초연금 :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부부가구에게 월 최대 25만원(2018년 9월 기준, 매년 물가상승률 반영)을 지급한다.

-국민연금 : 직장인의 경우 매달 임금의 9%씩 적립한다. 사용자가 4.5%를 내고, 노동자는 나머지 4.5%를 납부하며, 국민연금을 10년 이상 납부한 60~65세부터 받을 수 있다.(링크)



-부모님이 오셨을 때부터 같이 사셨어요?

네. 여기는 렌트비가 워낙 비싸서 따로 살면 돈을 못 모아요.


-집값이 어느 정도인데요?

천차만별인데 ‘투 베드(Two-Bedroom)’ 정도가 한 주에 600, 700달러니까 한 달로 치면 2800~3000달러? 한 달에 250만원 정도예요.


비싸죠. 한국에서 월세 250만원이면 압구정 같은 곳이겠지만 여기는 보통 그정도예요. 저도 힘들어서 집을 빨리 샀어요. 여기는 직장이 있으면 대출을 받을 수 있으니까, 대출 끼고 집을 사는 게 렌트보다 훨씬 싸요.


대출 이자가 렌트비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주택을 구입하고 있어요. 가능하면 집을 빨리 구입해서 가족이 함께 모여 살면 저축은 금방 할 수 있어요.


-두 분이 심심해하진 않으신가요?

솔직히 언어적인 것 빼고는 다 만족하시는데 이제는 언어도 알아듣기는 다 알아들으니까. 여기에 친척분들도 있고 한국 TV도 다 보시고요.

스위스 여행 중 찍은 사진. 사진=심소연 제공

사는 건 어디든 다 똑같아요

많은 이민자들이 하는 공통적인 조언이 있다. “사는 건 어디나 다 똑같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도 노력하지 않으면 사는 게 어려운 만큼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심소연씨는 “한국보다 편하고 안락한 삶을 위해 오신다면 이민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이민자들이 많이 하는 업종은 어떤 게 있어요?

(자본이 없고) 영어를 못하면 주로 청소, 페인팅 같은 3D업종을 많이 하고요. 돈을 좀 가지고 오시는 분들은 스시집, 가게, 식품점을 해요. 영어가 되거나 여기서 대학을 졸업하면 회계사를 하거나, 오피스잡(사무직)으로 취직하는 분도 꽤 있어요. 저희 회사에도 한국 사람이 3명 정도 더 있어요.


-2017년에 457비자(스폰서 취업비자)가 폐지됐는데, 호주의 이민 정책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요?

호주 사람들이 기술직에 약해요. 사회가 어느 정도 운영되려면 기술직 분야에도 사람이 필요해서 그런 쪽을 계속 뽑는 거예요.


그런데 기술이 점점 전문화 되잖아요. 의사 쪽도 세부 분야 쿼터를 늘리고, IT도 옛날에는 뭉뚱그려서 프로그래머였다면 지금은 자바 프로그래머, 데이터베이스 전문관리 이런 식으로 세분화하는 추세예요.


디자인 분야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IT는 영주권 받는 게 어렵지 않아요. 제가 아는 분도 금방 따서 오셨어요. 전문 인력을 더 영입하려고 독립기술이민 쿼터는 오히려 점점 늘려가요.


대신 부모초청의 경우는 호주 정부에서 봤을땐 그다지 필요한 인력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 쪽은 점점 힘들게 만드는 거예요. 457비자도 기술직 영입하려고 만들었는데, 동양인들이 식당 차려 놓고 편법을 많이 쓰니까 줄이는 거고요.


-호주 이민을 추천하시나요?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면 추천해요. 받을 수 없다면 시도를 안 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여기서 영주권 없이 살면서 고생 많이 하는 걸 봤어요.


-추천하는 이유는 연금, 무상의료, 무상교육 같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인가요?

그것도 있고요. 호주는 (취직을 하면) 임금이 세고 워라밸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어요. 삶의 질이 좋아요.

포트 스테판에서. 사진=심소연 제공

-사전 인터뷰에서 ’한국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마음으로 온다면 찬성이지만, 한국보다 편하고 안락한 삶을 위해 오신다면 반대’라고 했는데 좀 더 설명해주세요.

‘호주 가면 좀 편하게 살 수 있을까’로 이민을 생각해보는 분들이라면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내가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 나가서 편하게 살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은 이민을 생각해서는 안 되죠.


사람 사는 데는 어디나 똑같아요.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어디든 살기는 힘들어요. 한국도 똑같고요. 내가 노력을 안 하는데 나한테 무슨 기회가 오겠어요. 여기도 마찬가지거든요.


-’사전 조사를 해야 하지만 한계도 있다’라고 하셨는데요.

이민을 오려는 분들은 꼭 여기 와서 한 달이나 그 이상 살아보면 좋아요. 가서 겪어봐야 내가 어떤 게 필요하고, 어떤 게 힘들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죠.


‘가보니까 직장 구하는 게 어려워’, ‘청소 일은 많대’. 남에게 그렇게만 듣고 판단하고 오는 분들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여기서 잘 안 되는 케이스는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왔거나, 쉽게 생각하고 왔거나, 여기서 한국처럼 생활하려고 했던 분들이에요. 다 접고 다시 돌아간 분들 많이 봤어요.


-한국처럼 생활하려는 건 뭔가요?

저녁에는 술 마시러 나가야 하고, 한국 음식만 먹어야 하고, 한국 사람들만 만나려고 하는 거요. 호주 사회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분들은 어려워요.


한인 타운에서 한국 사람들만 만날 거면 그냥 한국에 있지 굳이 왜 여기 와서... 영어가 안 되니까 그럴 수도 있는데, 영어가 된다면 쉽게 풀릴 수 있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요.


-영어가 된다는 건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네이티브는 못 되죠. 그래도 의사소통이 중급 이상은 돼야 해요. 물건 사는 건 영어한다고 볼 수가 없고요. 내 의사표현을 하고 그 사람 의사 전달을 받는 게 거리낌 없이 될 수 있어야 해요.


-이민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이민을 결정하셨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영어 공부. 다른 거 다 필요 없고요. 영어.


여기 와서 생활하면 초반에 한국 분들에게 더 정도 가고, 그분들과 얘기하는 게 더 편하지만 호주 사람들도 못지않게 좋은 사람이 많아요. 호주 사회에 들어가려는 노력도 어느 정도 필요해요.


이민 생활이 막 고생만 하거나 너무 힘들기만 하지는 않아요. 내가 하는 만큼의 보상은 충분히 있어요. 제가 겪어본 바로는 안 되는 일보다는 되는 일이 훨씬 많았거든요. 운의 문제가 아니에요. 자기 노력에 따라 많이 결정되는 나라니까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고 오직 영어 공부를 하세요.

높은 빌딩과 숲이 공존하는 시드니 하이드 파크(Hyde Park). 사진=김병철
시드니 옥스퍼드 스트리트. 사진=김병철
시드니 하이드 파크(Hyde Park). 사진=김병철
시드니는 호주 대륙의 동남쪽에 있다. 이미지=구글맵스 캡처

- 기본 정보

o 인구 : 약 2394만명(2015년 6월)

o 수도 : 캔버라(Canberra)

o 면적 : 769만㎢ (한반도의 35배)

o 민족구성 : 앵글로색슨 80%, 아시아, 원주민(애버리진) 및 기타 20%

o 종교 : 기독교 67%, 무종교 26% 기타 7%

o 언어 : 영어

출처 : 외교부


- 이민 정보

o 주호주 한국대사관 이민정보

o 주대한민국 호주대사관 워킹홀리데이 정보


글쓴이의 한마디 : 저희가 만난 분들의 이민 이야기는 그분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과 비교하지도 말고, 함부로 재단하거나 동경(혹은 훈계) 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저 사람은 저런 선택을 했구나’라는 정도의 시각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을 찾아 한국을 떠난, 이민자 11팀의 정착 이야기가 담긴 저희 책이 나왔습니다.

브런치에는 없고 책에만 실린 인터뷰도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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