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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Jan 31. 2024

프랑스에서 전시한다면 있어 보이나요 1

예술가를 속이는 사람들

"작가들 등 처먹고 돈 벌면 좋나요?"


실제로 내가 어떤 전시기획사 대표에게 보낸 메시지다.


다른 예술의 영역은 모르나 내가 활동하고 있는 미술은 작가들의 가장 큰 수입원은 전시다.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도 모두 전시를 하기 위해서다.


전시를 하기 위해서는 장소가 필요하다. 장소는 관람객이 많이 와주고 그림이 팔릴만한 곳이 아무래도 작가에게는 제격이다. 그런 곳에서 전시를 하면 경력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 작가의 심리를 이용해 간혹 못된 일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갤러리대표 혹은 전시기획사 대표들이 있다.


특히 해외전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굉장히 있어 보이는 "해외"를 강조하여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


아무래도 업계가 좁고 인맥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으니 작가들은 피해를 입고도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주류에 속하지 않는 작가이고 잃을 것도 무서울 것도 딱히 없어 몇 가지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나는 프랑스에 결혼해서 정착하기 전 3개월 정도 머문 적이 있다. 이유는 해외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 작가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프랑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할 작가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았다.

그 당시 돈을 버느라 작품에는 신경을 못쓰고 있었고 휴식도 간절히 필요했던 시기였다.


프랑스 레지던시?

그리고 전시까지?


해외에서 전시하는 실체를 잘 모르던 때 뭔가 굉장히 대단해 보이던 문구였다. 다행히 일을 많이 하던 터라 비용은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레지던시를 운영하는 대표는 프랑스에서 오래 거주했고 갤러리 운영을 오래 했으며 파리에서 활동 중인 이름만 들으면 아는 유명한 한국작가들과 친분이 있음을 종종 이야기했다.

원래 성격상 본인이 대단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못 믿는터라 살짝 경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첫 통화부터 이 사람은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아니구나 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프랑스에 도착해서는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할 수밖에.

어차피 큰 기대 없이 왔기에 나는 실망보다는 여기서 할 수 있는 걸 하자며 열심히 그리고 여행하고 한국에서 할 일들을 구상하며 나름 알차게 지냈다.


하지만 큰 기대를 가지고 온 다른 작가들은 대표와 부딪쳤고 나도 레지던시가 끝날 때쯤에는 그동안 쌓였던 건의사항을 모조리 이야기하였다.




가장 큰 문제는


첫째, 창고같이 허름한 곳을 전시실이라며 개인전을 할 경우 1-2주 정도에 2백만 원을 요구했다. 거기에 플러스 다른 요구까지


둘째, 작품기증.

근처에 미술관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 작품기증을 권유.

자식 같은 작품을 기증하는데 나중에 그 작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정확한 답변이 없었다. 결국 관장에게 직접 물어봤는데 확실한 플랜 없이 '전시할 거다'는 두루뭉술한 이야기. 그리고 관장실에 관리 없이 쌓여있던 기증작품들.

결국 전시는 없었다. 나는 별로 기증을 하고 싶지 않아하지 않았다.


셋째, 전시를 위한 전시

하나하나 말하기 힘든 갤러리 운영 경험을 의심하게 만드는 전시기획력, 캡션까지 결국 작가들이 써서 붙였다. 그냥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전시가 있으니 뭔가 보여주기 급급한 전시. 오프닝에만 반짝 온 관람객들 그리고는 파리날리기


넷째, 뜬금없는 강제예배

갑자기 회의차 불러서 혼자만 알아도 될 하나님의 성경이야기를 한다던지 기도를 한다던지.

기독교에 대한 교회 다니는 사람에 대한 편견 하나를 더 심어주었다.


다섯째, 거의 1인 1 창작실을 쓸 수 있게 해 준다더니 가보니 너무 낡고 춥고 귀신이 금방이라도 나올 듯하여 아무도 쓰지 못한 창작실. 과장광고


이후로고 여섯째 일곱째 너무도 많지만 더 쓰다간 화가 더 날 듯하여 줄여야겠다.


아무튼 유료 레지던시라 시설이용비를 냈도 생활비에 비행기값까지 작가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그 대표는 이 레지던시를 소위 말아먹고 다른 프랑스도시에서 다른 레지던시를 운영 중임을 또 광고를 보고 알게 되었다.


비용은 내가 지불했던 것보다 3배 정도? 내가 3달 지불했던 금액보다 더 큰 금액으로 한 달짜리 레지던시를 운영 중이었다.


돈만 있으면 누가 간들 말리겠는가.


하지만 대부분 작가들은 돈이 없다. 그 돈을 아껴 작품을 하고 전시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해외활동이라는 대단해 보이는 명목을 내세워 결국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귀중한 돈을 쓰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누군가는 득을 보고 추종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대단한 '해외'전시는 없다. 물론 역량을 쌓고 본인이 해외갤러리에 직접 컨텍하는 것을 권유한다.

프로페셔널하지도 역량도 없으면서 해외라는 이점을 이용하여 작가들을 그럴싸한 말로 유인하는 사람들.


작가들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만약 그들이 대단하다면 그곳을 거쳐간 작가들이 감사하다며 개인블로그나 sns에 그 경험을 올렸을 것이다.


거금을 들여 당장 잡히지 않을 열어도 많은 관객도 오지 않을 해외전시나 레지던시에 돈을 쓰느니 나는 그 돈을 재료비에 그리고 건강을 위해 쓰라고 이야기한다.


내 아픈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정보가 되어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쓴다.


그리고 그 썰은 다음으로 이어진다. To be continued...



앞선 글에도 아름답지 않은 세상이기에 꽃을 종종 그린다고 이야기했다.

오늘도 쓴 글이 아름답지 않기에 꽃 그림을 올려본다.

혹시 볼 작가들이 아름답지 않은 말에 속지 않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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