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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Jan 28. 2024

불행한 어린 시절을 겪은 부모는 아이에게 해로울까

흔한 프랑스 이혼가정

작년 12월쯤

프랑스의 연 중 가장 큰 행사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남편과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다.


남편은 아이가 돌 지날 무렵부터 같이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다고 종종 이야기를 했었다.

놀이동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냥 흘겨들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디즈니랜드 이야기를 한다.


아이가 막 두 돌을 지났기에 가봤자 탈 수 있는 놀이기구도 별로 없을뿐더러 파리까지 가서 디즈니랜드까지 가는 길이 아이에게는 버거울 것 같았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생각해 보자고 설득하고 크리스마스이브는 시어머니집에서 크리스마스 당일은 시아버지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프랑스에 흔하디 흔한 이혼가정이 바로 시댁이다.


우리나라도 높은 이혼율에 요즘 무슨 이혼이 흠이냐 티브이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나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그런 문화가 더 일찍이 자라 잡은 곳이 여기 프랑스다.


하지만 익숙하다 한들 헤어진 부모에 대한 기억은 아이들에게 상처가 아니었을까.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한창 하다가 자연스레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왔다.

남편은 어릴 적 헤어진 부모님 때문에 별로인 크리스마스가 많았다고 한다.


나도 그 못지않게 다이내믹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물론 아버지 덕분에 안 좋은 의미로.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크리스마스가 오면 교회도 가고 눈사람도 만들고 양말도 걸어놓고 따뜻한 기억들이 많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겪은 부모는 자녀에게 안 좋은가.

자녀 양육에 관심이 많은 요즘 간간히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보면 종종 이런 케이스가 나온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크고 작게 경험한 자녀가 부모가 되어 고스란히 되풀이하는.


그에 대한 날 선 비판들도 미리 그런 사람들은 차단하고 애를 낳지 말아야 한다는 심판들도


부모가 된 만 2년 동안 나와 남편을 모습을 돌아본다.


내가 아이에게 했던 행동 중에 싫어했던 내 부모의 모습은 없었는지.



남편과 나는 고해성사하듯 한 번씩 어린 시절을 반추하며 아이에게 되돌려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작년 크리스마스는 뜻깊었다.

시어머니집에서 시아버지집에서 각각 두 번의 파티를 즐겼다. 시어머니는 재혼을 했고 시아버지는 동네에서 멋진 여성을 만나 파트너로 함께 살아간다.

나는 두 분을 보면서 참 다른 사람이란 걸 느낀다.

그리고 가끔 왜 함께 살지 못하고 큰 상처와 함께 이혼을 택했는지고 어렴풋이 이해가 된다.


상처가 많았던 남편도 결혼을 하고 가정이 생기니 부모를 이해하는 말을 한 번씩 한다.


그러기까지 참 힘들었을 텐데 대견하다.



어린 시절 불행한 부모는 아이에게 답습할 수 있지만 항상 되돌아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아이에게 좋은 어린 시절을 주고 싶다는 변치 않는 마음.

그걸 지키며 실행하며 사는 게 과거를 돌아보며 아물지 않을 상처를 들추는 것보다 중요하다.



꽃을 자주 그린다

보는 이들이 좋아하는 소재이기도 하고 그릴 때 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때론 아름답지 않은 세상에 변치 않는 그림 속 꽃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나아진다.

세상이 아름답지 못한 건 이타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 아닐까. 내 아이를 꽃처럼 대하는 마음의 조금을 나눠 다른 이들을 그렇게 바라보고 싶다.

때론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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