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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Jan 25. 2024

내가 힘듦에도 프랑스에 사는 이유

전기세가 10% 더 오른다니

프랑스에 정착 한지 8개월쯤

워낙 명성이 자자한 '물론 안 좋은 쪽으로' 프랑스 행정시스템의 희생양이 되니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나도 지칠 때가 있다.


연락을 하고 인터뷰를 잡고 행정기관에 방문해야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 그들,

문의사항이 있지만 전화를 받지 않고 이메일 정보도 없는 기관들,

평일 낮에 문 닫는 우체국


결국 이메일로 문의할 것을 무슨 비둘기 다리에 편지를 묶어 보내던 시절도 아니고 정성스레 편지를 써서 우체국 등기우편을 부쳤다.


그마저도 가까운 우체국이 평일 낮 2시 반에 닫혀있어 조금 더 떨어진 마을로 가야 했다.


최근에 이민자가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살인을 하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해서 더 많은 곳들이 폐쇄적으로 변했다.

나라는 낯선이 들을 받아들이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과 기관은 더 폐쇄적이 된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가까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이제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간단히 버튼만 누르면 답이 나오는 시대에 두근거리며 며칠을 언제 올지 모르는 편지를 기다려야 한다니 생각하면 화가 난다기보다 웃음이 난다.


그래 긍정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을 다잡는다.


그런데 최근 뉴스에서 전기세를 10% 인상한다는 기사를 들었다. 우리나라에 비해 이미 전기세가 비싸기에 나는 이미 절약하면서 살고 있다.

분위기 잡을 겸 전기세 아끼고자 초를 켜본다

다른 집들보다 적당히 아끼며 사는 축에 속하지만 3달에 한번 나오는 전기세는 200유로 남짓.

환율로 대략 따지면 30만 원 안팎.

한 달에 10만 원 꼴인데 한국에서는 전기세로 이런 돈을 내본 적이 없다.


얼마 전 눈이 많이오고 기온이 떨어져 라지에이터를 꽤 틀었다 요금이 걱정된다

비싼 공공요금 때문도 그렇고 세금도 높기에 프랑스에서는 중고품 가게가 많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우리나라 당근마켓처럼 르봉꾸왕이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별별 물건이 다 거래된다. 그에 비하면 당근마켓은 이름처럼 귀여운 수준이다.


중고매장 가끔 보물도 발견가능!!

나도 안 쓰는 물건은 열심히 사진을 찍어 르몽꾸왕에 올려본다.


문득 이런저런 문제들에 부딪치다 보니 프랑스에 왜 살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 장점을 생각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현재로선 불편해도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 번씩 살던 동네가 떠오르거나 심지어 서울살이 할 때 그토록 싫어하던 지하철 타는 게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프랑스에 살기로 결심한 건 아이가 가장 큰 이유였다.

물려줄 것 많지 않은 엄마가 자연스레 줄 수 있는 선물은 두 가지 문화, 언어를 습득하게 할 수 있다는 것.

국제결혼이 힘든 부분이 많지만 아이에게는 큰 유산이 될 수 있다 생각해 모든 걸 감내했는지도 모른다.


아이가 자연을 가까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두 언어의 습득은 가능하다.

하지만 주양육자인 나는 아이와 말할 시간이 많고 조금 더 크면 한국어를 진득이 가르칠 수도 있다.

만 3살 무렵 학교에 가야 하는 시스템이기에 아이가 학교에 간다면 점점 프랑스어를 더 잘할 것이다.

프랑스어와 한국어 노출을 비등하게 조율할 수 있는 건 엄마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만약 한국에서라면 아빠가 해야 할 부분인데 일을 한다면 아무래도 힘들 것이다.


아이가 두 언어를 어렵지 않게 사용할 때쯤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마 그때까지는 흔들리는 멘털을 잘 잡고 긍정적인 면만 최대한 보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오늘의 그림 해질녁 노르망디

프랑스에 정착을 선택한 이유는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위에 글만 보면 무슨 맹모삼천지교의 위대한 어머니처럼 느껴지기에,

덧붙이자면 프랑스에서 내가 하는 일의 역량을 조금 더 높이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었다.

프랑스가 추상미술로 유명하니 추상화에도 도전하고 이동이 용이하기에 유럽의 갤러리에도 문을 두드려볼 생각이다.

아무래도 물리적인 시간과 거리가 단축되니 결단과 용기도 생기는 것 같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언젠가 이곳에서 내 도전의 모든 기록을 곱씹어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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