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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 Sep 06. 2024

불안에 대한 고찰

"나침반의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 떨리는 지남철, 신영복 -


나에게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두려움 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면 나는 이 말을 하곤 한다.


나침반에는 방향을 가리키는 지남철이라는 바늘이 있다.

그 바늘은 내가 가고자 하는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기 위해 끊임없이 흔들린다. 나는 그 흔들림이야말로 살아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있는 한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 길을 걸어가며 바람과 비를 맞고, 햇빛이 감싸고,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우리는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길을 걸어가지 않는다면 매일 같은 곳에서 같은 행위만을 하며 권태에 이르게 된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고통은 인생의 최악이 아니다. 최악은 무관심이다. 고통스러울 때는 그 원인을 없애려 노력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 감정도 없을 때는 마비된다."


역으로 생각하면 불안하다는 것은 우리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며 그 길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나침반의 지남철처럼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불안함과 마주 보려 하지 않는다. 불안함은 우리의 현재를 비추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비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금 취업을 준비 중인 사람은 현재 자신이 취업이 안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도 취업이 안 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불안에 빠진다. 또 음악을 하는 이는 지금은 배가 고파도 자신의 음악을 하겠지만, 몇 년 뒤에도 자신의 음악이 소비되지 아니할까 걱정과 불안에 빠진다.

이렇게 우리는 미래의 불안을 마주한 후, 과거로 회귀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과거의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 선택을 했다면 지금 이런 불안감을 가지진 않았을 텐데'와 같이 자신의 자유의지로 선택했던 것들을 시작으로 자신의 지나온 걸음을 부정한다. 결국, 불안을 마주한다는 것은 자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 모두를 심연으로 몰아넣는다는 것이기에 우리는 불안을 마주하면 회피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불안은 피하는 것이 아닌 마주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과거의 당신에게 누군가 그 선택을 하라고 시켰는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자유의지로 그러한 선택을 했고, 그다음 선택을 반복하며 지금 현재에 와 있다. 과거를 부정한다는 것은 현재의 나를 부정한다는 것이고, 미래의 나 또한 부정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나는 불안을 마주하되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흔들림이야말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이야기한다. 


매일 같은 일을 되풀이한다면 새로움에서 얻는 기쁨도, 실패에서 오는 슬픔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죽은 하루를 뒤로하고 새로운 하루로 나아가야 한다. 슬픔과 불안이 두려워 행복을 회피하는 삶이 아닌 행복하기 위해 슬픔과 불안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불안하다는 것은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후회는 필요 없다. 그저 자신이 정한 걸음 수를 채우며 나아가면 길 끝에 다다를 것이다. 그리고, 흔들림이 멈춘 여윈 바늘 끝을 빼내어 새로운 바늘을 끼우고 다시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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