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안녕!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난 적어도 그 일을 하지는 않을 거야.
출판사에서 의뢰받은 일. 내일 미팅인데 아직도 고민 중이야.
하기 싫거든. 여러 차례 안 한다고 했는데도 붙잡으셔.
나도 일을 해야 하니까 미적이고.
아무튼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그 일은 전혀 생각해 볼 가치도 없겠지.
그리고. 그러면?
난 너에게 편지를 쓸 거야.
그리고 너에게 메신저로 보내겠지.
미친놈 소리를 듣더라도 말이야.
그다음엔? 그다음엔
그림을 그릴 거야. 평소처럼.
중요한 것들을 뒤로 미룰수록
후회는 불어나겠지.
오늘 새 정수기를 설치한단다.
3시에 방문하신다고 했어.
이 모든 걸 여동생이 제주도에서 진행해 준단다.
나는. 삶에서 많은 걸 신세 지며 살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서.
즐겁고 다정하고 흐뭇한 목요일 보내렴.
2024 04 25 목
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