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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한중 Feb 01. 2023

쓰임새가 다른 '겻불ㆍ곁불ㆍ화롯불'

'온기'는 나눌수록 커지는 '희망'의 되어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어 준다.


옛말에 ‘불장난’하면 자다가 오줌 싼다는 말이 있다. 어느 정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말인지는 모르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불장 난을 하거나, 캠프파이어 등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긴장 상태를 유발해 불에 대한 공포심이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라는 것이다.


또한 “불” 하면 “겻불, 곁불, 짚불, 잿불, 화롯불, 군불, 들불, 등불, 잔불, 등잔불, 호롱불, 횃불, 장작불, 성냥불, 숯불, 모닥불, 난롯불, 번갯불, 전등불, 전깃불에다 도깨비불”까지 종류도 다양하지만, ‘물, 공기, 흙’과 함께 지구 4 원소로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요소로 만물의 근원이기도 하다.


‘불’은 뜨겁고 건조하지만, ‘물’은 습하면서 차갑고, ‘공기’는 뜨겁고 습하며, ‘흙’은 차갑고 건조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이것들이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의 근원이다.  



   

[겻불]이 있다. “양반은 얼어 죽을망정 ‘겻불’은 안 쬔다.”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 친다”라는 속담 많이 들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살면서 어느 때는 체면을 목숨보다 더 중요시(?)하는 민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나 ‘오늘 내 체면 다 구겨졌어, 체면이 말이 아니네, 제발 내 체면 좀 살려줘’라는 말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자주 들어왔다. 심지어 ‘다양한 인간관계는 체면의 올바른 활용에 있다’라는 말이 있듯 우리나라에서 남을 대하는데 ‘체면’이란 곧 ‘떳떳한 도리’로 통한다.


여기서 겻불은 벼나 보리, 조 등 곡식의 껍질을 태우는 불로 불기운이 아주 미미해서 “짚불”이라고도 하는데 짚을 태우면 연기만 날 뿐 신통치는 않지만 은은하게 오래 타는 성질이 있어 한겨울에 주로 상민들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불이었다.


그런데 양반이 차지하고 있으면 상민들이 떨고 있을 수밖에 없어 약자를 위한 양반들의 깊은 배려심이 담겨있는 속담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양반들이 체면만 중시한다는 뜻으로 전해져 왔지만, 오히려 어려운 상민들을 생각하고 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곁불]도 있다. '겻불'과 혼돈해서 쓰이기도 하는데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얻어 쬐는 불’로 어떤 일에 직접 관여하지도 않았는데 가까이에 있다가 해를 입거나 망신스러운 일을 당한다는 말로, 한 마디로 ‘유탄 맞는다’라고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에 기웃거리다가 예상치 못한 재앙을 맞게 된다’ 라거나, 포수가 멧돼지를 향하여 쏜 총에 옆에 있던 토끼가 재수 없이 맞아 죽었다라는 뜻으로 쓰이거나, 또는 가까이하여 보는 덕이라고 하여 '곁불'은 ‘겻불’과 차이가 있다.


또 ‘겻불’은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과 상민에 대한 배려하는 마음이 함께 들어 있다면, ‘곁불’은 이익을 추구하다 뜻밖에 재앙을 당하거나 가까이하다가 덕을 본다는 의미이니 사용하는데 혼선이 없어야겠다.



    

내가 어렸을 적 겨울이면 방 아랫목에 자리하고 계신 할아버지 앞에는 늘 [화롯불]이 있었다. 1950~60년대 우리나라는 정말 가난했다. 가난하다 보니 가정생활도 지금보다 훨씬 엄혹했으며, 그때 겨울은 지금보다 눈도 훨씬 더 많이 내렸고 바람도 매서웠던 것 같다. 밖에서 돌아오면 언 몸을 녹이는데 화롯불만 한 것이 없었다.


그 조그마한 화롯불 하나가 방 안 공기까지 바꿔주었으니 어린 나이에 그 온기를 느끼며 살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화로를 중심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 형제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손을 호호 불며 쬐던 바로 그 불이다. 화롯불 기운이 꺼져가노라면 할아버지는 인두나 부지깽이로 화로 아래 살아있는 불을 위로 올려주시곤 했다.   


‘재 먼지’와 ‘그을음’에 코 주변은 시커멓게 변해도 화롯불은 겨울철 일용할 양식과도 같았으니 화롯불 하나의 존재는 정말 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오죽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어머니 보다도 추위를 이기는 데는 화롯불만 한 것이 없다고 하여 ‘겨울 화롯불은 어머니보다 낫다’라는 속담까지 만들어졌을까. 그만큼 화롯불은 한겨울을 견디는데 소중하고 요긴한 존재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지금도 겨울철 시골 재래시장에서는 좌판을 관리하는 할머니 옆에 시린(언) 손과 발 그리고 몸을 녹이기 위한 화롯불 대용이 있는데 이용방식이 지혜롭다. 낡은 전기밥솥에 숯불을 담아와 그 불기운을 쬐는 모습을 볼 수가 있으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상(어른)들의 지혜가 빛나는 화롯불이다. 화롯불의 위력과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집안에 인테리어 전기 벽난로 램프(LED 모닥불 조명)로도 실내 가득 훈훈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여기에 더해 시대가 변하고 난방 형태가 고도화되다 보니 겨울철 외출 시에도 주머니형 화롯불 핫팩과 붙이는 핫팩은 사람들의 필수템이 되었다. 종류도 방석형 핫팩, 손난로 핫팩, 발난로 핫팩, 붙이는 핫팩, 깔창형 핫팩 등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다.

    

오랜 옛날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던 불은 인류 문명의 시작이자,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에너지로 이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소유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준다.


사람들 역시 태어날 때부터 온기를 만들 수 있는 몸을 지니고 있어 그것을 나누며 성장한다고 한다. 그래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 옆에만 있어도 그 사람의 온기가 전해진다고 하니 마음의 열기가 이심전심으로 전달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각박한 세상, 온기를 나누는 일은 어쩌면 절실한지도 모른다. 생각만으로도 따뜻함이 온몸으로 감지되는 온기 가득한 세상을 우리는 희망한다.


‘겻불이든, 곁불이든, 화롯불’이든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태양”처럼 빛나 3백6십5일 이웃과 주변에 온기를 나누는 나눔이야말로 얼어붙은 사회의 진정한 온기로, 나눌수록 커지는 희망이 되어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열어 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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