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고통 끝에 할머니께서 운명하셨습니다.
첫 심정지가 온 후 2주간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시다, 어제 2022년 12월 22일, 동짓날 오후에 다시 한번 심정지가 왔고, 30분의 심폐소생술 끝에 끝내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폐렴이 이리 무섭네요.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병원 입원하셨을 때도 코로나 때문에 뵙지 못했던지라, 아직도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그 연장선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근래 일주일 동안 매일 할머니가 꿈에 나왔습니다.
어떤 날은 같이 점을 보러 가기도 하셨고,
어떤 날은 벌떡 일어나 방을 청소하기도 하시고,
또 어떤 때는 이제 요양원으로 모신다며 기뻐하는 엄마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매일 보이는 할머니의 모습에 할머니 돌아가시기 바로 전날 저녁, 퇴근하자마자 입원해계시는 중환자실에 전화를 걸어 할머니께 차도가 있으신지를 물었습니다.
매일 산소호흡기를 떼는 연습을 하고 계시며, 두세 번 정도 자발호흡을 하신다고 하여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매일 자던 시간에 잘 수 없어 뒤척이다 새벽 네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지요.
두 시간 남짓 잤을 겁니다.
그 와중에 꿈이 아주 현란했습니다.
웬 귀신들이 떼거지로 나와서 춤을 추며 웃지를 않나,
제가 예쁜 목걸이를 뒤집어서 차고 있질 않나,
갑자기 엄청나게 슬퍼서 엉엉 소리 내서 시원하게 제가 우는 꿈을 꾸었지요.
이상하게 이 날은 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출근길에 평소와는 다르게 10초 차이로 지하철을 놓치고,
출근했더니 매일 잘만 열렸던 문은 열리지 않아서 다른 문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더니 오후에, 할머니께서 다시 심정지가 왔다며,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심정지 때는 이제 정말 끝이구나 싶어 엉엉 울었었는데, 이번엔 회사에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온몸이 파들파들 떨릴 뿐이었어요
이번엔 제 감정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아 하루종일 뭐라도 하며 몸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제 할머니 좋아하시는 왕만두도, 팥죽도, 슈크림빵도
못 먹겠네요.
너무 슬픈 추억이 되어 버렸어요
이제 눈이 오면 신나서 전화할 때 받아주실 할머니가 안 계시네요.
눈을 볼수록 우울해집니다.
2022년 12월 22일, 향년 82세
김 옥엽 할머니의 부고를 전하며,
아래의 글을 바칩니다.
할머니께.
당신의 가족이 어디 여기에만 있겠습니까.
먼저 보낸 남편, 가슴에 묻어둔 아들
다시 만나 행복하시라고
당신 가시는 곳에 예쁜 꽃들을 심어두겠습니다.
힘겨운 세상 다시 발 딛지 마시고
따뜻한 곳에서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