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과정
주말이 흘러간다. 주말이 흘러갔다.
지나가는 시간을 바라보고 있으니 잡을 수 없음에 느끼는 무력감과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는 의욕이 함께 떠오른다.
주말 해야 할 일들은 꽤나 분명했고, 시간대 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토요일 오후 1시쯤 계획했던 일을 모두 마쳤다. 시간 계획이 뒤 틀리긴 했지만, 약속 당사자의 배려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다.
나머지 시간은 알뜰살뜰 의미 있는 것들로 채우려 했다.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냉장고를 뒤졌다. 오래 먹지 않았거나, 상한 음식들이 눈에 밟히던 터였다. 내가 직접 만들었다면 거리낌 없이 음식쓰레기로 진작 처리했겠지만, 대부분은 부모님이 나누어 준 사랑이었기에 ‘언젠가 먹겠지’ 하며 보고도 못 본체 몇 번이고 지나치던 것들이었다.
바리바리 들고나간 음식들을 처리기에 넣으니 ‘8킬로입니다.’는 놀라운 소리가 들렸다. 버려본 음식 무게 중에 손꼽히는 무게였다.
화장실을 청소했다. 옆지기가 임신한 이후 입덧 때문에 하루에 수차례 구토를 한다. 추측하건대 변기에 구토를 할 것 같은데, 변기가 그럼 깨끗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이 불편할 텐데, 화장실이 더럽다면 속이 더 불편할 거야.‘ 조금이나마 아내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에 싫은 청소지만, 솔 질을 힘줘서 더 열심히 했다.
화장실 문 앞 바닥을 청소하려 문을 닫고 바닥 솔질을 했다. 가득 찬 습기를 빼내려 문을 열어보니, 옆지기가 화장실 바로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다. 흡사 하늘에서 내려온 기력 떨어진 여신(?!) 같았다.
“힘들지?”
“괜찮아. 내가 청소해 두면, 토하더라도 기분이 덜 나쁘지 않을까? “
글을 쓰다 보니 음식 쓰레기를 버릴 때 무게를 알려주던 기계음과 옆지기가 화장실 앞에서 나를 쳐다보던 눈빛이 떠오른다.
기록하지 않았다면 되새겨질 순간이 아니었다. 소중한 순간들이다. 생각해 보면 나름 괜찮은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