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형근 Oct 17. 2021

당신의 고백을 기다린다.

말해야 하는데 네 앞에 서면

아무 말 못하는 내가 미워져


박혜경의 고백이 아니라 장범준의 고백이다. 카페에서 글을 쓰는데 익숙한 멜로디가 들렸다. 고개를 들고 창밖을 바라봤다. 22년 전 노래인데도 마음이 일렁인다. 여자 노래지만 남자가 불러도 썩 잘 어울린다. 


가수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노래를 부른다.

음색, 창법, 고음 처리, 바이브레이션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좋다. 박혜경도 좋고, 장범준도 좋다. 이문세도 좋고 조성모도 좋다. 어떤 노래든 자기답게 부르는 가수가 좋다.




글쓰기도 같다. 같은 대상을 봐도 저마다 다른 글을 쓴다. 사람마다 성장 환경, 가치관, 감동하는 지점이 다르다. 박혜경과 장범준은 <고백>이라는 같은 악보를 받았지만 전혀 다르게 불렀다. 수많은 글쓴이는 같은 현상을 보고 다른 글감을 떠올린다. 모두가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글을 쓴다. 내가 쓰는 글은 언제나 유일하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고유한 글이다.


노래방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마이크는 공평하다. 누구나 마이크를 잡을 수 있다. 노래를 잘 부르건 못 부르건 차례가 되면 마이크는 내 거다. 종이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종이는 기다린다. 내가 글을 쓰려는 마음을 먹는 순간 종이 위에 나만의 문장이 올려진다.


노래를 잘 부를 필요는 없다. 가창력이 좋아 부러움을 사는 친구가 부럽긴 하다. 하지만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들 어떠한가. 음치여도 자신 있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더 좋다. 리모컨으로 곡 번호를 입력하고 당당하게 마이크를 쥐는 사람에게 호감이 간다. 박자가 맞지 않아도 가슴을 펴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멋지다.


글을 쓰자.

내 방식대로 노래를 부르듯 내 개성대로 글을 쓰자. 글을 잘 못 써도(혼자만의 생각일 가능성이 크지만) 종이를 펼치고 펜을 들자. 떳떳하게 글을 쓰고 자신만만하게 내 글을 다른 사람에게 선보이자.


박혜경의 고백은 좋다.

장범준의 고백도 좋다.

당신의 고백도 좋다. 


당신은 종이 위에 어떤 고백을 올릴까. 


당신만의 고백을 응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12년 뒤에도 지금처럼 글을 쓰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