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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 Oct 26. 2021

집요함

끝났다. 드디어 7개월 동안 나를 괴롭게 하던 일이 마무리가 되었다. 2년마다 하는 업무인데, 하필 올해 딱 담당자로 걸려서 4월부터 10월까지 거의 반년을 시달려야 했다. 이 정도일 줄이야.. 굳이 누가 시킨 건 아니지만 그냥 혼자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받는 타입이다.


막판에는 제발 이번 달 안에만 끝내자며 한 달간 검토만 했더니, 이제 숫자라면 지긋지긋하다. 안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특히 9, 10월달은 휴일이 너무 많아 일이 진도가 안나가서 혼자 발을 동동 굴렀다. 처음부터 끝까지 죽이 안 맞는 업체랑 일을 하자니 에너지가 두 배로 들어서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다음날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꿈에서까지 일을 하고 있을 정도여서, 아침에 피곤해진 몸을 끌고 출근을 했는데, 어찌어찌 업체를 끌어 사업 완성이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누가 볼까 싶은 책자 한 권 만드는 수준인데, 업무시스템이 너무나 비효율적이라 이리도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었다. 매일 이제 정말 끝이라고, 끝이라고 말하며 버거운 하루를 버텼는데 결국 오늘 끝이 났다.


이럴 때마다 나에게 맞는 직업이 과연 정말 있을까 싶다. 나는 뭘 하든지 간에 거의 끝을 봐버리는 것 때문에 일을 할 때 늘 힘들고 두렵고 지겹다. 일은 하면 할수록 더 집요해져서 나중에는 내가 무엇 때문에 이리도 힘들게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어떤 책임감 때문인지, 완벽주의 때문인지, 밉보이기 싫어선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인가.. 집요함이 집착이 되어 나의 발목을 잡는다. '적당히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


휴. 그래도 끝이 나니 좋다.(내 맘에 쏙 들진 않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지. 덕분에 늘어난 편두통과 소화불량도 제발 안녕을 말하고 싶다. 오늘만큼은 맘 편히 푹 먹고 푹 자야지!

(퇴근해야하는데 왜 과장은 결재를 안 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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