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와 무로 김장을 했다. 호기심에 시작했던 서울시 친환경 주말텃밭은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번 달 안으로 배추를 수확하라는 문자가 날아왔고, 주말을 반납하고 배추와의 씨름을 끝냈다. 올해 배추는 속이 좀 덜 차서 무게가 가벼웠다. 스무 포기를 가져왔는데, 실은 열 포기도 안될 것 같은 무게다. 그래도 그대로 놔둘 공간이 없어서 바로 김장을 하기로 했다. 배추 수확부터 김장까지는 최소 이틀의 시간이 필요하다. 수확한 배추를 하룻밤 절이고 곱게 물기를 빼고 양념까지 버무려줘야 된다. 그렇게 올해 새김치가 완성되었다. 김치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처음에는 좀 짜다고 생각했는데, 오일 정도 지나니까 간이 적당히 배어 시원한 맛이 났다. 수확한 무로 깍두기도 덤으로 만들어보았다. 일단은 성공.
김장의 완성은 나눔. 새김치는 나눔의 맛이 있다. 양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엄마랑 아빠한테도 나눠주고, 친구와도 나누고, 얼마 전 추석 때 갓김치를 공수해서 나눠준 동기 동생에게도 나눠주었다. 한국인에게 김치를 나눠준다는 건 정을 보여주는 것과도 같다. 김치는 매일 먹는 밥에 곁들여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정성과 노력이 가득 담긴 김치를 정말로 주고 싶은 얼굴은 얼마 떠오르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고 싶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한 해의 고마움을 선물하는 것이다. 서로 김치를 주고받으면서 각자의 입맛도 닮아가고, 종종 마음 쓰이는 관계로 나아가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그중에도 나는 먹는 것에 대해서는 제일 맛있고, 깨끗하고, 좋은 것을 주고 싶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자꾸만 집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고, 귀한 것을 많이 나누고 함께 하고 싶어 진다.
김장김치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상징이면서 동시에 내년을 기약하는 맛이다. 수확한 배추를 생각하면 후련하고, 익어가는 김치를 생각하면 설레기도 한다. 올해 김치를 잘 담그면 내년까지 무탈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김치는 시간이 흐를 수록 깊어지는 맛도 참 매력적이다. 김치 맛을 통해서 시간의 변화를 깨닫기도 한다. 밥상에서 김치를 먹으면서 작년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김치를 담근 사람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김치라는 음식은 특별히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