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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 Jul 19. 2022

소규모 유기농을 위한 안내서/ 장-마르탱 포르티에

작은 텃밭 속 큰 평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부는 매우 멋진 직업이다


 환경과 먹거리는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농업에 발을 들이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는 중이라서, 이 분야의 도서들을 꾸준히 읽고 있다. 농업 현실이 좀 더 나은 나라는 분명 배울 점이 있다. 나라의 근간인 농업은 우리가 지켜 내야 할 가치가 있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는데, 퀘벡의 한 농부가 쓴 책으로 유기농 텃밭 경작을 위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 좋은 땅 찾기, 텃밭 구성하기, 토양의 최소 경작과 대체 기계 설비, 유기적 비옥화, 실내 파종, 직접 파종, 제초, 병충해, 사계절 재배, 수확과 저장, 생산 계획하기, 채소 경작 노트 등 텃밭을 가꾸는 데 필요한 다채로운 지식들을 공유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장-마르탱 포르티에는 현재 퀘벡에서 '자르댕 드 라 그렐리네트' 농장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데, 그는 누구보다 환경 친화적인 유기농업을 지향하면서도, 실용적인 도구 사용의 이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보통 유기농 하면 떠오르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육체를 이용한 노동만을 말하지 않고, 효율적인 생산을 위한 고민을 하고 그것들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었는데, 그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래서 막연하게 유기농업을 꿈꾸고 있던 나에게도 그 규모와 생산성을 구체적인 틀로 잡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많은 정보들이 있었지만, 이 책 안에서 나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대목을 몇 개 꼽아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부는 매우 멋진 직업이다. 일에 소요되는 시간과 창출되는 수입보다 일의 결과로 나타나는 삶의 질에서 그 특징이 드러난다.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농사짓는 일은 워낙 노동 강도가 센 일이긴 해도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많은 편이다. 농사는 보통 3월에 천천히 시작되어 12월에 끝난다. 즉, 9개월을 일하고 3개월은 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겨울은 휴식을 취하고 여행을 하거나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농부는 근근이 먹고사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강조하곤 한다. 이 직업은 시골의 자연환경 속에서 일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있으며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대기업과 비교해 안정성이 확보되는 직종이라고 말이다. 이는 상당한 이점이 아닌가.



 나도 농부가 정말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자연과 가장 가까운 인간이며, 자연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다. 나는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선하다고 생각하는데, 자연의 순수함을 닮아서인지도 모른다. 농사는 어떤  가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결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을 가지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어야만 아름다운 결실을   있다. 다양한 생각을   있는 열린 생각과 많은 것을   있는 눈과 아낌없이 보태는 손과 , 그리고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을  훌륭한 농부가 된다. 또한 이처럼 매일매일이 새롭고 달라지는 직업이 어디 있을까? 내가 가만히 있어도 자연의 시간은 스스로 흘러가면서 계절의 맛을 보여준다. 도시에서는 티브이 프로그램으로만   있는 장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누릴  있는 직업인 것이다. 매일 먹고살아야 한다면,  손으로 생산해서 나를 먹일 수 있다는   즐거운 일이다.



소규모 유기농을 위한 안내서 '텃밭 구상하기' 中


 저자가 구상한 텃밭의 모습인데, 과수원부터 꿀벌통까지 있을 게 다 있는 알찬 텃밭이다. 텃밭의 규모나 위치도 모두 최적의 동선을 고려해서 계산한 부분인데, 이처럼 초기에 계획을 잘 잡아서 꾸린다면 나중에 일을 하기가 훨씬 수월할 듯하다. 이 부분은 나도 나중에 한번 응용해봐야겠다.




그렇지만 최적의 결과를 얻으려면 작물과 토양을 하나의 생명으로 인식하는 자신만의 감수성 역시 반드시 키워야 한다. 우리는 토양생태학을 주제로 한 많은 책을 읽고 발밑의 생명을 오랫동안 숙고한 끝에 토양이라는 매력적인 세계와 더 구체적인 관계를 맺게 되었다. 밭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식물과 토양 사이의 상호작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그 관계를 장려하려면 어떻게 그 사이에 개입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법이다.


 오늘날 사람들에게 필요한 부분이 바로 이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아닐까 싶다. 삭막하기만 한 도시의 생활에 치여 스스로의 생명력을 잃어버리고, 다른 생명의 가치도 경시하게 되어버린 사람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토양에 발을 디디고 햇빛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다면 조금이라도 건강한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텃밭을 일굴 때 못 보던 벌레나 풀을 더 유심히 관찰하게 되는 것 같다. 도시 같았으면 더럽다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자연 속에서는 흙에 대한 어떤 믿음 같은 게 생겨나서 긍정적인 눈을 갖게 되곤 한다. 텃밭에서는 마음이 안정된 상태로 몸을 함께 움직이다 보니, 그날의 거울 속 내 모습은 한결 평화롭고 젊어 보인다.




새로운 농업의 바람이 불어올 즈음 우리는 아마도 저렴한 석유의 종말이라는 현실을 목도할 것이다. 이 새로운 현실 앞에서 우리 사회는 농식품산업과 '슈퍼마켓' 개념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는 우리가 지금처럼 전 세계로부터 식품을 계속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농화학 생산 요소 가격과 거대 농기계를 굴러가게 하는 연료 가격이 급증하면 관행농업을 하는 농부들이 어쩌면 유기농법이라는 대안적 농법을 도입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는 어쩌면 내가 '미래로 회귀하라 retour en avant'라고 명명한 변혁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농부라는 직업은 그 고귀한 소명을 되찾을 것이며 가족농은 그 가치를 재평가받고 부흥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하며 임박해 있다는 믿음은 지극히 합당한 일이다.


 빙하가 녹아서 2030년에는 지구가 모두 물로 덮일 것이라고도 한다. 소중한 지구를 지켜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인류의 식량을 생산하고 있는 농부들이 그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는 어떤 농가가 근처에 있는지가 풍족한 식단을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이 될지도 모른다. 점점 원거리 생산물을 줄어들고, 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그 지역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미래의 생존은 농업에 달려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해결을 찾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세계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소용돌이가 끝이 나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나갈 것이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게 어떤 것인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어느 곳인지에 대한 확신에 많은 도움을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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