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

선배가 알려주는 교직생활 비법서 19

by 전태영
<학교 선생님 B의 고민>

5월이 되면서, 학급이 본격적으로 ‘굴러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학기 초에는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쏟았어요. 아침마다 먼저 인사하고, 작은 칭찬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죠. 우리 반이 서로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조심스럽게 쌓아왔어요.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릅니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아이들도 자신만의 리듬을 찾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뒤에 두었던 ‘수업 운영’과 ‘생활지도’가 점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이제부터는 교사인 제 리더십이 수업과 생활 전반에 걸쳐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훨씬 중요해졌다는 걸 실감합니다. 특히 수업 시간에 느껴지는 피로감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모든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진 않는다는 것.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장면들을 마주하니 마음이 자꾸 무거워져요. 수업 중 잡담을 멈추지 않는 아이, 제 말보다 자기 말이 먼저 튀어나오는 아이, 집중 대신 계속 손에 뭔가를 만지작거리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시야에 계속 들어오고, 흐름이 끊기고, 제 목소리가 점점 건조해지는 걸 느낄 때면 ‘이 수업,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밀려옵니다. 정서적으로도 꽤 흔들려요. 가까워지고 싶어서 다정하게 대했는데, 어느새 경계가 느슨해진 것 같을 때. 다잡아야겠다 싶어 단호한 태도를 취하면, 괜히 상처를 준 건 아닐까 걱정이 들 때. 그런 순간들이 쌓이니, 하루하루 마음을 다잡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교실은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삶이 흐르고, 작은 갈등과 성장, 웃음과 고민이 얽혀 있는, 말 그대로 ‘살아 있는 공간’이지요. 저는 전담 수업을 맡아 열 개가 넘는 교실을 오가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방해를 일삼는 아이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고민에 빠집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아이들을 바르게 지도하면서, 함께 갈 수 있을까?


사실, 지금도 그 고민 속에 있습니다. 수업이 어렵게 느껴지는 교실이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편안한 교실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 확실히 알게 된 게 있어요. 모든 교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교실은 선명하고, 어떤 교실은 은은하고, 또 어떤 교실은 서로의 색이 섞여 새로운 빛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다양한 학급에서, 개성이 강한 아이들을 지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때로는 ‘지도할 수 있는 한계’를 느끼기도 하죠. 여러분의 교실에도 ‘엄석대 같은 아이’가 있었나요? 학급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분위기를 휘어잡는 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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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난 ‘석대’는 이런 아이였습니다. 친구들 사이의 위계를 만들고, 말 한마디로 분위기를 좌우하며, 교사보다 더 빠르게 친구들을 통제하는 아이. 겉으로 보기엔 리더처럼 보이지만, 그 방식은 권위적이고 배타적이었고, 종종 친구들에게 불이익을 주며 힘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놀랍게도, 많은 교실엔 이런 ‘비공식 리더’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사의 무관심은 때때로 그런 아이에게 가장 큰 권력을 쥐여주기도 하죠. 교실은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민주적인 교실은 그냥 생기지 않습니다. 그건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교사는 교실의 ‘분위기 설계자’입니다. 석대 같은 아이가 교실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교사는 때로는 관찰자이자, 때로는 개입자가 되어야 합니다. ‘질서’와 ‘관계’는 동시에 세워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규율은 존재하되, 관계는 살아 있어야 합니다. 공감은 하되, 허용은 조절되어야 합니다.


제가 읽었던 김성근 감독님의 <인생은 순간이다>라는 책의 한 줄이 기억에 납니다.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선 할아버지가 되어선 안 된다.” 들으면 웃음이 나오지만, 곱씹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에요. 학생과의 ‘친근함’과 ‘권위’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산만한 아이에게는 적절한 밀당이, 말이 빠른 아이에게는 천천히 듣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너무 멀면 닿지 않고, 너무 가까우면 무게중심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저는 비공식 리더 아이들과는 별도로 대화의 시간을 갖습니다. 그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어떤 욕구가 그 행동을 이끄는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인지, 통제하고 싶은 마음인지 조용히 들어보려 합니다. 마음을 다르게 풀어줄 방법은, 가까이에서 들여다보지 않으면 찾기 어렵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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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의 질서는 교사가 만들어야 합니다.


규칙을 아이들과 함께 정했다 해도, 적용하고 유지하는 건 교사의 몫입니다. 기준이 흐려지면 아이들은 혼란을 느끼고, 곧 ‘누가 더 센가’의 눈치 싸움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지도는 관계를 통해 작동합니다. 수업 중 일탈 행동이 보일 때, 지시보다 먼저 들어야 할 건 그 아이의 속마음입니다. “왜 그랬니?”보다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개입보다 관찰이 먼저, 제재보다 이해가 앞서는 리더십이 교실을 바꿉니다. 아이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교실은 살아 있습니다. 따뜻하지만 단단한 교사, 단단하지만 닫혀 있지 않은 교사, 그런 교사가 만든 교실이야말로 아이들이 진짜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아닐까요. 여러분의 교실에는 지금 어떤 색이 흐르고 있나요? 그리고, 그 안의 ‘석대’는 어떤 리더로 자리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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