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알려주는 교직생활 비법서 20
<C선생님의 고민>
지난번 선생님의 글에서 '별별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정리된 것 같습니다.학급의 질서는 교사가 만들어야한다는 말. 너무 공감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저는 점점 아이들 앞에 서는 게 두려워지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가 준비한 수업이 아이들에게 외면당하는 것 같아서 자꾸만 제가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내가 아이들을 잘못 가르치고 있나?’ ‘내가 너무 만만해 보이는 걸까?’ 자책하게 되고, 매일 수업이 두렵고 무섭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수업 분위기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선배 선생님들은 다들 아무렇지 않게 해내시는 것 같은데… 왜 저만 이렇게 힘든 걸까요? 조금 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세요.
지난번 글을 읽고 초임 교사 김 선생님께서 다시 용기 내어 제게 마음을 털어놓아 주셨어요. 학급의 질서는 교사가 만들어야 한다는 말, 머리로는 충분히 알겠는데 막상 아이들 앞에 서면 점점 겁이 나고, 준비한 수업이 아이들에게 외면당하는 것 같아 스스로가 너무 작아진다고요.
‘내가 아이들을 잘못 가르치고 있나...’
‘혹시 내가 너무 만만해 보이는 건 아닐까...’
김 선생님의 그 속마음이 너무 익숙해서, 저도 모르게 제 초임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김 선생님께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그 시절의 제가 듣고 싶었던, 그리고 지금 김 선생님께 꼭 건네드리고 싶은 조금 더 구체적이고, 조금 더 손에 잡히는 방법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김 선생님뿐 아니라 지금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모든 새내기 선생님들께도 따뜻하게 닿기를 바라며요.
아이들 앞에 서는 게 두려울 때, 교실에서 나를 지켜주는 작은 태도
선생님, 그 두려움, 누구보다 잘 이해합니다. 사실 아이들 앞에 선다는 건 늘 떨리는 일이잖아요. 아무리 준비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터지고, 그럴 때마다 나만 부족한 것 같고, 나만 무너지는 것 같고요. 그럴 때일수록 저는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여주곤 했어요.
'아이들의 행동이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아이들이 아직 그 상황을 감당할 힘이 부족해서 그렇다.'
그렇게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나를 자책하는 마음에서 아이와 함께 배우는 마음으로 방향이 조금 달라지더라고요. 오늘은 그런 선생님께 제가 초임 시절 스스로를 지켜준 다섯 가지 작은 태도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눠드리고 싶어요. 작지만 분명하게 교실 안에서 선생님이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방법들이에요.
1. 먼저 내 숨부터 고르기
수업 중 아이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자리에서 일어날 때 마음속에서는 '나만 무시당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밀려오죠. 그럴 때일수록 바로 대응하지 말고, 숨부터 한 번 고르세요. 선생님이 화를 내면 아이들은 훈계를 '싸움'으로 받아들이고, 그 순간 수업은 선생님의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반응에 끌려가버립니다. 조금만 천천히. 침착한 목소리로, 가급적 수업 후 조용한 공간에서 1:1로 이야기해 보세요. 그 순간 아이도 선생님의 마음을 더 또렷하게 느끼게 됩니다.
2. '너 때문에'가 아니라 '그 행동 때문에'
아이들이 실수를 했을 때 “너 때문에 수업이 엉망이 됐잖아” 이런 말,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적 많아요. 그런데 그런 말 한마디에 아이들의 마음은 꽉 닫혀버립니다. 그래서 꼭 행동만 따로 떼서 지적하기.
“○○야, 수업 중 갑자기 일어선 행동이 선생님은 힘들었어.”
아이의 인격이 아니라 행동에만 집중하면, 아이도 조금씩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준비를 하게 돼요.
3. '왜 그랬어?' 먼저 듣기
훈계하기 전에 아이의 마음을 먼저 물어봐 주세요. “○○야, 오늘 왜 그랬어?” 그 한마디로 아이는 선생님이 자기 말을 들어줄 사람이라는 걸 알게 돼요. 들어보면 별일 아닐 때도 많고, 그저 관심받고 싶어서인 경우도 참 많아요. 선생님이 먼저 아이의 이야기를 열어주는 순간, 아이도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합니다.
4. 행동의 결과를 스스로 떠올리게 하기
아이에게 왜 그 행동이 문제였는지, 친구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세요.
“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 친구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아이들이 '나 때문에'가 아니라 '내 행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 진짜 반성이 시작됩니다.
5. 규칙은 일관되게, 작은 일도 놓치지 않기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일. 바로 일관성입니다.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질 때 ‘오늘은 그냥 넘어가자’고 하면
아이들은 '경계'를 헷갈려합니다. 작은 일도 원칙대로, 매번 같은 태도로. ‘지금은 참자’가 아니라 ‘지금 다잡자’라는 마음으로 매일 작은 경계를 세워주세요. 그게 쌓이면 아이들도 ‘우리 반은 이 정도까지가 선이구나’ 스스로 알게 됩니다.
선생님, 하루아침에 분위기가 확 달라지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이 다섯 가지를 작은 습관처럼 매일 교실에 세워두면, 선생님의 마음도 조금씩, 단단해질 거예요. 그리고 그 단단함 안에서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고, 수업이 조금 더 편안해질 거예요. 선생님의 그 힘겨운 마음, 선생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꼭 기억해 주세요. 같이 겪고 있는 선생님들이 여기, 선생님의 곁에도 많이 있다는 것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