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결국, 태도로 기억되는 사람입니다

선배가 알려주는 교직생활 비법서 22

by 전태영
안녕하세요. 올해 처음 교단에 선 초임 교사입니다. 설렘과 기대를 안고 시작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조심스럽고 어렵네요. 회의 시간엔 어떤 자세로 있어야 하는지, 작은 행사에도 어디까지 나서야 할지... 늘 주변을 살피고 눈치를 보게 돼요. 도와드리고 싶어도 괜히 민폐가 되진 않을까 망설여지고, 먼저 나서자니 ‘괜히 튀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섭니다. 며칠 전엔 운동회 준비 회의가 있었는데요. 선배 선생님들 사이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앉아만 있다가 회의가 끝난 후에도 뭘 도와야 할지 몰라 멀뚱멀뚱 서 있었어요. 몇몇 선생님들이 말없이 자리를 정리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큰데, 정작 동료 선생님들과의 관계에서는 늘 부족한 것만 같아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선배 선생님께 여쭙고 싶어요. 저처럼 서툴고 눈치만 보는 교사도, 언젠간 학교에 잘 녹아들 수 있을까요?

“저처럼 서툴고 눈치만 보는 교사도, 언젠간 학교에 잘 녹아들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저는 자신 있게 말하고 싶습니다.


네, 물론입니다. 이미 잘하고 계세요.


그 조심스러움과 배려의 마음이야말로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가장 필요한 태도니까요. 지난 2월, 본교 윈드 오케스트라단의 연주회가 문화회관에서 성황리에 열렸습니다. 저도 소속 교사로서 새내기 교사와 함께 공연 한 시간 전 행사장에 도착해, 의자 배치와 무대 점검, 안내 표지 설치 등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전 과정을 함께했습니다. 행사 당일, 많은 동료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학교가 지닌 ‘나눔’과 ‘협력’의 가치가 얼마나 따뜻하고 소중한지 다시금 느꼈습니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 분주히 음향을 점검하는 선생님들, 묵묵히 관객 안내를 맡은 교직원들의 모습 속에서 ‘이 공간은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죠. 특히 맡은 역할을 넘어 서로를 배려하며 손발을 맞추는 모습은 인상 깊었어요. 마치 오래 함께해온 팀처럼, 호흡이 척척 맞는 자연스럽고 유연한 협력이 돋보였습니다.


사연을 보내준 선생님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그 속에 스며드는 자신’을 상상했을 거라 생각해요.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회의, 행사 등 다양한 공동 활동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들의 태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작은 행동 하나에도 신뢰와 배려가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 후 묵묵히 자리를 정리하거나, 운동회가 끝난 뒤 피곤한 몸으로 운동장 물품을 정리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합니다. 이제 막 걸음을 뗀 선생님께 제가 꼭 전하고 싶은 건, ‘너무 앞서가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학교는 서서히 배워가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공간이니까요. 그리고 신뢰받는 교사로 성장하기 위한 몇 가지 태도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사소해 보여도 분명 선생님께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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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간을 잘 지키는 모습은 신뢰를 만드는 첫걸음이에요.
회의나 행사는 대부분 정해진 시간에 시작되지만, 사실 그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여유 있게 준비하는 모습에서 선생님의 성실함이 드러난답니다. 혹시 부득이하게 늦을 상황이 생기면 간단한 메시지로 미리 알리는 배려도 잊지 마세요. 도착했을 땐 조용히 자리에 앉아 흐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센스도 함께요.


2. 말보다 더 큰 힘을 가진 건 ‘잘 듣는 태도’랍니다.
회의 자리에서는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거나 메모를 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한 인상을 줄 수 있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교사, 그 존재감은 오래 기억된답니다. 의견을 말할 땐 짧고 또렷하게, 상대가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말해보세요.


3. 작아 보이는 일에도 마음을 다하면, 사람들은 그걸 기억해요.
운동회 뒤에 물품을 정리하거나, 회의 자료를 복사하는 일처럼 작게 느껴지는 일들도 사실은 학교 전체의 분위기를 만드는 소중한 순간들이에요. 특히 초임일수록 그런 일에 성실하게 참여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신뢰로 이어지더라고요.


4. 누군가 필요해 보인다면, 살짝 먼저 다가가 보세요.
음료를 나르거나, 마이크 선을 정돈하는 일처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 않는 일들이 있어요. 그런 자리에 자연스럽게 함께해 주는 선생님은 금세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된답니다. 다만 너무 앞서거나 분위기를 놓치지 않도록, 조용히 한 걸음 다가가는 마음이 중요해요.


5. “이건 아닌 것 같아요”보다는 “이런 건 어떨까요?”
의견을 낼 땐, 단순한 비판보다 하나의 제안을 더하는 방식이 훨씬 부드럽고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돼요. 말의 온도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지거든요. 동료 교사로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기 위해, 말 한마디에도 따뜻한 배려를 담아보세요.


긍정적이고 유연한 말투는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집니다. 같은 말도 따뜻하게 건네면, 훨씬 더 마음 깊이 전해지니까요. 학교는 단순한 조직이기 전에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에요. 회의나 행사에 참여할 때도 그저 형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임해보세요. 그렇게 성실하고 따뜻한 태도는 어느새 주변 선생님들의 마음에 닿고, 선생님을 신뢰하는 시선으로 이어질 거예요.


무엇보다 꼭 기억해두셨으면 하는 건, 이런 마음가짐과 태도가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이 모든 순간이 결국은 선생님 자신을 성장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된답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관계도 함께 따라오게 되죠.


일보다 태도가 먼저 눈에 띄어요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그 태도 하나하나가 선생님의 학교생활을 조금씩, 하지만 분명히 아름다운 방향으로 이끌어 줄 거예요. 앞으로 마주하게 될 많은 순간들 속에서, 선생님만의 따뜻한 빛이 조용히 반짝이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