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알려주는 교직생활 비법서 23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5년 차 교사입니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땐 ‘아이들과 함께하는 매일이 얼마나 특별한 시간인지’를 온몸으로 느끼며 지냈습니다. 아이들이 웃을 때 같이 웃고, 아이들이 속상할 땐 그 마음을 보듬어주는 일이 참 뿌듯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교육청 지침과 행정 업무, 학부모 응대,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점점 지쳐가는 저를 느낍니다. 요즘은 ‘내가 정말 이 일을 좋아했던 게 맞나?’라는 의문이 자꾸 듭니다. 학생들에게 따뜻한 선생님이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 감정의 여유조차 없이 하루를 버티는 제 모습에 실망하기도 해요.
선배 선생님들 중에는 명예퇴직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어떤 분은 일찍 제2의 삶을 시작하셨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문득 ‘나는 교사로서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고민이 됩니다. 퇴직은 아직 멀었지만, 저도 언젠가는 그 시간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요.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이고 싶을까? 이 길을 계속 걸어도 괜찮을까? 혹시 방향을 바꿔야 한다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교직 생활이 외롭다고 느껴질 때가 많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나처럼 고민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에 이렇게 제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선생님은 그 길을 먼저 걸어가고 계신 분이니, 선생님의 이야기가 지금의 제게 큰 위로가 될 것 같아요.
선생님의 사연을 읽고 있자니,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여름이 떠오릅니다. 저 또한 인생의 큰 전환점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정년 퇴직을 1년 반 앞둔 시점에서 교육장으로 명예롭게 퇴직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 원로교사로서의 길을 걸을 것인가. 많은 분들이 명예퇴직을 권했지만, 저는 교단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교육 행정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교사로 돌아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낯설고 어색한 순간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교사로서의 본질’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돌아보면, 하루하루 선생님들과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하기에, 그 선택이 참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또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내년 2월이면 저도 정년을 맞아 학교를 떠납니다. 그래서 오늘은, 퇴직을 앞둔 선배로서 진로와 미래를 고민하는 후배 선생님들께 몇 가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1. 교사는 멈추지 않는 배움의 여정입니다
교직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고, 그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삶의 방식입니다. 저 역시 38년을 그렇게 살아왔고, 여전히 배우고 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교사는 늘 새롭게 배우는 사람이며, 그래서 오래도록 존경받는 존재입니다.
2. 선생님의 이야기를 나누십시오
딸의 제안으로 시작한 ‘교환편지’는 제 삶을 돌아보는 뜻깊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교육 37년 차의 아버지와 10년 차 PD인 딸이 주고받은 그 편지는 단순한 가족 간의 교류를 넘어, 삶의 기록이자 세대 간의 대화로 이어졌습니다. 그 글은 『아빠가 외롭지 않게, 딸이 힘들지 않게』라는 책으로 독립 출간되었고, 지금은 『선배가 알려주는 교직생활 비법서』라는 이름으로 브런치북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교직 생활, 감정, 시행착오, 그리고 보람을 기록해 보세요. 그것은 훗날 누군가에게 큰 위로이자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저에게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작은 교실에서 쓰는 글은 계속됩니다)
3. 제2의 삶을 미리 그려보십시오
정년이 가까워지면 누구나 고민하게 됩니다.
“퇴직 후 나는 무엇을 하며 살까?”
“나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일까?”
이 질문들 앞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퇴직을 앞두고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행복한 직장생활을 위한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경북의 여러 학교를 찾아 강의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퇴직은 끝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쌓아온 교육 경험은 어디서든 강력한 자산이 됩니다. 그 자산을 어떻게 쓸지는, 지금부터 조금씩 상상하고 준비해보시기 바랍니다.
4. 교사는 혼자가 아닙니다
교직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고독함’입니다. 하지만 그 고독을 견딘다는 것은 학생들과 깊이 연결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잊지 마십시오. 같은 길을 걷는 선배, 동료, 후배들이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함께 나누고, 함께 이겨내면 됩니다. 서로 마주하지 않아도 모니터 넘어 이 글을 쓰고 있는 여러분의 동료인 저도 있으니까요.
5. 퇴직 후 삶을 위한 작은 준비들
퇴직 후에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다음과 같은 준비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실천해 보시길 권합니다.
오래 미뤄두었던 취미를 다시 시작해 보세요. (글쓰기, 그림, 악기, 정원 가꾸기 등)
작은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시도하는 습관을 만들어 보세요.
고립감을 막기 위해 동료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지역 커뮤니티·문화센터·봉사단체에도 참여해 보세요.
전문 지식과 경험을 멘토링, 강연, 집필, 컨설팅 등으로 사회에 환원해 보세요.
규칙적인 운동과 생활리듬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세요. 저는 초임 시절부터 테니스를 꾸준히 치고 있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일기 쓰기, 명상, 기도, 긍정 확언 필사 등을 통해 자신을 다독이는 시간도 가져보세요.
이 모든 과정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서서히, 그러나 꾸준히. 작은 성취를 자주 경험할수록 퇴직 후에도 활기차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답게, 나의 속도로” 준비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선생님께 드리는 마음 한 조각,
이 길을 먼저 걸어온 사람으로서, 저는 선생님의 고민이 얼마나 진지하고 깊은지 충분히 공감합니다. 때로는 흔들리고, 지치고, 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그 모든 순간에도 선생님은 여전히 ‘좋은 교사’로 살아가고 계십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완벽한 교사가 아니라 진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선생님은 이미 많은 아이들의 삶에 따뜻한 빛이 되고 계실 거예요. 언제나 응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 충분히 잘하고 계십니다. 지금 이대로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