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 '같이'의 가치

선배가 알려주는 교직생활 비법서 24

by 전태영

성장에는 반드시 '같이'가 필요해요

발령받은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매일 교실에 들어가기 전, 심호흡을 여러 번 하고 나서야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눈을 마주치면 웃고 있지만, 사실은 너무나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수업 준비도, 생활지도도, 학부모 상담도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들 바빠 보이고, 저만 이 정도로 힘든 걸까 싶어 차마 도움을 청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엔 “하루만 더 버텨보자” 하며 시작한 하루가 이제는 “오늘도 들키지 말자”는 하루가 되어버렸습니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질문을 꺼내는 게 용기가 아니라, 무능처럼 느껴질까 봐 자꾸 망설이게 됩니다. 회의 시간엔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이다가, 뒤돌아서 인터넷을 열어 하나하나 다시 찾아보는 날들이 이어지고, 밤마다 오늘 내 표정은 괜찮았는지, 말투는 이상하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복기하느라 좀처럼 잠이 들지 않습니다. 그렇게 괜찮은 척을 계속하다 보니, 정작 제 마음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혼자 울고, 혼자 참다가 결국 이렇게 글로라도 털어놓아야 할 만큼요. 선생님도 이런 순간이 있으셨나요? 처음 교단에 서던 그 시절, 마음이 버거웠던 날들엔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오셨나요?

괜찮은 척, 오래하느라 많이 힘드셨지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마음 한구석이 저릿해졌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처음 교단에 섰을 때, 모든 걸 스스로 해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 정도도 혼자 못하면 안 되는 거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수업도, 학급 운영도, 행정 업무도 묵묵히 감당하며 괜찮은 척, 당당한 척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반 아이 중 한 명이 친구들에게 공격적인 언행을 보이며 수업을 반복적으로 방해하기 시작했어요. 지속적인 지도에도 나아지지 않았고, 점점 제 방식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죠. 혼자 해결하려 애쓰던 그 시기, 같은 학년 선배 선생님이 조용히 다가와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아이, 나도 작년에 맡아봤어요. 혼자 너무 끌어안지 말고, 같이 풀어보자”


그 한마디에 꽉 조였던 마음이 조금 풀렸고, 선배님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상담에도 동행하면서 상황은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껍질을 깨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 마음을 조용히 알아봐준 선배의 관심이 있었기에 나는 그 껍질을 무사히 깰 수 있었구나, 하고요.


비슷한 일도 있었습니다. 담임 1년 차였던 어느 선생님이 학부모의 지속적인 항의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겉으론 괜찮은 척했지만, 얼굴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지요. 그 모습을 알아챈 동학년 선배가 조심스럽게 “요즘 힘들어 보여요. 무슨 일 있어요?”라고 말을 건넸고, 그제야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었습니다. 선배는 관리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 응대 스크립트 같은 실질적인 조언을 아낌없이 전해주었고, 그 이후 선생님은 자신감을 되찾았어요. 그리고 언젠가 본인이 더 어린 후배에게 같은 조언을 건네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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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가지 경험을 통해, 저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됐습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안에서 쪼는 힘(줄)과 밖에서 도와주는 힘(탁)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교육 현장에서 이 말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후배 교사의 성장 의지와 노력, 그리고 선배 교사의 관심과 조력. 이 두 가지가 맞물릴 때, 비로소 진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 때로는 우리는 혼자 끙끙 앓으며 ‘줄’만 하다 지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아주 작게라도 ‘탁’을 청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지금, 줄탁의 타이밍을 기다리는 분들이 있다면, 제가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배운 세 가지 실천 방법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 먼저 쪼아야 합니다.

마음을 여는 용기, 그 시작이 필요합니다. 모른다고 말해도 괜찮습니다. 질문을 던지는 일은 나약함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용기입니다.


둘째,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어렵습니다”, “이 상황이 고민입니다.” 이렇게 단순하지만 구체적인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관심을 불러옵니다. 내가 어려움을 말해야, 다른 사람이 들어줄 수 있습니다.


셋째, 타이밍을 놓치지 마세요.

내가 마음을 연 바로 그 순간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입니다. 그 짧은 용기 하나가, 내 교직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선생님도 누군가의 껍질을 ‘탁’ 하고 두드려줄 날이 올 것입니다. 오늘은 내가 껍질을 깨고, 누군가가 도와줬지만, 내일은 내가 누군가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교직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어미닭이 되어주는 길이니까요. 줄탁동시, 그것은 단순한 도움의 개념이 아니라, 성장의 순간이자 관계의 축복입니다.


이 글이 지금의 선생님께, 작은 쉼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어디 가서 말하기 어려운 마음일수록, 누군가의 다정한 말 한 줄이 오래 남더라고요. 지금 선생님이 느끼는 불안과 조심스러움, 저도 겪어보았기에 더욱 이해합니다. 그러니 부디 너무 오래 혼자 끌어안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앞으로 더 단단해질 선생님의 모습을 저는 믿습니다. 필요할 땐 주저 말고 손 내밀어 주세요. 그 손을 꼭 잡아줄 누군가, 분명 가까이에 있을 거예요.


오늘도 애쓰고 있는 선생님께, 마음 다해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