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알려주는 교직생활 비법서 25
후배 교사 A의 고민 사연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메일을 드려도 괜찮을지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글을 씁니다. 저는 올해 교단에 처음 발령받은 초임 교사입니다. 사실, 교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을 땐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나누는 일이 얼마나 벅차고 아름다운 일일지 상상했어요. 그런데 막상 현실은, 그려왔던 교실과는 조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네요. 수업 준비도, 아이들과의 관계도, 회의와 행정 업무도 하나하나가 낯설고 어려워서 ‘내가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와요. 특히 요즘은 아이들의 반응에 마음이 자꾸 흔들립니다. 내가 준비한 수업에 집중하지 않거나, 무심한 말투에 상처를 받을 때면 ‘내가 교사로서 부족한가’ 싶어 자책하게 되고, 그 감정이 쌓이면서 점점 자신감도 사라지는 것 같아요. 선배 선생님들은 바쁘셔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조심스럽고, 괜히 '요즘 선생님들은 왜 이렇게 힘들어하냐'는 말이 돌아올까 속마음을 꾹꾹 눌러담고만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께 용기를 내어 여쭙고 싶었습니다. 선생님도 처음엔 이런 시기를 겪으셨나요? 지금처럼 흔들릴 때,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아이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으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은 정말 큰데 그 마음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날도 있다는 걸, 요즘 조금씩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어쩌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제 마음속 불안에 작은 불빛이 켜질 수 있을 것 같아 감히 이렇게 사연을 보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 같은 분이 계셔서 조금은 덜 외롭다고 느낍니다.
선생님, 용기 내어 마음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스레 적어내려간 문장 사이로 선생님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교단에 첫발을 내디딘 그 용기, 그리고 그 용기 위에 쌓여가는 수많은 물음과 고민들, 그 모든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모릅니다.
싱그럽고도 뜨거운 6월의 바람이 창문을 살며시 두드리는 요즘입니다. 교정 곳곳엔 연둣빛 잎사귀들이 햇살을 머금고 반짝이고, 복도 사이로 스며드는 따사로운 빛은 하루의 고단함마저 잠시 잊게 만들곤 하지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잎새처럼 가볍게 퍼져나가는 이 계절, 학기의 시작에서 느꼈던 긴장감은 조금 누그러졌을지 모르지만, 교실 안팎으로 쏟아지는 일들 속에 몸과 마음의 에너지는 어느덧 조금씩 소진되고 있을지도요. 그래서일까요, 선생님의 마음속 물음표들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이 일을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 어쩌면 저 역시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는 물음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퇴근 후 시간이 날 때면 학교 뒷산인 매봉산을 오릅니다. 해발 237미터의 낮고 순한 산입니다. 올라가는 데 30분, 내려오는 데 30분이면 충분한, 큰 부담 없는 산이지요.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저는 큰 위로와 배움을 얻곤 합니다.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처음엔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평평한 능선이 펼쳐집니다. 힘든 구간을 지나야만 만날 수 있는 그 평안한 길이 마치 교직 생활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윗돌 위에 누군가 올려놓은 작은 디딤돌 하나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조그마한 돌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걸음을 도왔을까. 그 작은 배려 하나가 수많은 사람의 숨을 고르게 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우리 교사도 그렇지 않을까요. 말 한마디, 작은 눈맞춤 하나, 짧은 메모 한 줄이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남을 수 있습니다. 지금 선생님이 하고 있는 모든 ‘작은 일들’이 그 아이들의 길 위에 놓인 디딤돌이 될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산길에는 때때로 두 갈래 길이 나타납니다. 저는 일부러 매번 익숙한 길 대신 새로운 길을 택해보곤 하지요. 그 선택 덕분에 빨갛게 익은 망개 열매도 보고,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합니다. 교직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하던 방식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새로운 시도도 필요합니다. 수업 방법, 아이들과의 소통, 업무의 방식까지 조금씩 달리해보는 유연함이 오히려 선생님을 더 단단하게 만들 것입니다.
다르게 걷는 용기, 그것이 때로는 교사의 성장을 이끕니다.
정상에 올랐을 때 마주하게 되는 탁 트인 전망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지나온 길이 고되었기에 더 값진 선물이기도 하지요. 아이들과 함께 걸어가는 이 길도 그렇습니다. 하루하루는 벅차지만, 문득 돌아봤을 때 ‘참 잘 걸어왔다’고 말할 수 있는 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 분명 오를 때보다 수월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풍경에 취해 발을 헛디딜 수도 있고, 놓치는 것들도 생깁니다. 우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마음의 여유는 필요하지만, 교사로서의 중심은 잃지 않아야 하니까요.
길을 걷다 마주친 두 가지로 갈라진 소나무, 서로 어우러진 야생화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이 요즘 교실 안의 우리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로 다르지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공간, 그게 바로 우리 학교, 우리 반 아닐까요.
선생님, 이 계절이 선생님께 단지 바쁜 6월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회복하는 6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근처의 산을 올라보세요. 크지 않아도, 높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걷고, 보고, 느끼는 그 시간이 선생님 안의 숨겨진 힘을 다시 일깨워줄 거예요. 그리고 그 경험을 저와 나눠주신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 이야기는 또 다른 후배 선생님에게 전해질 수 있겠지요.
늘 아이들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선생님이 되어주시길 응원합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계십니다.
5월의 햇살을 담아, 조금 먼저 이 길을 걷고 있는 선배 교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