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알려주는 교직생활 비법서 26
후배 교사 B의 고민 사연
안녕하세요, 선생님. 올해 처음으로 학급 담임을 맡게 된 1년차 교사입니다. 처음 학급 담임을 맡고난 뒤에, 어떻게든 수업을 안정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였어요. 매일 준비하고, 또 점검하면서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요즘은 아이들도 어느 정도 저를 믿어주고, 수업 분위기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고민이 생겼어요.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나니, “선생님 수업 어려워요”라고 툭 던지는 한 마디가 계속 마음에 남더라고요. 다른 아이들은 잘 따라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진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저도 아이들에게 피드백을 받아볼까 하는데... 사실 조금 겁이 납니다. 솔직한 말들 속에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부족함이 드러날까봐요. 아이들의 시선으로 수업을 본다는 게 생각보다 두렵게 느껴집니다. 괜히 스스로에게 상처받을까봐 망설이게 돼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힘든지… 그런 걸 진심으로 알고 싶기도 합니다.
선생님은 이런 피드백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혹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처받은 적은 없으셨나요? 그리고 그 피드백이 정말 수업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긴 하나요? 경험 많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지금의 제가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게, 조심스레 묻습니다.
6월도 어느덧 중순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학교마다 각종 행사로 분주한 시기이지요. 학급마다 수업도 어느 정도 안정되고, 학생들과의 라포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입니다. 교실이 교실다워지는 시간, 선생님도 그렇게 이 시기를 통과하고 계시겠지요.
사연을 읽으며 문득, 저의 초임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그때는 “학생 피드백을 받으면 수업의 질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지만, 선뜻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웠어요. 내 수업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따랐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 정말 잘 압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후배 선생님이 먼저 용기 내어 물어와준 것이, 참 반가웠습니다.
저는 지난주, 수업과 수행평가를 마친 뒤 아이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수업 만족도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실 이번에도 살짝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피드백을 받는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솔직한 말 속에서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족함과 마주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에도 다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속마음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생각 속에는 교사의 성찰을 돕는 거울이 숨어 있으니까요.
방법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수업을 맡은 10개 반 중 3개 반을 정해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무기명으로 수업에 대한 의견을 적어보게 했습니다. 질문은 두 가지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이었나요?”
"조금 더 보완되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진지하고 솔직하게 응답해주었습니다. 그 결과는 제 예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아이들이 수업에 잘 집중하고 반응도 좋아서, 저는 높은 만족도가 나올 거라고 기대했거든요. 그런데 점수의 폭은 꽤 넓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나서야 알게 된 현실이었습니다.
“토론 수업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제 의견을 말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선생님의 설명이 이해하기 쉬웠어요.” “활동이 재미있어서 시간이 금방 지나갔어요.” “발표를 갑자기 시키지 않으시고 수업을 재미있게 해 주셔서 좋았어요.” “경험담을 들려주셔서 도덕시간이 기대가 돼요.” 이런 긍정적인 피드백을 읽으며, 내가 아이들과 쌓아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안도와 감사가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나를 멈춰 서게 한 문장들도 있었습니다. “질문할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반과 비교하는 게 싫었어요.” “영상이 적어서 설명이 좀 지루하게 느껴졌어요.”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적어준 이야기들 속엔, 아이들의 바람, 수업에 대한 기대, 그리고 각자의 수업 경험에 대한 평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비록 기대한 점수는 아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 어린 피드백은 저에게 더없이 값진 성찰의 기회를 안겨주었습니다.
후배 선생님, 학생들의 피드백을 마주한다는 건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하지만 그건 단순히 “수업 어땠니?”를 묻는 것을 넘어, 학생의 시선으로 수업을 되돌아보고 개선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답니다. 그 피드백이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고 깊습니다.
1. 학생을 ‘배움의 주체’로 인정하는 일
피드백을 요청한다는 것은 곧, “너의 생각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입니다. 학생의 목소리를 수업의 방향과 질 향상에 반영하려는 태도는 학습 동기를 높이고 수업에 대한 주인의식을 키우는 계기가 됩니다.
2. 교사의 성찰과 성장의 기회
학생들의 피드백은 거울과 같습니다. 때로는 내가 놓친 부분을 짚어주고, 때로는 내가 고민한 수업의 의도가 잘 전달되었는지 확인하게 해줍니다.
3. 신뢰와 라포 형성의 촉진제
“선생님이 우리의 생각을 묻고, 들어준다.” 이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은 교사에 대한 신뢰를 쌓게 됩니다.
우리는 종종 ‘가르치는 사람’의 위치에 머무르곤 하지요. 하지만 수업은 교사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입니다. 피드백을 받는다는 건, 분명 성장의 기회를 품고 있는 일입니다. 수업은 평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으로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그러니 오늘 하루, 선생님도 용기를 내어 아이들에게 한 마디 건네보면 어떨까요? “수업 어땠어?”라는 작은 질문 하나가, 수업을 바꾸고, 교실을 바꾸고, 무엇보다 선생님 자신을 조금씩 변화시켜줄지도 모릅니다. 그 변화의 시작, 저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