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마음에도 여백이 필요하니까

선배가 알려주는 교직생활 비법서 28

by 전태영
안녕하세요. 조금 조심스럽지만, 요즘 제 마음을 어디엔가 꺼내보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는 교직 2년 차, 아직도 ‘선생님’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교사입니다. 작년엔 그저 하루하루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올해는 조금은 괜찮아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은 더 커지고, 마음은 점점 지쳐만 갑니다. 수업도, 아이들과의 관계도, 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싶어 자꾸만 마음이 무거워지고요. 아이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지만, 가끔은 사소한 말 한마디나 반응 하나에도 ‘내가 실수한 건가?’, ‘내가 부족한가?’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한 번 그렇게 생각이 시작되면 멈추기가 힘들더라고요. 요즘은 주말이 되어도 온전히 쉬질 못해요. 몸은 누워 있어도 머릿속은 늘 다음 주 시간표를 돌리고 있고, 학습 준비며, 아이별 상담 계획, 수행평가 일정까지 하나하나 떠올리다 보면 어느새 주말이 훌쩍 지나가버려요. 쉬고 싶어서 누웠는데, 결국 아무것도 못 했다는 죄책감만 남고요.
이런 생활을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을까, 문득문득 막막해질 때가 많아요. 그래서 선배님께 여쭙고 싶었습니다. 이런 흐려지는 시기에도 어떻게 그 자리를 지켜내셨는지요. 그 시절의 선배님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버티셨는지, 조심스레 듣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보내주신 사연을 읽으며 제 마음도 오랜만에 멈춰 섰습니다. 아마도 요즘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많은 선생님들이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겪은 일상과 작은 경험을 통해, 선생님께 조금이나마 응원의 마음을 전해보려 합니다.


요즘 교직 현장에서도 ‘워라밸’, 그러니까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이 더 자주 들려옵니다. 하루하루 수업과 업무에 몰두하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한 채 지쳐 있는 날이 많지요. 저 역시 그런 시간을 수없이 지나오며 하나 배운 것이 있다면, 여유는 가만히 기다린다고 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 나설 줄 아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지혜라는 점입니다. 그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 싶어, 얼마 전 다녀온 짧은 여행을 떠올려 봅니다. 지난 토요일, 아내와 함께 영덕 해파랑공원에 다녀왔습니다.


그냥 한번 훌쩍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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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맘 먹고 바다를 향해 길을 나섰지요. 내륙 지방에서 오래 살아온 저에게 바다는 늘 마음속 동경의 풍경이었습니다. 출발부터 괜히 설레더니, 도착해 넓은 수평선을 마주하니 가슴이 확 트이고, 그동안 무심코 쌓아온 긴장과 피로가 조용히 흘러내리는 듯했습니다. 그 바닷가엔 늘 들르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커피공장’이라는 이름의 조용한 공간인데요, 이번에도 그곳에서 아내와 나란히 앉아 아메리카노 한 잔을 천천히 마셨습니다. 이어 가자미 매운탕으로 따뜻하게 속을 채우고, 어시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작지만 충만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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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자주 바쁘다는 이유로, 일이 많다는 핑계로 ‘쉼’을 뒤로 미뤄버립니다. 하지만 쉼은 사치가 아니라, 우리가 이 일을 오래 잘 해내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야 아이들과도 눈을 맞출 수 있고, 동료와도 말 한마디에 웃을 수 있지요. 혹시 요즘 마음이 자주 답답하고, 해야 할 일들이 벽처럼 느껴질 때가 잦아졌다면, 잠시라도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작은 여유를 선물해보시길 권합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가까운 산책길, 동네 카페, 가족과의 짧은 외출만으로도 마음에 숨 쉴 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운동과 여행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테니스를 무척 좋아합니다. 수업 준비로 머릿속이 복잡할 때, 마음이 지쳐 있을 때, 라켓을 잡고 공을 치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지금 여기’에 집중할 수 있거든요. 운동을 마치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다시 아이들 앞에 설 에너지가 생깁니다. 혼자 조깅을 하거나 조용히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교직을 오래 해보니 더 절실히 알게 되더군요.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실과 교무실을 잠시 벗어나 낯선 곳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무게가 조금은 옅어집니다. 익숙한 풍경을 벗어난 순간, 나를 지치게 했던 요소들이 그곳엔 없으니까요. 새로운 공간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의 인사 한마디가 의외의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산에 가면 악인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연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의 날이 무뎌지고 너그러워지지요. 혼자서든, 동료와 함께든 짧은 산책이나 산행, 여행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 여정에서 좋은 친구나 마음을 나눌 동료를 만나게 된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흔들리는 나를 내가 먼저 다정하게 다독이는 힘입니다.


그 힘이 있어야, 이 길을 오래도록, 그리고 나답게 걸어갈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날씨도 무덥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기 쉬운 시기에는 작은 일들이 괜히 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스트레스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다루고 회복하느냐는 분명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몫입니다. 그래서 꼭 전하고 싶습니다. 교사 자신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유는 준비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마음의 능력입니다. 오늘 하루, 자신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 건네보세요. 따뜻한 커피 한 잔, 느긋한 걸음, 혹은 말 한마디를 덜어내는 고요한 시간처럼요.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선생님께, 이 길을 먼저 걸어온 선배로서 조용히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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