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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Dec 21. 2023

옛 인연, 오늘의 친구

뉴질랜드 고등학교 동창생 리싸를 만났다

 오늘 리싸를 만났다. 푸른초원색의 통통거리는 귀여움을 지닌 뉴질랜드 고등학교 동창생 리싸를 대한민국 충청남도에서 만났다.


 그녀는 정현이라는 이름을 가졌으나 외국인등록증에 '리싸킴' 이라고 쓰여져 있을 것만 같은 한국계 이민자 친구다. 리싸가 영국과 두바이를 영영 떠나 먼저 발 디딘 곳이 내가 앞으로 영영 살 것만 같은 이 한국 땅이라 얼마나 반가웠나 모른다. 핸드폰 하나로 손쉽게 안부를 묻는 세상이라지만 아니 오히려 그래서 잊고 살려니 못하고 미련 두는 인연 중 하나이다.


 서로의 머릿속을 헤집으며 추억할 과거도 한가득이지만, 점점 옛 시간은 전생인 듯 흐릿해지고 오늘의 너와 나를 공유하는 수다가 길어졌다. 옛 시간이 핑계가 되어 오늘까지 유지되는 인연이라지만 오늘도 "친구"일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서로를 끌어안아 주는 힘 때문이리라.


 학교에서 국어(영어) 선생님으로 오래 일했던 리싸의 어제가 모국어 습득 방식의 영어 학습을 추구하며 아이들과 뒹굴고 사는 요즘의 내게 성큼 가까이 다가왔다. 한국 근대 문학에 영혼이 묶인 최근의 그녀가 슬픈 역사를 안은 인생들을 글로 마주하고 사는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어쩐지 오늘만큼은 리싸보다 정현이라는 이름이 어울렸다. 이 외 정치, 철학, 사회, 연예 등 공감이 가는, 때로는 동의되지 않는, 혹은 낯설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두 아들의 하원 시간에 쫓겨 아쉽게 보낸 시간이었지만 나를 여물게 하는데 충분했고, 우리의 내일에 응원이 되었다. 나와 다른 저 반짝임이 주어진 자리에서 충실히 살아온 덕에 이 세상이 이렇게 풍성하다 고백하게 되는 - 오늘 꼭 그것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2023년 11월 23일, 내년 2월에 다시 만날 그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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