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솔 Dec 22. 2023

친구의 이별을 함께하지 못한 후회

죽음을 겪은 생명에게

 브런치에서 “진희에게”라는 글을 보았다. 첫째, 둘째 문장에 이미 마음을 뺏겨 하트를 누르고 한 글자 한 글자가 아까워 꼭 꼭 씹으며 읽었던 아름다운 편지글이었다. 마지막 즈음 작가님 아버지 장례식에 찾아온 친구가 담담히 꺼냈다던 말과, 그로 인해 감사할 힘을 다시금 얻었다던 이야기에는 울컥 눈물이 나왔다. 죽음을 경험한 나의 인연들이 떠올라서였다.


https://brunch.co.kr/@if2were5/332

진희에게 by 지구 사는 까만별


  중학교 1학년 때 내내 붙어 다니던 친구들 중 두 명이 코로나 시기에 상을 겪었다. 하나는 병원서 오래 모신 어머니를 떠나보냈고, 하나는 코로나 판정을 받으신 부모님 두 분과 갑작스럽게 이별하였다. 후자의 경우 지금처럼 한 해의 끝인 12월이었다. 첫 동갑내기 친구 부모님 장례였고, 두 분을 모두 여읜 것은 지금까지도 유일하다.


 당시 어린 두 아들과 거센 코로나 바람이 핑계가 되어 안 그래도 먼 장례식장의 물리적 거리를 더욱 멀게 만들었다. 지금 이 시국에, 지금 네 상황에, 오긴 어딜 오냐던 전화 너머 친구의 목소리에 내심 안도했던 내 과거가 얼마나 후회되나 모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갔어야 했다. 더욱 적극적으로 그 이별에 동참했어야 했다.

 

 그 이후 다시 12월이 되고 차가운 바람이 불면 '연말'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보다 친구의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할머니 집에서 보낼 겨울방학을 기대하는 두 아들을 보며, 조부모와 함께 살았던 친구의 아들이 생각난다. 올겨울, 부모님 냄새가 밴 이불이 너무 헤져서 버리며 울었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그날 장례식장에 갔어야 했다고 다시 한번 사무치게 후회하며 엉엉 울었더랬다.


 "진희에게"라는 글을 읽으며 '아 난 친구에게 절대 진희가 될 수 없겠구나'라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또 엉엉 울었다. 그날 밤에 함께 있어 주지 못했음이 절대 바뀔 수 없는 사실이라 슬펐다. 그러다 문득 바꿀 수 있는 오늘과 내일에 진희가 되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였다. 내가 네게 감사할 힘을 줄 수 있을까. 감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래, 지금처럼 이렇게 함께 있자. 내가 사는 것을 보이고 네가 사는 것을 보며 함께 살아자가. 부모님은 너무 멀-리 계시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함께 살아가는 친구가 있다고, 그래서 감사할 힘을 얻는다고, 네가 그렇게 여길 수 있는 친구로 남길 희망해 본다.


2023년 12월 22일, 우연히 읽은 편지가 낳은 반성문

작가의 이전글 옛 인연, 오늘의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