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kt 1.
오전 11시든 저녁 11시든 상관없었다.
스멀스멀 찾아오는 봄기운이 되려 슬펐다.
베를린의 싸늘한 공기나 흐린 하늘을 핑계로 집 안에만 머물러 있을 수 있는 날들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뜻이었기에.
다른 누군가의 열심히 사는 삶을 하루종일 들여다보는 시간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뻐근한 두 눈과 무기력한 몸 뚱아리 뿐.
마냥 가만히 있기에는 한심하고, 무엇인가를 시작할 만큼의 용기는 없었다. ‘왜 나는 이곳에 있는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만 되뇔 뿐이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가릴 것 없이 그곳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어진 재능을 가지고 나 같은 ‘보통 사람들’ 의 헛헛한 마음을 채우고 있는 ‘특별해 보이는 그들’ 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게 주어진 능력은 뭐가 있을까? 나에게 남들보다 손톱만큼이라도 타고난 재능이 있을까?
그리 뛰어나지도 않았으나, 그리 열심히 해 본 적도 없었기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생각했다.
베를린에 살고 있는 것이 문제일까? 하지만 그러기엔 한국에서 제대로 살아낼 자신도 없다.
하지만 몇 가지는 분명해졌다.
다른 사람들의 완성되어 가는 인생을 바라보던 힘으로, 내게 주어진 인생을 힘껏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
비록 지금 내딛는 한 걸음이 초라해 보이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더라도 나 스스로를 끝없이 응원해주어야 한다는 것.
내가 어디에 있든, 매일을 여행자처럼 새롭게 바라볼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
그렇게 세상 따뜻하고 안전한 침대를 박차고 일어난 스스로에게 오늘에서야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