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바다를 이기지 못한다
류시화 시인의 [세월]이라는 시를 읽다가 각자의 삶이 종이배와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들은 자식을 종이배에 태워 세상을 향해 개울에 띄워 보낸다.
어느 집은 빳빳한 달력으로 접은 종이배에, 어느 집은 도화지로, 어느 집은 물이 스미지 않는 코팅이 된 종이배에. 어느 집은 종이배가 아닌 플라스틱이나 나무로 만들어진 배에 태운다. 물론 그 크기나 재질은 형편에 따라 제각각이다.
고만고만한 마을에서 출발한 배들은 여울을 지나며 몇몇은 덤불에 걸리거나 물이 스며 멀리 가지 못하고 풀섶에 좌초한다. 어느 집은 조금 더 크고 너른 냇가에서부터 배를 띄우기도 한다. 얕고 굽이진 개울을 헤매어 나와야 하는 배 들보다 한참을 앞서는 것이다. 나름 한참을 앞세웠다 생각했는데 강물을 만나니 더 크고 빠르고 튼튼한 배로 가득하다.
부모들은 최선을 다 했음에도 더 튼튼하고 큰 돛을 달아주지 못했음을 안쓰러워한다. 승선자의 일부는 그들이 최선을 다했음을 알고 있고 일부는 깨닫지 못한다.
강은 바다로 흐른다. 아무리 튼튼하고, 빠른 종이배도 바다를 견디지는 못한다. 바다를 이기지는 못한다.
결국 바다라는 종착지에서 소멸할 것이다.
애달프고 서럽고 슬프지만, 막론하고, 멋진 여행을 시켜주신 것에, 근사한 여정의 순간들에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 - 류시화
강물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홀로 앉아 있을 때
강물이 소리 내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그대를 만나 내 몸을 바치면서
나는 강물보다 더 크게 울었네
강물은 저를 바다에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고
나는 그대를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었네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먼저 가 보았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그 서러운 울음을 나는 보았네
배들도 눈물 어린 등불을 켜고
차마 갈대숲을 빠르게 떠나지 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