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그대로의 조화
돌로 성벽이나 옹벽, 석축을 쌓을 때 그랭이방식이라는 것이 있다.
돌의 생긴 모양새 그대로, 테트리스를 하듯 오목한 곳과 불룩한 곳을 서로 기대어 맞춰 쌓는 방식이다. 돌을 다듬을 기술이 모자란 것도 아닌데 굳이 이런 방식으로 쌓은 신라나 고구려 백제 시대의 성이나 절 등에서 아직 그 흔적이 온전히 남아 있다고 한다.
그랭이 방식으로 쌓은 벽은 정교하고 반듯하게 깎아서 쌓은 성벽보다 더 견고하고 튼튼하다고 한다. 성벽이 어떤 물리적인 공격을 받거나 할 때도 비정형의 돌기들이 서로 맞물리기에 더 힘을 받고 어느 부분이 어떻게 물려 있어 어느 부분이 약한 곳인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절이나 건물을 지을 때 큰 하중을 더 잘 견디도록 비졍형의 바윗돌을 놓고 그 위에 기둥을 다듬어(그랭이질) 세우기도 했다.
그랭이식으로 쌓은 벽이나 기둥은 지진까지 견뎌낸다 하니 실로 대단하다. 누구나 가봤을 불국사의 석축도 그랭이식으로 쌓여있다. 표지의 사진은 전라남도 해남 미황사의 석축이다.
불국사를 떠받치고 있는 기초의 그랭이들은 못난 돌이라고 버림받지 않고 천년이 넘는 동안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몇 번의 화재로 절을 새로 짓거나 보수하면서도 못난 돌들은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자식들의 대한 부모들의 바람은 비슷하다. 요즘 부모들의 바람은 의대 합격이 1순위란다. 6-7살 유치원부터 의대 준비반이 꾸려진다는 뉴스가 나온다. 부지런히 깎아 대서 결국 한 가지 모양으로 깎아 내는 세상인 듯하다. 사자나 고양이, 강아지, 타조, 원숭이, 돌고래, 나무늘보, 판다, 지렁이, 까치 들을 한 가지 규칙으로 [달리기 시합]을 시켜 의사, 변호사로 만들려는 세상 같다. 나무를 잘 타고, 헤엄을 잘 치고, 잘 빈둥대고,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각각의 재능이 획일화된다.
생긴 그대로의 쓰임이 있는, 있는 그대로 세상과 맞물려 살아갈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순진한 생각을 해본다.
다행보다는 불행이나 불운으로 여겨지겠지만 나는 아직까진 모난 곳을 누가 깎아 주지도, 스스로 깎지도 못해서 삐죽이 모난 돌로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는, 꼭 한 번쯤은 못난 이 생김 그대로 쓰임이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생각과 바람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