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내어서는 안 될 것들
통발
머릿속과
잔 기억과 추억 속
뭉그러진 가슴속 구석구석에 숨어들어
불현듯 날 울컥하게 하는
마음 틈 구석마다
우럭처럼 숨어 자리 잡은
당신의 부스러기들을 잡아 내려고
커다란 통발을 하나 놓는다
당신이 좋아하던
음악과 풍경과 음식을
잔뜩 넣어 미끼 삼는다
조마조마
통발을 걷어 올린다
다행이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서
제주의 어느 항구에서 밍기적 산책을 하다가 가지런히 쌓인 통발이 낯설어 한참을 바라보다가, 저 통발들을 내 마음속 깊이 담가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시도 아닌 메모를 남겨 두었었다.
할머니와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나서 한동안 내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다가 불쑥 치미는 그리움들이 때론 꽤나 버거웠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사소한 순간들이 애틋하거나 혹은 그리운 것들을 소환했다. 너무 많은 것에, 많은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는 것인지, 너무 예민하고 감성적인 탓인지 모든 순간들에서 기억과 추억이 베어나고 명치끝이 아리기도 했다.
마을 어귀, 풍성하게 자란 코스모스를 보면 그것을 어루만져 쓰다듬으며 걸으시던 아버지 뒷모습이 아련하고, 북엇국을 먹을 때면 계란이 넉넉히 입혀진 대파가 그득 했던 할머니의 칼칼한 북엇국이 그립고, 라디오에서 상록수가 흘러나오면 어설펐지만 그 누구보다 단단했던 그분의 노랫소리가 맴돈다.
눈 내린 밤, 뒤엉킨 신발 무더기들, 봄 담벼락 아래, 옹기종기 모인 밥상, 어수선한 아침, 시끌한 마당, 백미러 속의 한참 선 당신들.
사소한 모든 순간들이 기억의 세포를 자극한다. 지금 무심히 지나치는 순간도 언젠가는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나는 상실의 잔해를 애써 치우려 했던 듯하다. 서둘러치우곤 이내 그리워할 아무것도, 작은 조각 하나 남지 않았음을 후회하곤 했다. 마음이 아려 얼른 잊히고 무뎌지기를 바랐던 순간들이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단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고 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