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칼칼한 맛을 품은 가리비 라면
가리비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배가 고픈데 밥은 하기 싫고, 그렇다고 시켜 먹기에도 애매한 날이 있다. 뭐 먹을까 하다가 라면이나 먹을까? 하면 좋아라 하는 라면 킬러인 두 남자가 있는 우리 집. 늦잠을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겸 점심으로 좋고. 하루 종일 바쁜 일정에 시달리다 집에 와서 지친 몸으로 찬장을 열어 꺼내 끓여 먹는 든든한 비상식량이다. 늘 곁에 가까이 있는 익숙한 친구 같은 존재. 라면은 사랑이다.
라면의 레시피대로 끓인 본연의 맛도 좋고, 다른 재료를 넣어 새로운 조합으로 즐기기에도 손색없다. 여러 조합에서 내가 손꼽는 맛있는 재료 중 하나는 가리비. 겨울이 제철인 가리비는 요맘때 자주 보인다. 양식 가리비도 있어 나름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뻘에서 자라지 않기에 간단히 해감을 하고 겉을 깨끗이 닦으면 되니 손질도 어렵지 않다. 수산시장, 마트, 온라인 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달큰하고 오동통한 속살이 지닌 매력적인 풍미에 눈을 뜨게 되면, 한동안 가리비 앓이를 하게 된다.
이미지출처 : Unsplash가리비는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깨끗이 손질한 후 찜기에 넣어 쪄서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먹어도 좋고. 반을 가른 가리비 위에 초고추장, 참기름과 청양고추, 저민 마늘을 얹어 회로 즐기기도 한다. 살짝 쪄낸 가리비를 반을 갈라 양파와 마늘,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 오븐에 구우면 아이들도 좋아하는 치즈 구이 완성. 살짝 삶아낸 후 살을 발라내어 갖은 채소를 넣은 초무침에도 잘 어울린다. 여러 맛으로 즐길 수 있는 가리비. 그중에서 나의 최애 요리는 바로 가리비 라면이다.
여기에서 오벳 가리비 라면 레시피 나갑니다.
간단하지만 깊은 맛을 자랑하는 요리랍니다.
오벳 가리비 라면 레시피
1. 냄비에 물을 넣고 끓인다.
여기에서 물을 조금 더 넣는다.
(가리비가 들어가기에)
2. 물이 끓어오르면 라면수프를 넣는다.
3. 깨끗하게 손질한 가리비를 넣는다.
4. 가리비가 잘 익어 입을 벌리면
라면사리를 넣는다.
5.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넣는다.
국물 간을 보고 싱거우면
까나리액젓을 조금만 넣는다.
6. 마지막으로 불 끄기 직전 대파를 넣는다.
그릇에 덜어 맛있게 먹으면 된다.
오동통한 가리비와 라면의 조화. 먼저 한 수저 떠서 국물의 맛을 보자. 가리비 풍미가 국물에 녹아들어 더욱 달큰하다. 한 젓가락을 들어 면을 후루룩 입안에 넣는다. 꼬들꼬들 알맞게 익은 면에 알싸한 대파가 간간히 씹히는 맛. 달큰한 풍미가 면에 잘 배어 있다. 고춧가루를 더해 칼칼하기도. 다진 마늘은 감칠맛도 더하지만 가리비의 비릿할 수 있는 맛도 감춘다. 가리비의 속살을 하나 맛본다. 감칠맛, 쫄깃한 식감이 시원 칼칼한 국물과 잘 어울린다. 국물 한 입, 면 한 입, 가리비 한 입에 어느새 그릇은 바닥을 드러낸다.
칼칼하면서 개운한 가리비 라면.가리비 라면이 유독 생각날 때가 있다. 설 명절 기름진 음식을 즐기느라 느끼해진 입맛에 자연스레 칼칼한 음식이 당긴다. 고깃 국물의 진한 맛이 아닌 개운하면서 깔끔함이 간절해진다. 소고기, 전, 잡채 등 등 푸짐하게 먹은 설음식은 결국 부담스럽고 질리게 된다. 결국, 집에 돌아와 찬장을 열고 라면을 꺼내든다. 다른 맛을 즐기고 싶어 냉동실에 있던 가리비를 넣어 끓였던 날. 아 그래. 역시 라면이 제일이야! 를 외치며 설음식의 그림자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로 종종 가리비라면을 찾고 있다.
아무리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자주 먹는 음식이 주는 힘을 이길 수 없다. 익숙한 맛 만이 줄 수 있는 위로가 있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명절 동안 상 차리고 치우고 상 차리고 치우느라 지친 엄마의 피곤함에도. 명절 내내 친척과 가족들로부터 시달렸던 긴장감과 우울함, 피곤함에도. 많은 음식들을 먹고 또 먹고 하며 더부룩해진 속과 느끼한 입맛에도. 다시 명절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는 준비를 할 수 있게 하는 가리비라면이 있어 힘을 얻는다.
당분간 명절은 없다. 이를 핑계로 미뤄두었던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하기로 결단. 찬장에서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최후의 만찬인 가리비 라면을 끓인다.
오늘까지만 먹을게요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