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콘서트
이곳 글들은 문화적 열등감에서 빚어진 내 발걸음에 대한 엉거주춤한 내 감성을 기록한 것들입니다.
마치 황새 쫓아가는 뱁새 다리가 찢어지듯... 그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불나방처럼 달려든 나의 얕디 얕은
감성의 기록이고 또 그 아마추어적 감동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기억은 짧고 감동은 오래이고 싶은... 주로 공연과 전시가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 음악 관련 국제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실 메이저급 대회이거나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대회는 아니라서 뉴스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 행사였다. '세계 양금축제 in서울'이란 타이틀로 열리는 행사이다.
2년을 주기로 아시아와 유럽에서 번갈아가며 개최되는데 그간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등으로 건너뛰고
하다 이번 한국에서 대회가 열린 것이다. 11월 3일부터 8일까지 1주일간 국립국악원 예악당과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데 그 첫째로 오프닝 콘서트가 11월 3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렸다.
우선 양금(洋琴) 이란 악기는 한자에서 보듯 서양에서 전래된 악기라 그렇게 불린다. 아라비아 또는 페르시아가 그 기원이라 하는데 이 악기가 중국에는 명나라 때 들어왔고 우리나라엔 청나라 시절 홍대용과 김억이 들여왔고 이후 우리 음악에 수용되어 정악, 가곡 반주등에 사용되었는데 위의 그림에서 보듯 각 나라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연주법도 조금씩 다른데... 우선 페르시아에서는 '산투르'(santur)라 불렸고 이게 세계로 퍼저가며 신성로마제국 때 유럽으로 전래되어 동유럽지역에선 '침발롬'(cimbalom)이나 그 비슷한 이름인 챔발로로 발전되기도 했으며 영미권에서는 '덜시머'(hammkered dulcimer)로 불리다 이것은 나중에 하프시코드나 피아노로 발전되는데 영향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게 중국에선 '양친'으로 불리고 한국으로 건너와서 '양금'이 되었다. 국악기나 양악기나 악기에 대해 문외한인 나는 양금이 이렇게 서양악기에 영향을 주어 현대 건반악기의 효시가 되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게다가 국악기 양금만의 연주를 따로 들어본 적은 없고 '영산회상'이나 주로 정악연주 중 현악기의 하나로 들었었고 관심이 없던 그땐 눈에 현악기로는 가야금, 거문고나 아쟁이나 해금등의 소리가 귀에 들어왔을 뿐이었다. 그러다 이번 한국에서 열린 세계 양금대회에서 양금만의 연주를 듣게 되어 얼마나 기대가 되었던지...
'세계 양금 축제 in 서울'의 오프닝 무대는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렸는데 전석 초대로 이루어진 이번 개막공연에서는 세계의 양금 연주자들이 각자 나라별로 발전된 양금을 가져와 그들 나라의 기법으로 연주를 했다. 우선 시작의 우리나라 국악관현악단의 연주는 역시 느린 곡조로 장엄한 느낌의 연주였다면 현 세계양금협회장인 헝가리출신의 연주자가 연주한 침발롬은 크기도 우리나라의 양금보다 크고 우리 전통 양금의 연주는 바닥에 앉아 연주함에 비해 서양은 역시 의자에 앉아 연주했는데 격정적이고 현란한 테크닉에 정말
놀랐다. 우리나라의 정적인 연주와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https://youtu.be/YYGyC1 qnr78(국립국악원 양금 연주)
https://youtu.be/fHC2 liFJcfc(헝가리 침발롬 연주)
이 헝가리 연주자 빅토리아 헤렌차르란 분이 세계 양금협회 회장인데 이 동영상은 한예종에서의 연주였는데 이번 축제 때 연주는 더 드라마틱하고 격정적인 연주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양금은 오랜 기간 걸쳐 수차례 개량이 이루어져 기존의 양금과는 다른 소리를 내기도 하고 또 연주법도 바뀌어 이번 오프닝 무대에서는 다양한 양금이 다양한 악기와 협연을 하며 동영상에서의 정적인 연주뿐 아니라 아주 격정적이고 신나는 무대도 보여주어 기존의 국악의 상식을 깨는 듯한 신들린 연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이 생경한 악기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아는 곡도 없었는데도 여러 나라의 악기가 그 나라연주자들의 연주기법으로 연주되니 우리나라와 많은 비교가 되었고 흥미로웠다.
스위스 연주자가 자기 나라의 양금을 연주했는데
스위스에선 'hackbrett'라고 불린다고 하고 모양도 '침발로'보다 조금 작은 듯했다. 신기한 건 현재 연주되는 서양악기들은 어느 나라건 모양도 같고 연주 기법도 같은데 비해(피아노나 바이올린등의 경우) 이 양금은 전해진 나라마다 악기 크기와 모양도 달랐고 연주기법도 조금씩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니 각 나라별로 연주자가 나올 때마다 흥미로
웠다. 왜 양금은 나라별로 이름도 달라졌는지 모양도 달라졌는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특이한 건 우리나라의 정통 양금연주는 채를 한 개만 가지고 연주하는데 다른 나라의 양금연주는 양손에 채를 들고 하니 더 격정적이고 화려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걸 보았는데 개량된 우리나라의 양금도 두 손으로 연주하는 기법도 있어 다양한 악기의 변화와 연주법도 볼 수 있었다. 정악에서의 전통 양금의 느릿한 연주에서 개량 양금과 다른 악기와의 협연에서
는 마치 록그룹의 무대 같은 소리도 나오고...
정말 신기했다.
이렇게 새롭게 알아가며 연주를 듣는 것도 시골사람인 나는 또 난감해야 했는데... 사실 초대권으로 나는 VIP석을 배정받았는데 이게 바로 무대앞쪽 가운데라... 돌아갈 기차표를 예매한 나로선 안타깝게도 이 공연을
끝까지 다 볼 수가 없어 중간에 나와야 하는데 자리가 이렇게 되니 난감할 수밖에.... 결국 창구에 가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 뒤쪽 문옆자리에 빈자리가 있으면 바꿔달라고 하여 1층 사이드 뒤쪽에 앉아 연주를 들었는데... 그 좋은 무대 앞 중앙을 두고 이 사이드 뒷줄에서 보는데도 정말 신도 나고 또 각국의 연주를 비교하며 들을 수 있어 정말 신기하고 관심이 갔다. 생각 같아선 다른 방법으로 가고 끝까지 이 공연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사실 더 짜증 나고 화가 나는 일은...
뒷줄에 앉은 중국인 관객들 때문이었는데 이 사람들은 공연시작부터 계속 떠들어대 객석 안내자가 몇 번이나 와서 주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주 중 계속 떠들어 댔다. 바로 뒷줄에서 이야기를 하니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물론 큰소리로 떠드는 건 아니었는데 계속 소곤대고 웃고... 다음연주자가 나오는 잠깐의 시간엔 큰소리로 떠들어대서 정말 기가 막혔다. 이렇게 공연 예의가 없다니... 아무리 특정국가의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해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공연 종료 20분 전 자리를 나와 정말 열나게 뛰어 전철역까지 왔고 기차역까지 가니 다행히도 기차는 여유 있게 탈 수 있었다. 중간에 나온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공연의 잔상을 머리에 띄우며 열차를 기다렸다. 그러나 괘씸한 뒷줄 관객들을 생각하니 속 좁은 나는 화가 나는 건 여전했는데... 이번 대회에 참가한 중국의 유명한 쇈둥양친악단이었는데 자기 나라 공연 때도 그렇게 떠들지 궁금하다. 어쨌든 그렇게 가을은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고... 돌아오는 길... 내내 양금의 소리가 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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