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봄, 갑자기 자두가 몸져눕고...
자두는 만 13살이니 노령견으로 게다가 대형견이니 사람 나이로 치자면 8~90대쯤 된 겁니다. 그래도 비교적 건강하게 잘 지내왔고 작년가을 검진에서 신장 기능이 조금 떨어진 거 빼고 건강하다고 했는데(관절이 약해져서 계단 잘 못 오르고 빨리 못 걷고 했지만) 어제부터 좀 이상한 겁니다. 아침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나가자고 보채던 애가 6시 30분이 되어도 보채지도 않고 누워만 있길래 내가 일으켜 세워 데리고 나갔는데 그나마
5분도 채 못 걷고 그냥 되돌아오는 겁니다. 얼굴 표정도 마지못해 나가는 것처럼... 그렇고요. 그렇게 아침을 주고 출근을 했습니다. 걱정이 되어 핸드폰으로 cctv영상을 보니 전혀 움직이지 않고 마당 가에 누워만 있길래 점심때 와서 보니 잔디에 누워 내가 왔는데도 일어나지 않고 그냥 누워서 바라만 보고 있고요. 정말 어디가 아프긴 한가 봅니다. 잠깐 간식을 주고 물도 주고 잘 있어~ 하고 퇴근 때 오니 이땐 마당에서 대문가로 나와 나를 반깁니다. 다행히도요... 그래서 산책도 여늬때 처럼 했고 밥도 평소 보단 적게 먹었지만 먹었습니다.
그리고 밤엔 평소보다 얌전히 보채지도 않고 잠이 들더니 역시 아침에 깨서 나가자고 보채야 할 시간에도
일어나지 않는 겁니다. 숨소리도 없고요. 문득 겁이 나는 겁니다. 해서 가까이가 가만히 보니 자고 있습니다. 숨소리가 안 나니 좀 무서웠습니다만 배가 숨 쉴 때마다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하지만 또 5시 반이면 일어나 나를 깨우던 애가 6시 반이 넘어도 안 일어나 할 수 없이 깨웠습니다. 처음입니다. 자는 애를 깨워본 게... 평소엔 나가자는 말을 기가 막히게 알아듣던 애가 나가자고 몇 번을 해도 들은 척도 안 하고 누워만 있는 겁니다. 눈만 뜨고 멀뚱하게 바라다보기만 합니다. 물을 주니 물도 누워서 먹습니다. 어젠 그래도 나가자 하니 억지로 일어나 나가긴 했습니다. 비록 5분 만에 돌아왔지만요... 해서 일단 애를 일으켜 밖으로 나가자 마당 한편에서 오줌을 누더니 이번엔 어제 온 비로 젖은 잔디에 펄썩 누워버리네요. 일어나라 해도 요지부동... 그냥 누워버리고 맙니다. 일으켜 세우려니 갑자기 깨갱~하며 소리도 지르고요.... 뭔가 일이 생긴 게 분명합니다. 결국 안아서 집으로 들어와 눕혀놓고 병원 갈 채비를 하고 자두를 차에 태워 동네 병원엘 왔습니다.평소 다니던 곳입니다. 일단 열을 재보니 41.5도라고... 너무 높으니 큰 병원에(입원할 수 있는 곳)서 수액이라도 맞혀서 열을 내리라 하여 인근 신도시 큰 동물병원에 왔습니다.
진료를 하고 자두는 검사실로 들어갔고 자두가 순해서 수의사분께서 혼자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하시면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처음입니다. 병원서 자두 혼자 검사를 한건... 그간 내가 붙잡고 수의사 선생님이 채혈하거나 X-RAY사진을 찍었는데 그냥 혼자 하시겠다 합니다. 신기합니다. 평소엔 검사하려 하면 의사 선생님께
자두가 앙앙거려 입에 마개를 채우거나 내가 자두를 잡고 있어야 했는데 말이죠. 그러나 오늘은 채혈도 하고 X-ray사진도 잘 찍었다 합니다. 열이 난 이유는 일단 양쪽 관절염이 심하고 디스크도 심하고 방광에 결석이 몇 개가 생겨 아프고 열이 날 수도 있다 합니다. 방광염도 있는 듯하고요... 해서 일단 스테로이드제로 일단
증세를 없애고 다음 주 다시 경과를 보고 약을 바꾸겠다고 합니다. 스테로이드제는 노령견에게 부작용이 있을 수도 위험할 수도 있다고... 1주일만 약하게 처방한 약을 먹고 1주일 경과를 보고 소염제로 바꾸겠다고 합니다. 스테로이드제와 소염제는 같이 쓰지 않는다 하면서요. 소변 눌 때 통증이 있을 수도 있고 혈뇨를 눌 수도 있다는데... 아무튼 약을 먹어보자 하시니 일단 약을 먹여야겠죠. 이 애가 약을 잘 먹으면 좋으련만~ 귀신같이 예민해서 약냄새를 맡으면 안 먹어서... 걱정입니다. 일단 열을 떨어뜨려야 하니 약을 잘 먹이라는데 걱정입니다. 자두는 대기실 바닥에 누워 눈을 껌벅이며 두리번거리고 낯선 곳이라 긴장을 했는지 침도 흘리고 다른 개들이 곁에 와도 아파선지 신경도 안 씁니다. 설명을 듣고 약을 지어 집으로 왔습니다. 안 걸으려 해서 안고 엘리베이터까지 가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차까지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차에 태워 집에 왔습니다. 오가는 동안 숨소리도 안 내고 가만히 누워만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뒷자리에서 낑낑거리고 했을 텐데 너무나 얌전합니다. 그래도 검사를 하고 설명을 듣고 나니 마음이 좀 놓임 니다만... 그래도 자두가 저러니 참 심란합니다. 집에 오니 물을 벌컥벌컥 먹고는 또 잔디에 누워버렸습니다. 개나 사람이나 아프고 열나면 꼼짝 못 하는 건 같나 봅니다. 지난주에 병원 갔을 땐 열도 없고 그랬는데 그 1주일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1주일 약 먹고 나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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