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가쿠: 노와 교겐>
2025.9.20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
가을이 온다는 소식에 떨리는 마음이 있던 차... 흔치 않은 공연이 열렸다. 평소 일본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바... 공교롭게도 요즘 읽던 책들이 일본 미술, 일본 에도시대의 무사들의 식물 기르기에 대한 책 등 일본 문화를 알아가던 중 국립극장에서 2025-2026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작으로 '창극중심 세계음악극 축제'가 열렸다. 참가국은 한국, 홍콩, 일본이었다. 해외 초청작인 일본연희가 공연되는 기간은 9월 19(금)~ 20(토) 간이었으며 나는 그중 20일(토) 일 오후 3시 일본 전통 연희공연인 <노가쿠:노, 교겐>을 보았다.
사실 가깝지만 먼 느낌의 일본이란 나라는 역사적인 관계로 인해 껄끄럽고 아무래도 우리는 아직 피해의식이 있고 그러다 보니 한때는 일본문화가 들어올까 봐 강제로 막고 있던 시절까지 있었으나 막상 문화교류를 열고 나니 그 걱정은 완전기우로 우리 문화가 일방적으로 일본에 상륙하여 일본 문화 속에 퍼지는 형국으로 보인다 물론 이게 한때의 유행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다만 양국의 전통문화교류는 이러한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른데 이는 가장 가까운 거리였고 고대엔 우리가 문화를 일본에 전수하였다는 자부심(?) 같은 것도 있지만 일본은 섬나라로 대륙의 직접적인 영향도 받았지만 우리보다는 그 질과 양에서 덜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일본적인 문화로 만들어 발전시키고 전수해온면에서는 그들은 더 그들만의 문화로 발전을 시켜왔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우리는 일본 전통문화를 접할 길이 없어 잘 모를 뿐...
https://youtu.be/rnYsZs0 SDuM? t=15
사실 일본 전통문화에 대해 아는바도 없고 경험한 적도 없어 이 번 공연이 상당히 기대가 되고 아니 무엇보다 궁금했다. 한. 중. 일 동양 3국의 문화... 공통점이라면 한자문화권이고 불교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그러나
일본은 섬나라로 우리와는 또 다르게 발전이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적인 관계로 인해 우리는 일본
문화에 대해서는 사실 아는 게 없다. 사실 '노가쿠', '가부키'는 일본전통예술로 서양에 소개되며 서양인들에게 신비한 동양예술로 매료시켰고 우키요에 미술 또한 서양미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일본 음식 또한
서양사람들에겐 아주 고급음식으로 인식이 되었지만 정작 제일 가까운 이웃나라인 우리에겐 그동안 음식
외엔 별로 소개된 게 없었다. 아니 나만 몰랐던 건지...
그렇게 관심만 있던 차에 이번 공연은 '노가쿠'였는데 이 '노가쿠'는 노(能)와 교겐(狂言)을 함께 부르는 말로 일본 전통 연희를 대표한다 하고 이것은 200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14C에 탄생했다고 하는 '노가쿠(能樂)'는 일본 전통 예술 중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가부키'와 함께 일본 전통 예술의 양대 축을 대표하는데 '노가쿠'는 가면극인 '노(能)'와 희극 '교겐(狂言)'으로 구성되어 전통적으로 5개로 구성된 <노>와 그 사이에 <교겐>이 공연되는데 일본 전통 연희에서는 여성 배우나 여성 연희자가 없다. 이는 중국 전통극인 경극에서도 여자배우 없이 남자 배우가 여성 역할을 하듯 일본 전통연희인 노가쿠에서도 여성배우 또는 연희자가 나오지 않는다. 신기한 건 동양 삼국중 우리나라 창극이나 판소리에선 여자 배우, 여자소리꾼이 나온다는 점인데 이것이 동양 삼국이 유사하고 또 다른 점인 것 같다.
<노>에서는 주인공은 '시테', 상대역은 '와키'라고 하는데 '시테'는 대대로 세습으로 내려오고(우리나라도
소리꾼이 대대로 내려온 적이 있듯)이 <노>의 연출도 맡는다고 한다. '가부키'와 다른 것은 '가부키'는 서민적 대중 연극인 반면 '노가쿠'는 귀족, 무사 계급의 연희물로 소위 고급예술이라 할 수 있다. 내용은 일본에 전승되어 오는 신화나 전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초현실적인 분위기와 비장하고 엄격한 가무극으로 그 형식이
절대적으로 양식화되어 있고 절제된 동작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깡깽이 입장에선 그 일본 전통연희가 궁금하고 신기한 것 외에 한국의 전통 연희와
비교를 하게 되는데, 위에서 말한 남성들만 나오는 공연이고 일단 모든 동작에 있어 -특히 <노>에서- 정지된듯한 움직임으로 우리 춤, 공연에도 물론 아주 정교하게 천천히 움직이는 것도 있긴 하나 일본 전통 연희인
<노>에서는 팔 하나움직임도 로봇의 움직임처럼 아주 천천히, 옷깃도 팔랑이지 않고 팔을 움직이는 것 같고...
부채도 우리나라의 춤 또는 공연에서의 부채는 팔을 뻗어 촥~ 하고 단번에 펼치고 손바닥에 대고 탁 치며 접는데 반해 일본의 전통 연희에선 부채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 받쳐들 듯 아주 천천히 펼치고 한번 펼치면 여간해선 접지도 않았다. 동작이 전체적으로 슬로 모션 같은 느낌에 전통복장 또한 우리와 비슷하기도 한 것 같지만 또 아주 다르기도 한데 옷깃이 넓어서 춤사위에서 팔을 돌리면 옷깃이 공중에 날 것 같지만 한 번도
옷깃이 날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노>와 <교겐>은 같이 공연되지만 둘의 성격은 정말 다르고 <노>는 느린 호흡 속에서 장중하고 비극적인 느낌이고 비장함이 있는반면 <교겐>은 노의 앞 뒤에 배치되어하는 공연으로 짧고 유머스러운 코미디 공연이었다. 이 공연 대사와 노래의 가사는 일본 고대언어로 되어있는데 무대 앞 자막에 그 내용이 한글로 다 나와서 이해할 수 있어 관객은 웃기도 하고 그 무대 상황을 다 알 수 있다.
(일어를 알아듣는 관객들 중 일부가 대사와 자막이 맞지 않는다고 후기에 쓴 글도 보긴 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창극 같은 분위기인데 더 느리고 장중한 느낌에 일부 악사들과 코러스(?)라 할 수 있는 합창자들이 극 진행
내내 무대에서 무릎을 꿇고 있어 너무 힘들어 보였다. 우리 공연에선 악사들은 정좌(가부좌)를 하고 앉아 연주를 하거나 무대에서 연희가 진행되는 동안 편하게 앉아 있는 반면 일본의 전통연희에선 무대 위에서 서서
연기하는 배우(가수)를 제외하고는 전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보는 내가 다 힘이 들었다.(이런데 까지 오지랖이...) 또한 악기연주자들은 구음을 내기도 하는데 이게 상당히 이상하고도 독특한 느낌인데 극의 흐름에서 어떤 역할인지 모르지만 분위기가 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합창(코러스) 자들의 경우
그레고리안 성가 같은 느낌도 드는 기묘한 소리의 저음으로 호흡이 긴... 상당한 수련이나 기교가 필요한
것 같았다. 내가 본 공연의 <노>는 일본판 선녀와 나무꾼 전설이었고 <교겐>은 악질 주인을 골탕을 먹이는 하인이야기였는데 우리와는 다른 게 우리나라 가면극(산대놀이나 탈춤등)은 양반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속 시원함을 주는 권선징악이나 해학인 반면 일본은 주인을 골탕 먹이다 결국은 주인에게
들통이나 잔머리 쓴 하인이 더 당한다는 이야기로... 같은 문화권이면서도 전통연희에서의 양반과 하인의
전개가 달라 신기했다.
https://youtu.be/gw_8skQCGhQ?t=4
공연이 끝난 후에는 이 공연의 연출과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는데
이 대화는 오픈 카톡방에서 질문과 대답으로 연결이 되어 실시간 질문과 대답을 볼 수 있었다.
#노가쿠 #노 #교겐 #일본전통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