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고양이들의 전쟁
고양이는 내 삶속에 없던 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2022년 12월 겨울 어느날 고양이가 내 삶속으로 들어 왔습니다.
대개 새벽은 길냥이들이 싸움을 해서 깨곤 하는데 어김없이 싸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뭐 시끄러운 싸움 소리는 아니고 한 아이가 앓는 소리처럼 경계하는 소리를 내면 다른 아이가 하악질 하는 소리가 나는 겁니다.
그러면 자두는 낑낑거리고 사실 자두의 낑낑대는 소리에 일어납니다.
그래서 밥을 여러 군데 놓아주었는데도 말이죠. 새벽 4~5시부터 싸우는 소리가 났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나가보니 터줏대감 턱시도가 일단 호피가 오는 길목을 막고 있어 호피는 오지 않았습니다.
집의 가운데 중앙 현관을 턱시도와 치즈 1호가 자리를 잡고 집 오른쪽은 치즈 2호가 자릴 잡고 집 왼쪽 자두 우리를 호피가 자릴 잡은 형국이었는데 턱시도가 호피가 오는 길목을 막고 있어 호피가 오지 못했나 봅니다. 새벽의 전투는 누가 싸우는 소리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블랙이는 원래 자릴 잡고 있던 턱시도와 치즈에 밀려 가까이 오지 못합니다. 유일하게 자릴 잡지 못하고
집 근처에서 배회만 하고 턱시도와 신경전을 벌이고 내가 멀찌감치 밥을 배달해 주면 그곳에서 밥을
먹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비가 왔던 날 밤...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어두운데 이 블랙이가 왼쪽 데크 위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랬더니 이 구역 왕인 턱시도와 치즈 1호가 하악질을 하며 특유의 울음소리로 경계를 합니다.
해서 블랙이한테 가서 간식을 주었더니 눈치 보다 먹을 찰나 치즈 1호가 공격을 하여 뒹굴고 하다 결국
블랙이는 도망을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빗속에서 벌어진 우중 혈투였습니다.
안타까웠지만 내가 어찌해야 할지... 순식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도 또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심하게 하악질 하는 소리와 특유의 울음소리가 나서 현관문을 여니 검은 고양이가 후다닥 도망가고 턱시도와 치즈 1호가 있습니다. 웬일일까요... 블랙이가 데크 위 중앙 현관 앞까지 올라온 걸까요?
여기 턱시도와 치즈 1호가 있는데도요... 그런데 날 보자마자 도망간 걸 보면 블랙인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럼 검정고양이가 또 한 마리 있는 걸까요?
며칠 전엔 새로운 애가 나타났는데 이 새로운 애를 '턱시도 2호'라 했습니다.
이 애는 아직 여기 상황을 잘 모르니 몸을 숨기고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데 이 아이는 원래 있던 턱시도와
비슷한 외관을 가지고 있고 좀 더 날씬하고 눈동자가 하얀색계열이더군요(보통의 고양이 눈동자는 갈색
이거나 푸른색인데 또는 노란색) 이 아이는 상아색? 흰색 계열이고 경계심이 강해 밥을 가져다 주니
도망을 가버렸는데 바로 턱시도가 발견하고는 쫓아내 버렸습니다.
데크 밑에 숨어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도망을 가고 풀숲에서 보고 있기에 밥을 가지고 갔더니 바로
턱시도가 쫓아버린 것이죠.
일단은 턱시도는 우리 집에서 모든 영역에 대해 관리(?)를 하고 새로운 애들이 나타나는 걸 경계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아이는 물론 자릴 잡지 못한 애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내쫓는 것 같았고요.
호피는 일단 자두 우리를 자기 영역으로 삼은 것 같아 안심이긴 한데 문제는 턱시도가 여기까지 와서 공격을 하니 호피는 나와 자두가 있을 때만 와서 있고 내가 없거나 하면 바로 어디론가 가버립니다. (내가 있을 때도 공격을 했지만 그래도 내가 있을 땐 호피도 안심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자두와 산책을 하고 다시 들어오면
또다시 나타나 저렇게 자두와 밀당(?)을 하며 놀고 있네요.
이날은 아침에 호피가 오지 않았습니다.
길목을 지키고 있던 턱시도 때문에....
이날은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모든 냥이들이 다 전쟁을 하는 날 같았기 때문이죠. 새벽의 울음소리와 싸움은 누가 했는지 모르겠고(아마도 턱시도와 새로운 애들의 싸움일 걸로 짐작을 하고) 낮에는 턱시도와 치즈 1호가 싸워서 서로 헤어졌습니다. 이날은 턱시도가 치즈 1호의 공격에 같이 맞서 싸우다 내가 발소리를 꽝꽝 내니 치즈 1호가 옆집으로 가버리고 턱시도는 돌아왔습니다. 물론 오후엔 둘이 언제 그랬냐는 듯 같이 와서 밥을 먹었죠... 평소엔 치즈 1호가 공격하면 턱시도가 물러났었는데 말입니다.
가만히 보니 턱시도가 이 집의 모든 영역에 대해 실질적인 관리를 하는 것 같았는데 같이 있던 치즈 1호까지 쫓아 버린걸 보니 턱시도가 실질적인 이 영역의 관리자인 것 같았습니다. 그간 치즈 1호의 공격을 받은 건
아마도 아픈 아이니까 참아주는 거였는지... 하여튼 턱시도는 호피도 막고 새로 오려는 턱시도 2호도 내 쫒고 확실하게 영역을 사수했습니다. 그런데 그간 치즈 2호와는 마치 자기들끼리의 협약이라도 맺은 것처럼 싸우지 않았는데 밤중에 울음소리들이 요란하게 나서 나가보니 치즈 2호와 턱시도, 치즈 1호의 싸움 일보직전의
대치 상태로 서로 울음소리로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겁니다. 고양이들의 이 싸움 시 나는 울음소리로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또 고양이들을 싫어하는 분들은 바로 이 소리 때문이기도 한데... 어쨌든 셋이 대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비가 와서 밥을 여기저기 못 주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대개 비 오는 날은 밥그릇에 밥들이 젖어 중앙 현관 처마가 있는 곳에만 밥을 주는데 그러다 보니 거긴 턱시도와 치즈 1호의 영역인데 비가 와서 밥을 먹지 못한 치즈 2호가 중앙현관 쪽으로 영역침범(?)을 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바로 현관 앞에서 대치 상황이 벌어진 거죠... 하는 수없이 밥을 들고 원래 치즈 2호 영역으로 가져다주고 턱시도와 치즈 1호의 접근을 막았더니 치즈 2호는 밥그릇 쪽으로 가고 더 이상 애들도 가지 않아 싸움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치즈 2호에게도 밥을 먹였습니다. 어젯밤도 경계의 울음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치즈 2호를 두고 둘이 하악질을 하며 싸움 일보직전의 상황입니다. 생각해 보니 비 오는 날마다 고양이들 싸우는 소리는 그래서 그런 건가 봅니다. 비가 와도 애들에게 밥을 먹게 할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때에는 평온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잔디를 깎으려고 기계를 들고 나오니 애들이 다 와서 각자의 자리에서 밥을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턱시도와 치즈 1호는 데크 중앙에, 데크 오른쪽은 치즈 2호가, 자두 우리에는 호피가 자릴 잡고서요,,,
그런데 자두에게 "기다려~이따 밥 줄게..."를 하고 잔딜 깎았는데 마치 이 말을 다들 알아들었다는 듯
제 자리에 앉아 모두들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세상에...
잔디 깎기가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고양이들은 싫어할 텐데... 다들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결국 잔디를 깎다가 기계가 고장이나 1시간쯤 후에 밥을 줬지요... 얌전히 기다린 애들, 착하기도 해라... 라며 말입니다. 이 애들이 이렇게 싸우지 않고 각자 자기 영역에서 살면 좋으련만 왜들 그렇게들 싸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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