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es 아저씨 Sep 27. 2023

[#9: 어느 날, 고양이]

9화: 고양이와 나

고양이는 내 삶속에 없던 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2022년 12월 겨울 어느날 고양이가 내 삶속으로 들어 왔습니다.


사실 고양이와 이렇게 되리라곤 정말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릴 적 무슨 연윤지 고양이가 있었고 새끼를 낳고 얼마 있다가 죽어 버려 그 새끼 다섯 마리를 키워냈다는 

기억(그 후 어찌 되었는지 기억이 없습니다)뿐... 내 인생에서 고양이는 없는 줄 알았지요.

키워 보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저 남의 고양이 이야기나 길고양이들만 봐왔고 무덤덤했었는데 말입니다

조카가 회사 근처 길냥이 한 마리를 들여와 집냥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일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 내 삶 속에 고양이가 들어 오리라곤 정말 1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턱시도를 시작으로 5마리의 고양이가 나와 함께 삶의 일부분을 공유하게 되면서 정말 스스로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우선은 제 발로 나를 찾아와 당당하게 냐옹 거리며 말을 걸어온 턱시도...

무슨 생각으로 나를 찾아왔을까... 내가 자길 해치지 않을 사람이라고 무슨 근거로 판단을 했을까...

내 얼굴에 '고양이 해치지 않음'이라고 쓰여있나? 아님 그네들 만의 특별한 눈이 있어서일까? 

아무튼 신기하고 이상합니다. 조카네 집에 온 고양이 얘길 들으면서도 신기했거든요... 

그땐 걱정이... 배가 뚱뚱한(그래서 새끼를 밴 것으로 오인) 애가 추운데 새끼 낳겠다고 내게 온 걸까?

그럼 어째야지? 집을 만들어 주고 새끼를 낳게 하고 여기서 살게 해야 하나? TV 보면 그런 집들 나오던데...

그런 고민을 했습니다. 어쩌나... 그 새끼들은 그럼 집고양이가 되는 거고 난 그럼 그 애들을 다 거둬서 키워야 하는 건가? 여하튼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소심 겁쟁이 블랙이
비협조적인 치즈 2호
어딘가 아픈 막무가내 치즈 1호
용감무쌍 무대포 호피
제일 먼저 온 이구역 제왕 턱시도

그러다 다행히(?) 이 애가 새끼를 밴 게 아니라 원래 배가 나온 애고 이 애는 중성화수술을 한 애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게 내가 왜 안도의 숨을 쉬어야 할 인지 모르지만 내 마음속에 내가 책임져야 할 애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서 그랬나 싶고 한편으론 다행이고 한편으론 부끄럽고... 그런 양가감정이 들었었죠.

지역 유기동물 보호소에 전화를 했더니 유기견은 잡아다 보호하지만 길냥이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좌절하기도 했고 그러면서 신기하게 이 첫 아이 턱시도에게 정이 가기 시작하고 처음엔 그저 밥만 챙겨주는 걸로 시작을 했는데 이 애가 내게 엉기고 만져달라고 비비고 하니 신기한 감정이 드는 겁니다.

개한테 느끼는 감정 같은 게 고양이한테도 느껴지다니... 고양이는 독립적이고 뭐 어쩌고... 게다가 길냥이인데 이 애가 나한테 왜 이럴까... 궁금해하면서도 그렇게 이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러면서 점점 겁이 났습니다. 

이러다 정들면... 어쩌지? 그럼 안 되는데... 정들어 가슴 아파지면 안 되는데...

얼마 전 그렇게 살구를 보냈는데, 이 애도 정들었다가 언젠가는 그렇게 갈 수도 있고 또 가슴 아픈 상황이 

벌어지면 어쩌나... 별의별 걱정이 다 드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애가 매일 나타나는데 안 보이면 걱정되고... 그 추운 겨울도 어디선가 났는데 이 더위도 어디선가 나고 있겠지... 때 맞춰 나타나 밥이라도 잘 먹으니 다행이지...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도는 겁니다

그러다니 치즈 1호, 호피, 블랙이, 치즈 2호 등등이 나타나 식구(?)처럼 되고 밥시간이 되면 모두들 나타나 

나를 기다리니 정말 미치겠습니다. 

내가 보호해야 할 애들이 늘어나는 것... 이 애들을 내가 끝까지 다 책임을 질 수 있을까?

더 늘어나면, 그 애들도 다 먹이고... 한없이 늘어나는 이 애들을 다 거둬야 하나? 걱정에 걱정이 꼬릴 물고 

나타납니다. 제일 걱정은 우선 이 애들이 아프면? 아프면 병원엘 데려갈 수 있을까? 그래야 하는 거지? 그럴 수 있을까? 등등... 그러면 내가 이 애들을 다 책임져야 하는 건가? 그럴 수 있을까? 솔직한 심정이 막 솟아납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캣 맘이나 캣 대디가 하는 일들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는데 내가 그 논란 중의 하나인데... 혹시 동네 사람들과 이것 때문에 시끄러워지면 어떡하나... 요즘 솔직한 심정 들입니다.

우선은 배 고픈 애들 챙기는 거 지만요. 내가 정말 발 벗고 나선 동물 구호 활동가도 아니고요....

결국 내 상황 안되면, 또는 이사를 가면 어차피 이 애들은 또 어찌 되는 걸까... 등등

저 아이들과 깊은 정이 들기 전 무슨 수를 써야 하는 건 아닌지... 요즘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이제 여름도 가고 찬 바람 불고, 겨울이 오면 우리 집 데크 위에서 자고 먹고 하는 애는 실내로 들여와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정이 깊어지며 별별 걱정이 다 됩니다.


[연재 브런치북] 개, 고양이 그리고 나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


감정소모 매거진 (brunch.co.kr)


사람과 사람들 매거진 (brunch.co.kr)

이전 08화 [#8: 어느 날, 고양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