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es 아저씨 Oct 04. 2023

[#10: 어느 날, 고양이]

10화: 걱정의 걱정... 

고양이는 내 삶속에 없던 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2022년 12월 겨울 어느날 고양이가 내 삶속으로 들어 왔습니다.


턱시도와 치즈 1호는 거의 집냥이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턱시도가 주로 데크에서 살았었는데 이젠 치즈 1호는 아예 우리 집을 자기 집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 

그간은 날씨가 춥지 않아 밤에 데크 위에서 치즈 1호가 잠을 자도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 찬바람이 불면 어쩔까요... 그땐 자기 집으로(?) 돌아갈까요?

걱정도 팔자라고.... 벌써 추운 겨울 걱정이 됩니다. 

며칠 전 밤 비바람이 불며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바람이 하도 불어 나뭇가지 바람결에 흔들리는 소리가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처럼 들리고 자두 집에 펴둔 파라솔이 심하게 흔들려 

접어서 뽑아 놓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문젠, 이 애 치즈 1호가 현관 밖에서 웅크리고 있는 겁니다. 늘...

내가 나가면 웅크리고 냐옹 거리는데... 저걸 어째야 하나... 

그러면서 현관문을 열어 놓으니 데크 밑에 있던 턱시도가 올라와 안으로 들어오는 겁니다.

얘네들은 언제나 붙어 다니고 턱시도가 치즈 1호를 봐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현관문을 열어 놓은 날 둘이 들어와 있습니다

턱시도가 들어와 엎드리길래 바닥이 차서 깔개를 깔아 줬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얘가 여길 집으로 알고 이젠 들어와 살면 어떡하지? 

'이러면 안 되는데...'를 혼자 바보처럼 중얼거리며 깔개를 깔아 줍니다. 바보처럼...

그러자 턱시도는 기다렸다는 듯 올라가 눕습니다. 

이 얜 내 마음을 다 아나 봅니다. 

'넌 내 맘을 아는구나...'라고 중얼거리며 턱시도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난 참 바보입니다. 이 애가 들어와 살까 봐 걱정하면서도 깔개를 깔아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이 애가 현관에 들어와 눕는데... 밖에 웅크리고 있는 치즈 1호가 걱정되어 나가 보니 

그 앤 문 밖에서 잔뜩 몸을 웅크려 동그랗게 말고 앉아 있습니다. 

이 앤 들어 오란 말을 못 알아듣나 봅니다.

들어오라니요... 어쩌자고 난 이런 말을 자꾸 하는 걸까요... 들어오라니요

그래서 냉정하게(?) 나 혼자 들어왔습니다. 현관문을 조금 열어 놓고요....

그리고 조금 후에 현관에 나가보니 둘이 저렇게 같이 있는 겁니다. 

결국 둘이 저렇게 사이좋게 깔개에 누웠습니다

따뜻해서 다행입니다. 

밖은 바람이 몹시 불고 있었고요...   

저 애들은 저렇게 깔개를 깔아 놓은 반쯤 실내인 현관 안쪽 전실에 사이좋게 누웠습니다.

근데 이러면 안 되는데... 저 애들이 여길 집으로 알고 당연한 듯 들어오면 어떡하지 하며 

자릴 깔아준 나는 바보처럼 혼자 중얼거립니다. 

정말 나는 바보인가 봅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말입니다.

그러면서 밤마다 걱정입니다. 추운데... 저 애는 밖에서 웅크리고 있을텐데... 하며

다시 현관문을 열어 놓습니다.

우리 집은 대문도 없는 집인데 현관문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난 참 바보입니다.

둘은 사이가 좋아 보입니다만 가끔 서로 냥 펀치를 날리거나 하면서도 둘은 협심하여 다른애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이 둘은 거의 붙어 지냅니다. 

가끔 치즈 1호가 하악질 하며 냥 펀치를 턱시도에게 날리기도 합니다. 

무슨 연윤 지는 모르지만요, 그럼 턱시도는 그냥 받아주고 싸움을 하지 않습니다. 

얼굴을 비비고 냄새를 맡기도 하다가 가끔은 펀치를 날리기도 합니다... 무슨 연윤지...

지난주엔 둘이 싸우곤 치즈 1호가 옆집으로 간 적이 있기도 했습니다만... 

이 애들은 둘이 꼭 붙어 다닙니다

부부관계? 연인관계? 근데... 턱시도는 중성화 수술을 했습니다.

뭐 그래도 둘이 사귈 수도(?) 있겠죠? 친구처럼요. 

어쨌든, 둘은 늘 붙어 다닙니다. 매일...

그런데 치즈 1호 얼굴엔 늘 피 눈곱이 끼어 있고 얼굴에 딱지가 앉아 있고 그 딱지가 떨어지면 

어떤 땐 피가 나기도 합니다. 

심한 피부병 같습니다. 귀 뒤쪽도 그렇습니다.

이 앤 어딘가 아픈 애입니다.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얼굴이나 귀 뒤... 오른쪽 발목 근처등에 상처가 있어 늘 긁고 있거나 핥고 있습니다. 

안타깝고 불쌍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밥이나 챙겨주고 간식이나 챙겨주고 있습니다. 

이 애는 데크 위에서 지내지만 활동성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접근하는 다른 냥이들 쫓아낼 때만 크게 움직이는 것 같고요...

무슨 사인지 궁금합니다. 늘 붙어 다니는 이 애들요....

이제 찬 바람 불면, 영하로 떨어지면 치즈 1호는 어찌 될까요? 이 데크 위에서 자는 애를... 들여와야 할까요?

다른 애들은 식사 때 맞춰(정화학게 하루 2번씩) 오는데 치즈 1호는 돌아갈 자기 집이 없어선지

24시간 이 데크 위에서 사는데 저 애를 어찌해야 할까요?

사실 치즈 1호는 턱시도 간식도 뺏어먹고 막무가내라 밉습니다.

첫정이라고 턱시도에게 정이 들었는데 턱시도는 아픈 애에게 모든 걸 다 양보합니다.

통조림도, 츄르도.... 먹다가 치즈가 오면 슬쩍 피해 줍니다.

그런데 정작 턱시도는 가끔씩 현관 안에 들어오긴 합니다만 밤에 잠을 자지는 않습니다.

어디론가 가는데... 아마도 자기 집이 있나 봅니다

그런데 이 치즈 1호는 현관을 열어 놓지 않으면 24시간 데크 위에서 있습니다

진짜 겨울이 걱정입니다

이런 걱정을 하는 내가 참 바보 같고 싫습니다.


[브런치북] 시골 냥이들과의 날들-2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의 날들 (brunch.co.kr)

[연재 브런치북] 개, 고양이 그리고 나 (brunch.co.kr)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brunch.co.kr)

감정소모 매거진 (brunch.co.kr)

사람과 사람들 매거진 (brunch.co.kr)

뱁새의 찢어진 다리 매거진 (brunch.co.kr)   


이전 09화 [#9: 어느 날, 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