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오지 않는 블랙이와 경계심 강한 치즈 2호
고양이는 내 삶속에 없던 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2022년 12월 겨울 어느날 고양이가 내 삶속으로 들어 왔습니다.
길냥이들에게 별거 아니지만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 지가 10개월가량 되었고 제일 먼저 온 턱시도는
매너도 좋고 개냥이화 되어 내 손길을 거부하기는
커녕 만져달라고 뒹굴고 몸을 비비고 하며 터줏대감이 되었습니다. 그 후에 와서 왕좌를 차지한 치즈 1호는 아예 우리 집 데크에서 살기 시작했고 여길
자기 집으로 여기는 듯했지요. 그리고 호피는 아침, 저녁으로 때 맞춰 오고 치즈 2도 아침저녁으로
왔으나 이 블랙이만은 부정기적으로 오고 며칠
안 와서 걱정이 될 때쯤 슬쩍 나타나곤 했습니다.
이 애는 데크는 못 올라오고 이렇게 마당까지 와서 동태를 살피고 내가 먹을 걸 챙겨 마당으로 가서
주어야 합니다. 데크 위에서 이미 턱시도와 치즈 1호가 버티고 경계를 하고 이미 하악질을 하고 날 선 눈으로 째려보기 때문이었죠.
그래도 며칠새 안 보이면 걱정이 되곤 하는데 이렇게 가끔 나타나줘 다행이긴 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 애가 늘 안쓰럽습니다. 고양이들은 영역동물이라 자기 영역을 차지하면 거기서 비교적 안전하게 지내는데 우리 집에 오는 애들만 하더라도 우리 집을 두고 각자의 영역을 나름대로 차지하고 있는데 이 블랙이만 영역이 없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 와서 눈치를 보며 야옹거리는 걸 가까이 가서 닭고기를 주었는데 먹지 않고 눈치만 보며 턱시도를 노려 보고 있네요. 얼굴을 보니 왼쪽 눈을 잘 못 뜨는 걸 봐서 어디서 싸우다 다친 것 같았는데 안쓰러워 먹을 걸 챙겨주는데도 못 먹고 자리만
잡고 앉아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이 애는 밥 먹는 데까지 못 오니 늘 간식만 먹게 돼서 왼쪽 끝 데크 밑에 밥그릇을 놓아주었는데 다행히도 턱시도와
치즈 1호가 없던 어느 날은 거기 들어가 밥을 먹고 있기도 하더군요. 대갠 이렇게 마당에서 내가 주는 간식을 먹고 턱시도가 다가오면 물러납니다.
때론 치즈 1호가 와서 공격을 하기도 합니다.
두 애는 합동으로 침입자(?)를 물리치는 것 마냥
다른 애들이 얼씬을 못하게 합니다.
그런 블랙이가 며칠째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걱정이 됩니다.
이상하죠... 내가 이 애들의 반려인도 아니고 그냥 밥 챙겨주는 아저씨인데 안 보이니 걱정이 되다니요. 아님 와서도 공격당할 위험도 있고 그다지 많이 먹고 가지도 않고 하니 안 오기로 한 걸까요? 어쨌든
블랙이는 걱정입니다. 처음엔 모질도 좋고 건강해 보이고 해서 안심했는데 자꾸 턱시도나 치즈 1호에게 공격당하며 안 오는데 어디서 밥은 잘 먹고 있는지 걱정이 됩니다.
치즈 2호는 여전히 집 오른쪽 데크 위를 영역으로 삼고 더 이상 오지 않고 내 손길도 거부하고 경계심을 보입니다. 절대 나와의 사이에 거리를 유지하고 있고 이상하게 턱시도나 치즈 1호는 이 아이에겐
공격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냥 거기 그 영역을 존중해 주는 건지... 암튼, 치즈 2호는 여기서 밥을 먹고 여기서 누워 있고 하지만 내겐 절대 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간식 주려고 다가가면 하악질 하고
도망갑니다. 그래도 여기를 자기 영역으로 삼고
있고 밥이라도 챙겨서 먹고 있으니 다행인 건지...
밥을 주러 갈 때도 하악질을 합니다
괘씸해서 밥을 주지 말까... 하기도 합니다만
이 애가 사람을 무서워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그런데 고양이들한테 특징이 있는 게 모두들
밥 먹을 때 공통된 행동을 합니다(다른 고양이들도 그런지 모르지만 여기 애들은 다 그럽니다)
사료든 뭐든 입에 물고 마치 흔들고 털듯한 동작을 한다는 거... 그러다 보니 밥그릇 근처에는 밥알들이 흩어져 있고 물그릇엔 밥알들이 빠져 있습니다
모든 애들의 공통된 행동입니다. 왜일까요? 밥을 털어 먹는 게... 이 아이들의 공통된 행동 특성인데 내 생각엔 아마도 이 애들이 야생에서 뭔가 먹어야 할 때 흙이 묻거나 이물질이 묻어 있는 걸 털어내며 먹어서 생긴 버릇일까요? 암튼, 이 애들 모두가 먹을걸 입에 물면 머릴 흔들어 털듯 합니다.
어쨌거나 밥이라도 먹으러 와서 먹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싸우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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